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정전사태의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가 전기에 의존하는 에너지 수급구조가 심화되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10월 코엑스에서 개최되었던 ‘저탄소·녹색성장 박람회’에서 한 업체는 원적외선 음이온 복사 난방패널을 출품하여 자사의 제품 홍보를 하고 있었다.
이 업체가 홍보하고 있는 제품은 태양이 지구를 가열하는 복사방식에 착안하여 패널에서 발생된 열을 원적외선 파장의 형태로 사람의 체온을 상승시키고 실내의 공기를 높여주는 난방방식이다.
이 업체는 기존 대류식 난방시스템의 50%의 전기만으로 난방을 해결하는 친환경 제품이라 홍보했다.
이 업체의 영업타깃이 현재 전기를 사용하여 난방을 하는 곳이라면 분명 50%의 비용 절감효과는 획기적이고 친환경적이라 인정해 줄 수 있지만, 이미 유류나 가스로 난방을 해결하는 잠재적 전기예비소비자들이 영업 타깃이었다면 이 업체의 상품은 친환경이라는 타이틀보다 친전기제품, 친전기기업이라는 이름이 더 정확할 것이다.
이 업체 같이 비록 친환경이 맞기는 하지만 비용이 절감된다는 이유로 전체 전기수요를 증가시키게 하는 전열기가 과연 친환경일까 하는 의구심에서 ‘녹색성장, 과연 지속 가능한가’라는 물음이 시작된다.
선진국들은 이미 자원의 효율적·환경친화적 이용에 국력을 집중하고 있다. ‘녹색산업’, ‘녹색기술’이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자리잡아 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10대 에너지 소비국이다. 그런데 이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향후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부과될 경우, 우리나라 경제가 안게 될 부담은 상상 이상일 수 있으며,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해질수록 국제사회는 점차 강한 규제를 통해 각국의 탄소배출을 강제하게 될 것이다.
2008년에 정부가 ‘저탄소·녹색성장’을 향후 60년의 새로운 국가비전으로 제시한 것도 이런 세계적 트랜드 변화에 대비한 선제적 포석인 셈이다.
‘저탄소·녹색성장’이야말로 새로운 미래를 열어 갈 ‘전략산업’이라는 인식이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상황에서 이런 흐름을 리드해 나가지 않고서는 선진국가로 진입할 수 없을 것이다.
이미 세계는 신재생에너지 개발 경쟁에 돌입했다. 석탄·석유·가스 등 1차 에너지 자원의 고갈로 세계는 생존을 위해 대체에너지 개발에 눈을 돌려야 했고, 신재생에너지 기술 개발이 국가경쟁력을 키우는 원동력으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위기를 타개하고,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선진국을 중심으로 녹색성장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탄소배출권 시장, 신재생에너지 등 녹색시장·녹색산업을 새로운 국가 성장동력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증가 추세에 있다.
우리나라는 중화학, 전자 등 주력산업 육성, 경쟁우위 산업발전을 통해 비약적 성장을 거두었으나, 최근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의 확보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존의 경제성장 패러다임은 한계에 직면하여 글로벌 경쟁 심화로 수익창출 모델을 변환하지 않으면 현 경쟁력 유지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환경·탄소규제 등을 감안시, 화석연료 의존구조로는 경제·사회·환경의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
에너지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인 현 경제구조에서 화석연료에 대한 높은 의존은 대기오염 등 환경오염을 심화시킬 뿐임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한 새로운 국가발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녹색성장 - 한국 온실가스 오히려 증가
우리나라의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세계 9위에서 8위로 한 단계 상승했다.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20개국 가운데, 배출량이 전년보다 늘어난 국가는 중국, 인도와 우리나라 등 5개국 뿐이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가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통계를 분석해 지난 2월 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우리나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5억 2,813만t으로 2008년의 5억 2,177만t보다 1.2% 늘어났다.
배출량이 가장 많은 국가는 중국으로 전 세계 배출량(304억 5,164만t)의 4분의 1가량인 77억 1,050만t을 배출했다. 이어 미국, 인도, 러시아 등의 순이었다. 우리나라는 8위로 2008년의 9위에서 한 단계 올라선 것이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는 “우리나라는 2009년 경제성장률이 0.2%에 불과했는데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2% 증가했다”며 “한국 경제가 여전히 에너지 저효율의 늪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산화탄소 배출 현황국가별 배출량은 신흥 개발도상국이 높았지만, 국민 1인당 배출량은 미국 등 서구 선진국이 여전히 높았다.
