기후변화가 질소오염 위험도 바꾼다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6-06-13 22: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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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기후변화로 유역 내 물의 이동 속도가 달라지면서 유럽 전역의 질소오염 위험도 재편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비료 사용량만이 아니라, 물이 경관을 통과하는 양과 속도가 질산염 침출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라이프니츠 담수생태·내륙어업연구소(IGB)와 헬름홀츠 환경연구센터(UFZ)가 주도한 국제 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Science에 발표한 연구에서 유럽 3800개 이상의 하천 유역을 대상으로 물 순환 변화와 질소오염 위험의 관계를 분석했다.

질산염 오염은 농업 비료 사용 확대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심각해지고 있는 환경 문제다. 합성비료와 유기비료 사용이 늘면서 인간이 생물권에 투입하는 질소량은 산업화 이전보다 크게 증가했다. 작물에 흡수되지 못한 과잉 질소는 토양에 남거나 하천과 지하수로 흘러 들어가 담수 부영양화, 식수 오염, 농업 생산성 저하, 생태계 교란을 일으킬 수 있다.

그동안 질소오염은 주로 비료 투입량과 농업 활동의 문제로 설명돼 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물이 유역을 얼마나 빠르게 통과하는지, 또는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가 질산염 침출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임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안정동위원소를 이용해 물과 질소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는 공정 기반 모델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유럽 전역의 하천 유역에서 1980년대 이후 물 순환 속도가 어떻게 변했고, 이러한 변화가 질소 침출 위험을 어떻게 바꿨는지 분석했다.

물의 이동 속도가 중요한 이유는 질소의 운반과 저류 사이의 균형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유속이 빠른 지역에서는 질소가 토양이나 식생, 미생물에 의해 제거될 시간이 부족해 지하수와 하천으로 빠르게 이동할 가능성이 커진다. 유럽 북서부 해안 지역이나 산악 지역처럼 물 순환이 빠른 곳에서는 이러한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

반대로 물의 이동이 느린 저지대에서는 식물과 미생물이 질소를 흡수하거나 분해할 시간이 늘어난다. 일정 수준의 느린 물 순환은 질소 제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속도가 지나치게 느려지면 문제는 달라진다. 가뭄과 같은 극심한 건조 조건에서는 식생과 미생물 활동이 약화되고, 토양에 질소가 축적될 수 있다. 이후 큰비가 내리면 축적된 질소가 한꺼번에 하천으로 씻겨 내려가는 ‘펄스 침출’이 발생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습윤 경계’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이는 유역의 물 순환 변화가 일정 범위 안에 머물 때는 질소 침출 위험이 완화되지만, 지나치게 빨라지거나 지나치게 느려져 그 경계를 벗어나면 오염 위험이 커진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1980년대 이후 유럽 유역에서 나타난 변화를 분석한 결과, 기후로 인한 수문 변화의 크기가 질소 순환 변화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밝혔다. 적당한 변화는 질소 침출을 줄이는 경향을 보였지만, 극단적인 변화는 오히려 침출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습한 시기에는 물의 흐름이 지나치게 빨라지면서 질소가 토양에 머무르지 못하고 수역으로 빠르게 유입될 수 있다. 반면 건조가 심한 시기에는 식생과 미생물의 질소 흡수가 제한되고, 토양에 쌓인 질소가 이후 강우 때 대량으로 유출될 수 있다. 결국 물 순환이 너무 빨라도, 너무 느려도 질소오염 위험은 커진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2100년까지 유럽 전역에서 물과 질소 흐름이 어떻게 달라질지도 예측했다. 그 결과 배출량이 낮은 시나리오에서는 유럽의 70% 이상에서 질소 침출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온도 상승과 성장기 연장이 식물과 미생물의 흡수 및 대사 활동을 촉진하면서 질소 제거가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고배출 시나리오에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지속적인 건조화가 동유럽과 남유럽의 넓은 지역에서 식생과 미생물의 질소 흡수를 억제하고, 극한 강우 시 질소 축적분이 한꺼번에 유출될 위험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질소오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수문 변화가 습윤 경계 안에 머물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기후변화 완화를 통해 극단적인 건조와 습윤 변화를 줄이는 것뿐 아니라, 농업 현장의 질소 투입을 줄이고 유역 관리 방식을 개선하는 것을 포함한다.

구체적으로는 작물 윤작, 비료 사용 최적화, 폐수처리 개선, 토양과 습지의 수분 유지 능력 강화 등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이러한 조치는 질소가 수역으로 빠르게 유출되는 것을 줄이고, 식물과 미생물이 질소를 흡수하거나 제거할 시간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수질 정책과 농업환경 정책이 기후변화에 따른 유역의 수문 변화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질소오염을 줄이기 위해서는 비료 관리, 수문 관리, 기후 적응 대책을 통합한 유역 단위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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