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세계화는 한식의 세계화”

편집국 | eco@ecomedia.co.kr | 입력 2010-10-01 16:4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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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약속을 한 호텔 커피숍으로 들어서는 김성훈 위원장을 알아보고 인사를 건넸다. 중절모를 쓰고 나타난 김 위원장은 유기농 계란 몇 꾸러미를 나누어 주며 내 손에도 들려주었다. 그러면서 명함을 내밀며, 이 종이는 재활용지인데 지리산 야생화에서 짜낸 향이 첨가되어 있다고 했다. 명함에서 배어나는 향기처럼 첫인상이 온후하고 다정다감했다.
최근 캘리포니아 주립대에서 강연회와 세미나를 갖고 벤쿠버에서는 캐나다의 유기농업 연구를 계속하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귀국한 김성훈 위원장은 만나자마자 10월 23일부터 5일 동안 광주에서 열리는 세계김치문화축제 얘기부터 꺼냈다.

“나는 김치랑 특별한 인연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이 누구나 그렇지만 나는 조금 특별해요”라며 김치에 얽힌 각별한 사연을 털어놨다“내가 1966년 미 국무성 장학생으로 하와이에 있는 동서문화센터(EastWestCenter)로 유학을 갔는데 호놀룰루 시내에 있는 한 슈퍼마켓에서 한국의 김치가 유리병에 담겨 판매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신기했습니다.
헌데 더욱 놀라운 것은 유리병에 든 김치를 사먹는 수요층이 교포만이 아닌 백인, 또는 라틴계통의 사람들이란 슈퍼마켓 점원의 얘길 듣고 다시 한 번 놀라면서 궁금해지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그 때부터 김치의 수요자 특징분석과 연구를 하게 되었습니다. 김치 공장과 수퍼마켓을 찾아다니면서 김치의 수요특성을 분석하고 소비자의 성격과 선호하는 김치맛을 조사하는 등 김치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을 해 석사논문으로 제출했는데 치밀하고 과학적인 분석이 인정돼 박사과정으로 진급하여 결국에는 농업 및 자원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질문할 새도 없이 김 위원장은 김치예찬론을 펼쳤다.“김치와의 특별한 인연 두 번째는 1998년 초 농림부장관으로 재직했을 때 김치가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 EX)로부터 세계표준발효식품으로 공인을 받은 일입니다.
우리나라에선 배추 겉절이에 해당하는 일본 기무치가 코덱스후보식품으로 이름이 올라 있는 것을 알고 우리나라 김치가 발효식품의 표준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2001년 공식적으로 김치와 2009년 우리 고추장이 국제표준식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학계와 공동으로 노력했습니다. 세계적으로 김치(KIM CHI)와 고추장(GOCHUJANG)이 우리말, 우리식 그대로 국제표준 발효식품이 된 것이지요. 그 CODEX 의장이 이번 세계김치축제에 주빈으로 참가합니다.
2004년에는 세계적 권위지‘Health’지가 한국의 김치를‘세계 5대 건강식품’의 맨 윗자리에 올려 놓았습니다. 올해 축제 때는 직접 시연과 시식 등 나머지 건강식품도 소개할 계획입니다. 이제는 국제적으로도 조류독감과 신종플루 그리고 아토피와 비만증(obesity)을 이기려면 한국의 김치를 상식하라는 말이 별로 이상하게 들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미국 유수의 전국망을 가진 ABC TV에선‘우아하게 나이들고 예뻐지고 싶으면’이라는 투데이 특별프로그램에서 김치가 소개되었는데, <육체와 영혼(Body+Soul)>'이란 잡지의 주편집장이 김치 속에 함유된 유산균이 항산화와 항암효과가 탁월해 노화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어 한국여성의 피부가 유난히 곱고 투명하다고 김치의 상식(常食)을 권하는 해설도 방영되었습니다.”