미국의 2009년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7.7t으로 세계 평균 4.5t의 4배에 달했다. 우리나라는 10.9t으로 영국(8.4t), 일본(8.6t), 프랑스(6.3t), 스위스(6.0t) 등의 선진국보다 많았다. 국가별 배출량 규모는 개발도상국 수준, 1인당 배출량은 서구 선진국 이상인 셈이다.
녹색성장의 비전을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녹색기술과 녹색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화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경제성장을 추구하면서도 기존의 ‘경제성장→환경훼손’의 악순환 고리를 끊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특히 우리의 강점인 IT·BT·NT 기술을 녹색기술로 연결할 경우, 기존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고부가가치 ‘지식집약형’ 산업구조로 전환할 수 있다. 동시에 온실가스 감축 등 국제 환경규제에 대응한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
‘일자리 없는 성장’ 문제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 태양에너지 분야의 경우 기존 화석에너지 분야에 비해 일자리 창출규모가 7~11배에 이를 정도로 높다. 신재생에너지 시설 확충과 기술개발 보급 등으로 2007년 1만 4,000명인 고용규모를 2012년 10만명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녹색기술 연구개발 투자를 지금보다 2배 이상 확대해 2020년이면 3,000조 원에 달할 녹색기술 시장에서 선도국 역할을 하고, 그린홈 100만 가구 공급, 세계 4대 그린카 생산국 진입에 나서기로 했다.
에너지 비용은 적게 들면서 효율은 높은 친환경적 주택, 콤팩트 시티형 도시개발, 농산촌 지역 탄소순환마을 조성, 자전거 전용도로 확충 등 삶의 질을 변화시키는 정책도 추진된다.
또 녹색제품 구매유도, 오염자 부담원칙 확대로 소비에서 의식주까지 ‘저탄소 녹색소비·생산’으로 전환하고, 어릴 때부터 저탄소 녹색성장 개념을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교과과정에 반영하고 홍보하는 등 ‘에코리빙운동’을 확대한다. 아울러 기상재해·건강피해 등 기후변화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고 쾌적한 환경을 보장하기 위해 재난관리체계가 강화된다.
저탄소·녹색성장’ 전 세계 시대적 요구
‘저탄소 녹색성장’은 자원고갈을 대비한 전 세계의 시대적 요구이다. 지금의 경제위기와 에너지위기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선택이요,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을 위해 필요한 조치였다.
국토환경과 신생자원이 부족한 우리로서는 많은 제약이 따르겠지만 에너지 대외의존 개선과 탄소배출량 감축을 위해서도 필수불가결한 정책이다.
녹색성장의 방향과 과제에 대해서 양수길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은 11월 16일 로하스리더스포럼 특강에서 “녹색성장은 생활과 기업문화의 혁명이다. 정부의 힘만으로는 바꿔나가기 힘드는 데 기존의 ‘Top Down’식의 변화보다는 ‘Bottom Up Revolution’이 필요하다.
삶의 질이 윤택한 사회 지도층에서부터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되고 이에 따라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솔선수범해야 한다. 예전의 등 하나 끄기, 온도 내리기 등의 환경절약 정책으로는 다가오는 환경재앙을 막을 수가 없다.
건물전체의 전구를 LED로 교환하고 자동전원 대기장치로 교체하며, 단열시공을 하는 등 시스템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단순한 에너지 절약 정책이 아닌 녹색성장은 경제발전의 궁극적인 목적으로써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Well Being은 성장 못지 않게 높은 질의 자연환경을 보존하고 향유하는 것”이라며 녹색성장의 당위성에 대해 설명했다.
또 이어진 특강에서 윤종수 환경부 차관은 “현재의 경제위기를 환경에 비유하면 빙하기가 아니라 혹한기라 생각한다. 그리고 환경위기는 만성병과 같은 상황이다.
전 지구적인 환경질서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이냐는 것이 세계각국의 지도자들이 고심하는 부분이다. 이제 우리는 개도국에 시스템을 수출해야 할 때다.
환경분야에서는 MRV체계 구축이 가장 중요한데, 측정하고 보고하고 검증하는 이 세가지 부분이 환경선진국이 되는 기본 바탕”이라며 녹색성장을 해외시장에 진출시키기 위해 정부정책을 집중할 것을 피력하였다.
그러나 녹색성장과 관련하여 국내 시장만으로는 신성장동력으로 삼기에는 부족한 것이 많다. 국내시장이 포화상태이고 과당경쟁으로 인해 생긴 잉여기술로 해외시장을 향해 나설 때가 된 것이다.
