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커샷과 유독물

김동환 | eco@ecomedia.co.kr | 입력 2004-04-09 10: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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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가 대폭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있다. 그중 특이점이 화학물질과의 확대와 상하수도국의 조직확장이 눈에 띈다. 화학물질과를 확대하여 3개 과로 늘리는 방안이다. 시기 적절하다고 보기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는 기구조직개편이다.
한때 정부기구축소로 인해 유독물관리관제도에서 일개 과로 낙향한지 4년만의 회귀이다. 하지만 조직확장에 인색하여 국장급을 주기란 당장 어려워 일단은 과만 3개 과로 증설하고 2∼3년 후에는 국장급 조직으로 전환할 방향이다. 유독물은 화학의 발달과 함께 하루에도 수십, 수백 종이 탄생된다. 새로운 물질의 탄생은 언제나 새로운 악마적 요소가 내포되어 있다.
골프장에서 악마적 요소는 바람이나 비 등 천연의 방해꾼도 있지만 인위적인, 일테면 벙커나 해저드 같은 장애요인이 있다. 벙커에서 실수를 연발하면 더블보기 심지어 트리플보기로 이어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해저드로 활공하면 공 하나 잃어버리고 오비티에서 벌점 하나 얹고 치면 된다. 그런데 인간의 마음은 체념하면 다시 정상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지만 벙커에서 나뒹구는 공 앞에서는 매우 용감해지고 과격해진다. 힘에 의지해 과감한 동작은 결국 모래판의 결투로 이어지게 한다. 체중이동이 너무 커져 스윙의 최하점이 틀어져 실수를 하게 한다.
환경부의 이번 기구조직개편은 인간이 만든 최악의 악마적 요소인 화학물질에 대한 방어적 자세를 취하기 위한 기본동작을 위한 전초전이라 그지없이 반갑다. 언제인가 한명숙 전 장관이 취임시 5급사무관들과의 대화에서 많은 사무관들이 환경부 조직에 대한 불만적 요인을 털어놓았었다. 당시 사무관들은 환경부가 미래지향적이고 발전을 거듭하려면 현재 초래하게 움직이고 있는 화학물질과의 확대 개편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적으로 매우 중요한 부서가 한직으로 여겨지고 좌천성 인사배치는 환경부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는 요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었다.
다자간 협정이나 양자간 협상 등 세계 속의 한국에 대한 국제협상 중에서 화학물질과 관련된 회의는 다양해지고 전문화되어지며 숨가쁘게 움직여지고 있다. 그런 유독물질에 대한 체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연구와 정책방향의 키워드가 환경부에 있으며 결국 이 같은 실정을 정리정돈 하는 길만이 환경부의 미래를 열게 하는 중요포석이다.
벙커샷의 기본은 페이스를 열고 바운스(돌출부분)를 돌출 시킨 후 그립 해야 함이 정석이다. 그립 한 후 페이스를 여는 것은 무의미하다. 환경부내에 화학물질과의 확대개편은 이 같은 기본적 자세를 위한 틀이고 위기를 넘기기 위한 기본자세일 뿐이다.
곽결호 장관 취임 후 현실화시키기 위한 기구개편이 환경부의 미래를 염려하는 진취적이고 핵심적 방향으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매우 기대를 갖게 한다. 한편에서는 환경에 대한 직접적인 업무를 하지 않았던 여성 차관의 등용에 대해 염려의 소리가 있긴 하다.
그러나 워낙 지장(智將)과 기술을 지닌 박사이며, 기술사인 환경기능장인 장관의 그늘과 직원전체의 닮고 싶은 간부로 꼽힌 곽 장관의 샷 폼이 워낙 정교하고 안정되어 있어 일단은 기다려 보는 인내심이 발휘되고 있다. 화학물질의 체계적 접근을 위한 조직개편을 환영하며 상하수도국의 변화에도 일단 고심의 흔적이 있다는 점에서 기대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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