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인간 활동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전 세계 극심한 해안 홍수의 발생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거에는 100년에 한 번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던 해안 홍수가 이제는 평균적으로 약 12배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는 조건이 됐다는 분석이다.
미국 툴레인대학교 연구진이 주도한 국제 공동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Nature Climate Change에 발표한 연구에서 1900년 이후 해수면 상승이 전 세계 해안 홍수 위험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를 이끈 툴레인대학교 공과대학 쇤케 단겐도르프 교수는 기후변화로 인해 1900년 이후 극심한 해안 홍수 발생 가능성이 약 4배 높아졌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장기 조위 관측 기록과 기후모델 시뮬레이션을 함께 분석해 인간 활동, 자연적 요인, 지역별 지반 이동이 해수면과 홍수 위험에 미친 영향을 구분했다.
극한 해수면은 만조, 폭풍해일, 그리고 높아진 평균 해수면이 겹칠 때 발생한다. 평균 해수면이 상승하면 과거에는 강력한 폭풍이 있어야 가능했던 침수 상황이 상대적으로 약한 폭풍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지역별 차이도 컸다. 미국 뉴저지주 샌디훅에서는 과거 100년에 한 번 발생하던 수준의 해안 홍수가 2005년 기준 약 16년에 한 번 발생할 수 있는 사건으로 바뀌었다. 뉴질랜드 웰링턴에서는 비슷한 규모의 홍수가 1년에 두 차례가량 발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증가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반 침하가 위험을 더욱 키웠다. 필리핀 마닐라의 경우 지하수 이용과 관련된 지반 침하 영향이 더해지면서 극심한 해안 홍수 발생 빈도가 300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연구진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해안 홍수 빈도를 높인 주된 요인은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와 그에 따른 해수면 상승이라고 분석했다.
20세기 초반에는 자연적 요인이 해수면 변화에 더 크게 작용했지만, 1960년대 이후에는 인간 활동에 따른 온난화의 영향이 빠르게 커졌다. 현재는 인위적 온난화가 해수면 상승과 이에 따른 해안 홍수 위험 증가의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해안 도시의 방재 계획과 기반시설 설계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과거 관측 자료에 근거한 홍수 빈도 추정이 더 이상 현재의 위험 수준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100년 빈도’로 분류됐던 홍수가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10년 빈도, 또는 그보다 더 자주 발생하는 사건이 되고 있다.
연구진은 해안 인프라의 설계 기준과 홍수 대응 계획이 변화한 해수면 조건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조제, 배수시설, 해안 도로, 항만, 주거지 개발 계획 등이 과거의 위험 확률에 의존할 경우 실제 침수 위험을 과소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뉴올리언스는 이러한 논의에서 중요한 사례로 언급됐다. 허리케인 카트리나 이후 뉴올리언스는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의 홍수 방어 시스템을 구축한 도시로 평가받고 있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뉴올리언스와 같은 해안 도시에서 방재 인프라의 지속적인 유지관리와 미래 위험을 반영한 계획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단겐도르프 교수는 “뉴올리언스는 카트리나 이후 홍수 위험을 줄이는 데 큰 진전을 이뤘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환경 조건이 계속 변하는 상황에서 현재의 보호 수준을 유지하려면 지속적인 유지보수와 미래를 내다본 계획이 핵심이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또 “뉴올리언스는 해안 위험을 관리하는 방법을 보여주는 세계적 사례”라며 “지속적인 관심과 적응이 이뤄진다면 조건이 변하더라도 해안 방재 분야에서 리더십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해수면 상승이 먼 미래의 위협이 아니라 이미 해안 홍수의 발생 빈도와 강도를 바꾸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해안 저지대와 삼각주, 항만도시, 관광지, 인구 밀집 지역은 홍수 위험이 빠르게 커질 수 있는 만큼, 기존의 홍수 확률과 설계 기준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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