최근 출범한 글로벌 탑 사업단 등 국내시장에서 쌓은 노하우로 넓은 세계시장에 눈을 돌려 시장확대를 꾀해야 한다. 동아건설이 리비아대수로 공사를 수주했을 당시만 해도 한국의 환경관련 산업 기술력은 초라했다.
그러나 막여과 기술과 하폐수 정화기술 등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기업들이 좁은 한국시장을 벗어나 아프리카 오지에서 남미의 고원까지 종횡무진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환경산업 수출 전략화 논의 의미 있는 행보
이를 위해 11월 25일 ‘환경산업 해외진출 활성화 방안’이라는 주제로 대외경제장관회의가 개최되어 환경산업 수출 전략화 방안에 대하여 논의 한 것은 의미 있는 행보이다.
이 회의에서는 2017년 1조 달러 규모로 성장하는 세계 환경시장에서 국내 10개 환경기업을 세계 100대 환경기업으로 육성하여 수출 15조 원 달성과 환경관련 15만개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범정부 차원의 환경산업 지원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020년까지 2조 1,000억 원이 투입되는 에코이노베이션(EI) 사업을 통해 핵심 환경 기술을 개발 및 상용화하여 하·폐수 고도처리 기술 등 7대 핵심 환경기술을 2017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육성하고, 민관합동으로 2조 7,500억 원의 수출지원 투자펀드를 조성하고 재활용산업육성자금 등 정책자금융자 확대 및 유·무상 해외원조자금(ODA)의 녹색환경부문 투자율을 2017년까지 20%내외로 확대 하기로 하였다.
기존의 해외시장 개척활동이 중국 등 아시아 권역에서 벗어나 중남미, 동유럽 등 신흥시장으로 확대하기 위하여 환경개선마스터플랜, 프로젝트 타당성조사, 민관합동시장 개척단 및 해외환경협력센터 확대 등을 추진하고, 해외진출 환경기업 지원을 위한 예산을 2017년 약 1,000억 원으로 확대할 계획을 주요 골자로 한 이날 회의에서 녹색성장의 방향이 국내에 머물지 않고 글로벌시장을 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환경부는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신흥국가를 중심으로 한 환경시장 성장률은 향후 10년간 연간 8%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글로벌 물 시장은 2020년에 현재의 2배, 대체에너지 수요는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우리의 국제적 위상 상승에 따른 신흥 개도국들의 환경협력 요청 증가로 해외시장 진출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국내시장은 수년 내에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전망, 국내 기업들의 해외시장 진출 시도와 정책적 지원 요구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국내 주요 기업들은 전통적 환경분야와 新환경시장에 대한 투자 확대 및 해외 진출 추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30대 건설·엔지니어링사의 90%가 환경사업 추진중이고 매출 100억 원 이상 환경기업 180개사 중 58%가 해외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에 다양한 발상의 기술
그러나 해외진출을 위한 과정 중 간과해서는 안되는 부분이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의 필요성과 끈질긴 생명력에서 묻어 나오는 중소기업에 다양한 발상의 기술이 있다는 사실이다.
관료화 되어가고 있는 대기업에 비해 독창적이고 참신한 ‘현장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저력이 없이는 녹색성장의 수레바퀴가 삐걱거릴 수밖에 없다.
또 한가지 녹색성장의 지속적인 추진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 정치권의 입김이다. 정권이 바뀐다거나 정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중단되는 일이 생기면 안 된다.
일부 환경관계자들은 야당인 민주당 일각의 다음정권 용도폐기 전망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환경문제에 대한 정치권의 대승적인 접근이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 11월 25일 개최된 ‘환경기술로드맵(ECO-TRM 2022)공청회’에서 이러한 야당의 녹색성장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었다.
민주당의 정책조정위원회 김영선 전문위원은 이날 공청회에서 “환경사업은 정권 독립적이어야 한다. 녹색성장을 폐기물 자원재활용 등으로 포커스를 맞추다 보니 소외된 부분이 있다.
사회적 기회비용을 줄일 수 있는 환경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평창 동계 올림픽 경기장을 만들기 위해 산림을 훼손하는 것이 맞는 일인가?”라고 말해 일부의 우려와 달리 녹생성장의 지속적인 추진에 긍정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녹색성장이 일회성 정치 행사로 흐르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 정부와 정치인 등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명심해야 할 일이고 기업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와 기술개발을 해야 하며, 국민들도 편의성만 추구했을 경우 대 정전 사태와 같은 재앙은 개인들의 녹색생활 방식에 따라 갑작스레 찾아 올수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것이 진정한 녹색성장의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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