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미 세계에서는 ‘생물자원에 값을 매기자’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고, 국제협약을 채택한 것은 물론이며 이에 대한 발효시점을 앞두고 있어 우리나라도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생물자원의 하나인 채소를 산다고 가정했을 때, 그 채소 값으로 이미 가격을 지불한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과연 생물에 대해 값을 매긴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아본다.
국내 해외생물자원 의존도 높고, 생물자원 파악 미흡
생물에 대해 ‘공짜’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강했던 예전과 달리 현재는 각국의 생물주권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인정하고, 세계무역기구(WTO),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와 같은 여러 국제기구에서 지속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렇게 되는데는 ‘생물다양성협약(CBD)’의 역할이 컸다. ‘생물다양성협약(CBD)’은 1992년 6월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에서 생물다양성이 사라져가는 안타까운 현실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의 나라들이 모여서 채택한 국제협약이다.
이 협약은 생물다양성 보존과 지속가능한 이용, 이로 인해 발생되는 이익의 공평한 공유를 목적으로하고 있다.
‘유전자원 접근 및 이익공유(ABS)에 관한 나고야 의정서(이하 ABS 나고야 의정서)’는 2010년 10월 29일 생물다양성 협약 제10차 당국 총회에서 채택된 협약으로 자원을 사용하면서 어떠한 이익도 공유하지 않는 나라에 대한 자원 제공국의 목소리를 반영해 생물자원에 대한 각 나라의 주권을 인정하고, 공정한 이익 공유를 제도로 규정한 것이다.
따라서 내국인이 외국의 유전자원을 이용하려면 사전에 자원제공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자원이용에 따른 이익을 자원제공자와 공유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유전자원에 대한 접근과 이익의 공유’를 목적으로 생물자원에 더 이상 공짜는 없다는 것을 알리고 시행할 수 있도록 국제적으로 약속한 것을 말한다. 이는 올해 발효를 앞두고 있으며, 발효시점의 구체적 계획은 아직 없지만 발효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국제적으로 대비책을 마련해놓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국제협약이 채택되고, 발효시점을 얼마 안 남긴 상황에서 생물자원에 대한 세계의 관심과 경쟁이 나날이 뜨거워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나라는 해외생물자원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편인데다 생물자원 파악 또한 미흡해 많은 경제적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자주 먹는 김은 전체 생산량의 20%, 미역은 15%가 일본 품종으로써 매년 14~28억 원의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고, 딸기의 90% 역시 일본이 원산지로 지불해야 할 로열티만 한 해 400억 원에 달한다.
또한 장미꽃의 98%가 외국산으로써 묘목 당 1~2,000원으로 환산했을 때, 매년 76억 3,000만 원의 로열티를 지불해야 할 뿐만 아니라 화장품, 의약품 등 우리나라 생물 산업체의 67%가 해외 생물자원에 의존하고 있어 한해 지불해야 할 로열티로 추산이 어려울 정도의 어마어마한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이는 물론 ‘ABS 나고야 의정서’가 발효된 뒤의 이야기지만, 현실로 다가올 날이 머지않았다.
국내에서 파악된 생물종 38%, 외국의 3분의 1 수준
지구상에 알려진 생물은 약 175만종으로 약 1,300만여종의 생물이 살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생물의 각 개체는 고유의 유전자를 보유해 생물종의 다양성을 유지시키는 원천이라 할 수 있으며, 다양한 생물종은 다양한 생태계를 구성한다.
이러한 생태계는 물, 공기, 토양 등 에너지 및 물질 순환을 통해 환경을 조절하고 오염물질을 분해·정화하는 역할을 하는데, 생태계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간 33~72조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서식지 훼손과 기후변화 등으로 생물다양성 감소현상이 가속화되고 있고, 이런 속도로 지구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2050년에는 지구상 생물종의 4분의 1이 멸종될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와 생물자원의 가치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생물자원의 수는 예상하는 생물종과 파악된 생물종의 수로 나눌 수 있는데, 예상 생물종의 수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면적과 위도의 나라, 즉 일본이나 영국의 생물종이 약 10만여 종이라는 것을 토대로 우리나라의 생물 역시 약 10만 종쯤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또한 2011년 파악된 생물종은 총 3만 8,011종으로 현재 예상 종수의 38% 정도가 파악된 상태이다. 이는 외국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외에도 전 세계에서 한반도에만 자생하는 고유종은 2,177종이며,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생물은 221종으로써 이는 미국의 멸종위기 생물 1,371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렇듯 우리나라는 국가 생물다양성 연구, 조사, 보전 등에 필수적인 생물표본 등의 확보가 미흡한 편에 속한다.
이러한 점에 대해 국립생물자원관 길현종 연구사는 “파악된 생물에 관한 신종보고서에 의하면 생물명 뒤에 해당 생물을 보고한 학자의 이름이 기록돼있는데, 기록된 학자들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사람은 7%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외국인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생물종 연구는 한국전쟁 이후인 1950년대부터 시작돼 생물연구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 따라서 생물자원을 파악하는 시간이 충분치 않았기 때문에 100년, 200년의 생물연구 역사를 갖고 있는 외국에 비해 부족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물다양성 관리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
따라서 우리나라 역시 생물자원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대응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먼저 관계부처 전담대응반을 운영하고, 국가 생물다양성 관리에 관한 기본법으로 추진해 온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2011년 12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환경부(장관 유영숙)는 제정 법률의 공포가 올해 1월 중 시행될 것이라고 예상했으며, 공포일로부터 1년 후 시행 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국가 차원의 생물다양성 관리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확보할 수 있게 됐으며, 생태계 안정성을 유지해 나갈 수 있는 토대가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보전가치가 높은 생물자원의 보호 장치인 ‘국외반출 승인제도’를 야생동·식물보호법에서 이관 받게 됐으며, 이후 외국인 등이 연구 또는 상업적 목적으로 고유 생물자원을 획득하려면 환경부장관에게 신고를 해야 가능하게 됐다.