김치에 대해 누구보다 과학적인 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는 김 위원장은 김치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통음식에도 큰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우리나라 전통음식은 대부분 발효식품이어서 제2 천연식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로써 발효되는 순간 전혀 다른 맛을 낸다는 데 있습니다. 더욱 깊고 풍부한 맛을 지녀 전혀 새로운 식품으로 탄생합니다. 두 번째는 가소화율을 꼽을 수 있는데, 발효되어 우리 몸속에 흡수율을 2배 이상 높여줍니다. 세 번째는 저장기간을 유지시켜주기 때문에 보관이 용이합니다. 저장기간이 길수록 유산균이 풍부해져서 영양적으로도 뛰어나 결국은 자연건강식품으로서의 부가가치가 높아지는 셈이지요. 제2의 천연식품이라 부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의 전통음식은 '제2의 천연식품'이고 'Whole food(온전한 식품)'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한국의 전통음식과 'Whole food'에 대한 구체적인 연관성에 대해 설명을 부탁했다.
“하늘과 땅이 동물이나 식물을 자라게 할 때 병균과 해충으로부터 방어할 수 있는 기제를 주는데 예컨대 항산화, 항암, 면역력 및 재생 기능이랄 수 있습니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면 생물 특히 식물의 이 기능이 약화되거나 죽습니다.
음식으로 섭취하면 영양학적인면에서 PFC(단백질, 지방, 탄수화물)는 보존되겠지만 우리 몸을 온전히 보호 생장케 하는 미량원소와 비타민, 광물질 등 자체 보호기능이 상당히 저해되어 온전한 음식이랄 수 없습니다. 참고로 우리 몸은 매끼 식사 때 유기농을 30% 정도만 섭취해도 어느 정도 보호할 수가 있습니다.
적게 먹되, 몸에 좋은 온전한 유기농을 먹어야 하고 온전한 식품을 사용해 발효식품화 해야 식품의 참 가치가 높아지는 것입니다. 흙을 먼저 살려 올바른 농사를 짓되, 식물이 자라는 데 필요한 수많은 광물질이 생성되도록 식물을 올바로 가꿔 식물이 지닌 풍부한 건강 원소들이 우리 몸에 면역력을 길러주고 건강한 몸을 유지하도록 해줘야 합니다.
지난 2003년 전세계적으로 조류인플루엔자가 유행하고 SAS(중증호흡기증후군)로 공포에 떨 때도 한국인의 감염률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눈에 띄게 낮았던 게 김치에 함유되어 있는 유산균 때문이란 근거가 과학적으로 증명이 됐습니다. 김치에 들어 있는 유산균이 H9N2와 H1N1을 억제하는 효능이 있다는 것을 밝혀냈고, 최근에는 비만 억제 효과까지 있다는 게 알려지면서 김치의 우수성에 대해 일본 등 세계 여러 나라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김치야말로‘Whole food (완전한 식품)’이 아닐까 합니다.”