또한 올해 1월 환경부 대구지방환경청(청장 심무경)에서는 2011년 4월부터 9월까지 실시한 ‘2011년도 독도 생태계 모니터링과 식물 유전자분석’ 결과 지금까지 독도에서 발견되지 않았던 11종의 생물을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조사결과 멸종위기Ⅱ급 참매와 천연기념물 원앙을 비롯해 극동혹개미, 지렁이고둥, 검정꽃해변말미잘 등 총 11종이 확인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확인된 독도 생물은 총 632종으로 늘어났으며, 환경부에서 한국과 일본에만 있는 해국(해변국)의 유전체 지도(총 119개의 유전자)를 세계 최초로 완성하게 됐다.
세계유전자정보은행(NCBI) 등에 개별 유전자를 등록한 사례는 있으나 해국의 전체 유전자 정보를 확보한 것은 세계 최초이다.
특히 해국은 한국과 일본에만 분포하는 만큼 이번 조사를 통한 충분한 자국에 대한 권료 획득을 바탕으로 향후 해리 행사나 생물의 유전적 활용을 위한 근거를 마련하게 됐다.
환경부 대구지방환경청 관계자는 “이번 조사결과를 포함해 독도의 지형·경관, 포유류, 조류, 식물, 곤충, 해조류, 해양무척추동물 등 7개 분야의 생태계 사진과 해설을 수록한 ‘독도의 생태계’ 도감을 발간했다.
앞으로도 독도의 생태계 모니터링과 식물 유전자분석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생물자원 확보와 생물주권 강화를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 외에 환경부는 자생 생물종 발굴 진행을 확대하여 2020년까지 국가 등록 생물종 수 6만 종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뿐만 아니라 2011년부터 연구기관 및 기업체의 나고야 의정서 대응능력 강화를 위한 ABS 상담센터(Help Desk)를 설치해 운영 중이며, 앞으로의 협상 대응을 위한 전문가 포럼과 나고야 의정서 이해관계자 및 일반 국민의 인식제고를 위한 세미나 및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생물자원연구, 늦어진 만큼 잠재가능성 많아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관장 안연순)은 우리나라 독도에 분포하는 식물자원을 영구보존하고 독도 식물의 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해 종자확보 사업을 시작했다.
독도의 식물분포에 관한 연구는 1947년 조선산악회가 처음 보고한 이후 몇 차례 단편적으로 이뤄진 적이 있으나 학명의 오기 또는 동정의 잘못으로 중복 기재된 부분이 많았다.
이에 국립생물자원관은 종자확보 사업에 앞서 실시한 예비 조사를 통해 현재 독도에 분포하는 식물이 58종이라고 파악했으며, 식물분포상 특정식물 중 가장 희소한 것으로 평가되는 V등급 79식물인 초종용을 비롯하여 총 13종이 분포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또한 2013년 내로 독도에 자라는 모든 식물자원의 종자를 수집해 영구보존할 계획이다.
국립생물자원관 김수영 박사는 “독도식물은 자원측면에서는 물론 학술적 측면에서도 매우 가치가 높고, 독도의 생태계 보존과 복원을 위해 종자 확보가 시급하다”며 “최대한 빠른 기간 내에 사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립생물자원관은 2010년 국가 기후변화 생물지표 100종을 선정했으며, 척추동물 18종, 무척추동물 28종, 식물 44종, 균류 및 해조류 10종으로 구성됐다.
유럽 국가에서 일부 분류군에 속하는 생물종에 대해 ‘기후변화 민감생물’로 발표한 바는 있으나, 전 생물군을 대상으로 기후변화 생물지표를 선정·발표한 것은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환경부(국립생물자원관)가 향후 다른 나라의 기후변화 민감 생물종 지정 및 추적관리에 관한 벤치마킹 제공 등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1996년 우리나라에 등록된 생물종 수가 2만 8,000여 종에 불과했다면, 국립생물자원관이 설립된 이후 그동안의 문헌과 자료들을 취합해 2010년 3만 6,921종이 파악됐으니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약 1만여 종이 파악된 것이다.
또한 2011년 한 해에는 약 800종이 파악돼 등록과정을 거친 후 목록으로 완성될 예정이라고 한다.
정부는 생물자원 연구가 조금 늦게 시작된 만큼 이를 위한 투자와 지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며, 실질적인 발굴종수가 많지 않다는 것은 아직 발굴해야 할 종이 더 많은 것을 의미할 수 있으므로 앞으로의 잠재가능성이 많다고 볼 수 있다.
길현종 연구사는 “잠재가치가 무한한 생물자원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가치인식을 함양하는 것은 국가의 몫이지만, 보존하고자 노력하고 이에 대해 알고자 하는 것은 국민의 몫이다. 특히 생물자원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참여가 중요하며, 국민 한사람의 역할이 어쩌면 생물자원 보존의 전부일 수 있다”며 국민의 역할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그의 말대로 계속해서 변화를 거듭하는 세계의 움직임, 그리고 환경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우리도 한번쯤 관심을 갖고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정부의 신속하고 올바른 대책과 국민의 협조가 잘 어우러져 자원에 대한 경제적 이득창출과 생태환경보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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