김치를 담글 때나 각종 발효식품인 장(醬)을 담글 때 무엇보다 유기농산물이 제 맛을 내는 것은 물론 건강면에서 영양적인 가치를 높인다는 걸 알지만 비싸서 먹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데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국가에서 좀 더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유기농 수요는 많은데 유통경로와 판매방식이 수요를 못 따라가고 있습니다.
선진국에선 도시지역 소비자들이 유기농업 농민을 지원하는‘CSA운동’일명‘꾸러미운동’이 번지고 있습니다. 도시지역에서 소비자들이 회비를 내고 매주 생산된 유기농산물을 배달받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우리나라도 현재 이러한 협동 방식이 이루어지고 있는 지역이 충북 괴산의 흙살림연구소입니다. 캐나다, 미국 등에서는‘꾸러미운동’이라하여 각처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학교 텃밭에 농경지를 일궈 학생들에겐 현장학습 효과도 주면서 급식에도 유기농 채소를 사용하는 도시농업도 일거양득의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10월 23일부터 열리는 세계김치문화축제 명예추진위원장으로써 진정한 김치의 세계화가 되도록 특히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요.“역시 김치의 산업화, 세계화에 중점을 둔 행사입니다. 그동안은 지역 축제에 머물렀지만 지난해부터는 이를 활성화하고 연구 및 생산 인프라를 구축하는 동시에 김치의 산업화와 전국화, 세계화를 꾀하기 위해 국제김치학술심포지엄 등 국제적인 요소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음식은 뇌(brain)가 먼저 판단하고 먹고 싶다는 욕구가 생겨서 소비행위가 이루어진다는 사실에 유념해야 합니다. 즉 문화와 예술 등 정서적 감흥이 먼저 일어나야 왕성한 구매와 소비 행위로 연결됩니다. 드라마 대장금이 50여 개국에 방영된 다음에 한국음식에 대한 수요가 크게 일어나고 있는 작금의 사례가 바로 그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식문화와 연결시켜 먼저, 자라나는 우리 2세들부터 올바른 식생활에 대해 가르치고 그 바탕 위에서 외국인들을 한류 식 문화예술로 감동시켜야 김치와 한식의 세계화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국제학술 컨퍼런스를 열고 문화적인 행사를 꾀하여 김치 등 한식의 세계화가 가능하도록 보다 과학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제17차 세계김치문화축제에는 세계의 식품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는 코덱스 의장이 내한해 기조연설을 합니다.
CODEX 유사 이래 지역에서 열리는 축제에 코덱스 의장이 참여하는 예는 없었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과 중국 등에서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외국인 방문객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마련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시민참여를 늘려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인정받은 김치의 문화적 전통과 자부심을 살리면서 세계인과 함께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별 실행계획도 확정해 놓고 있습니다. 또한 광주 전남권 지역 유기농배추 생산농가 및 천일염 생산어가와 연계해 지역에서 생산되는 배추 등 각종 유기농 및 천연 식재료가 축제기간에 전시 판매될 수 있도록 하고, 광주김치 직거래장터 운영, 해외바이어 초청 수출상담회 등을 통해 김치 제조업체는 물론 생산농가의 실질적 소득 증대를 도모한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습니다. 김치의 세계화를 통해 한식의 세계화로 가는 모멘텀(momentum)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한식의 세계화를 위한 정부의 유기농정책 방향과 지원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십시오.
“정부가 저농약 농산물을 2010년부터 친환경농업 개념에서 떼어내겠다는 정책방향은 시의적절하고 옳다고 봅니다. 이제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유기농정책을 펴나갈 때입니다. 종자, 종묘 R&D부터 강화해야 합니다. 그리고 미생물농약과 천적 이용에 있어 무분별한 외국산의 사용을 막고 축산에 있어서의 무분별한 항생제 남용을 억제하며 동물복지개념을 도입하는 등 연구개발과 정책이 더욱 과학화되어야 합니다. 친환경 유기농축산물에 대한 판매촉진과 판로 확대를 위한 정부의 유통촉진활동(promotion activities) 정책도 보강돼야 합니다.
소비자교육과 홍보에 대한 지원과 예산 활동을 대폭 강화하고 유통경로 확대에 정부와 농협이 직접 나서길 바랍니다. 지금의 농가소득을 최소 2-3배 늘릴 수 있으려면 친환경유기농가부터라도 저장, 가공, 유통사업을 저비용으로 직접 참가할 수 있도록 법규상의 제약점(예, 식품위생가공법과 주세법상의 시설기준)을 과감히 제거하고, 농가단위 또는 마을단위의 1촌1품 운동을 정책화 해야 합니다. 대기업 재벌식품회사 위주의 현행제도를 농가도 참여할 수 있게 풀어주는 것이 선진화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국내 유기농산업이 제대로 뿌리내리려면 우선되어야 할 사안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한국농업의 유일한 대안은 유기농’이란 인식전환이 선행돼야 합니다. 쌀등 과잉생상, 과소 소비문화동 유기농으로 풀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분별한 외국산 농산물 도입 및 검역 관련 법률의 정비와 생산·가공산업이 이원화된 정부기관 업무의 일원화가 시급하다고 봅니다. 유기농산물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정부 정책면에서 생산농가화 소비자 수요다양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현재 친환경농산물 인증 생산량은 도입 첫해인 1999년에 비해 13배가량 늘었지만 정부 기관과 인력은 예전 그대로입니다. 생산 농가들도 규정을 지키지 않는 부실농가를 감독기관에 고발하는 등 자체 퇴출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동네사람이나 일가친척이라는 이유로 방관해선 안 될 일입니다.
그동안 유기 농산물 검증의 사각지대였던 화학비료 사용을 가려낼 수 있는 과학적 방법이 나왔다는 부분은 성과로 보여집니다만 향후 유기농과일과 축산물, 유기가공식품 검사에 이 기술이 적용될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김성훈 위원장은‘한국유기농의 대부’‘, 이 시대 최고의 로맨티스트’, 1990년대 초반 UR협상 반대논리를 제기하며 정부를 맹렬히 공박하는 바람에 붙은‘신운동권 교수’란 별칭 등으로 불릴만큼 그의 활약상은 학자로, 시민운동가로, 행정가로 폭넓고 깊게 우리 사회에 관여되어 있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최장수 각료(30개월)를 지낸 바 있으며, 환경경제학 교수로 돌아와서도 환경살리기, 농권(農權)운동과 시민운동의 선봉자로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유엔국제식량농업기구(FAO) 경제 책임자로 근무할 때도 중공·북한·동남아시아 나라들의 농촌 살리기 지원활동을 도맡아 해왔고, 또 해상왕 장보고 연구의 대가이기도 하다.

그는 그의 아호‘농훈(農薰)’에서도 알 수 있듯, 청년 학생시절부터 어둡고 답답한 우리 농촌에 새 빛과 새얼을 불어넣는 일에 매진하였고, 사람을 놓친 농업정책, 생명과 환경을 도외시한 개발주의, 소규모 가족농을 소홀히 여기는 신자유주의를 뛰어넘으려 혼신의 노력을 해왔다.
농업·농촌이 사라진 도시문명, 농업, 농민이 빠진 산업문화만 가지고는 우리나라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확신하며 외길을 걷고 있다. 고희(古稀)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교수로, NGO 활동가로 국내외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의 열정 속에서 사람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생명사상이 녹아 있음은 누구나 금세 알아챌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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