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출신 업체도 서울시는 외면
서울시 저가공사 선호해 잠재적 부실시공 부추긴다
서울시가 관급공사의 공사비 삭감에 열중하는 바람에 관급공사를 실시하고 있는 업체들이 말못할 '속앓이'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로 인해 업계는 적정이윤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이는 또다시 싸구려 자재의 선택과 잠재적 부실시공으로 연결돼 장기적으론 '예산절감'이 아니라 '예산낭비'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형적인 貪小失大(탐소실대)의 일례가 아닐 수 없다.
문제의 핵심은 예산집행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책임자들의 마인드다. 그들은 예산절감 실적을 자신들의 주요치적으로 자랑하며 '실적 올리기'에 치중한 나머지 '상생'과 '궁극적 발전'의 개념을 아예 망각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과오를 범하면서도 이에 대한 문제제기에 그들이 조금도 수긍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관련업계에 의욕을 북돋아 주고 기술개발을 독려해야 하는 공공기관의 사명에도 분명히 역행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소신있는 공무원 부재 업계는 '전전긍긍'
공공재로서 장기적 안목으로‘고급화’해도 모자란 부분이 상하수도 분야다. 한번의 시공으로 길게는 수십 년을 이용하고 그 수요 대상이 국민이란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국민에게 비롯된 세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개념자체를 제고해야 할 시점이다. 이제는 맹목적인 '아껴쓰기' 보다 '제대로 쓸 줄' 아는 효용의 덕목도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저렴한' 예산 집행도 간과되어선 안 되는 항목의 하나이나 더 중요한 것은 '제몫'을 해낼 만한 최저치의 산정이다.

이 '최저치'의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인가에 따라 업계의 이해관계도 좌우된다. 발주자야 싼값에 당해 공사를 떠넘기면 된다지만 '싼값'으로 기본적 기업활동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기술개발을 도모해야 할 기업 나름의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이다.
그동안 물량확보 차원의 수주관행을 지속되면서 관련업계는 많은 일을 하면서 실속을 챙기지 못했다. 경쟁사들을 견제하면서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들의 '속사정'은 악화 일로다.
전체적으로 건설기업의 경기가 악화되고 공사물량의 하락폭이 커져가고 있는 주변환경은, 건설전문업체들의 체감경기와 맞물려 공통된 사항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표1]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전체적인 하락세 가운데 서울 소재 업체의 하락폭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등록 업체수가 더 많은 경기의 하락폭과 비교된다.
결과적으로 이는 서울시 발주공사의 경제성을 포기한 전문업체들이 속속 서울을 떠나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다. 물론 경쟁체계의 공생방안을 마련치 못하고 하향식 수주관행을 지켜만 보고있던 관련업계의 책임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물량확보'가 최우선이 아니라 누가 보더라도 합당한 수준의 실리도 그들 스스로 거둘 줄 알았어야 했다.
새 정부 출범과 더불어 공사물량면에서 민간 축소, 공공 확대 추세를 보일것으로 전망되자 건설업체마다 공공공사 수주확대를 '03년도의 경영방침으로 삼았다. 그러나 물량이 확대되었어도 건설업체들의 수주증대나 수익성 증대는 기대한 것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고 업계는 밝힌 바 있다. 건설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입찰제도 제고와 저가위주의 발주관행이 개선되지 않은 한 업계의 수익성이나 경영상태 호전은 앞으로도 기대할 수 없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제반문제를 차치하면 상황이 여기까지 이른 데에는 앞서 언급한 대로 통솔자들의 '공'이 크다. 적정 수준의 예산집행을 투자의 일환으로 볼 줄 아는 혜안의 소유자를 찾아보기는 더욱 힘들다. 공무원들의 '보신' 위주 행정이 하루아침의 얘기는 아니지만 안온한 알을 깨고 소신껏 뜻을 펼칠 진정한 '公務員'을 만나기 힘든 것도 이 시대의 서글픔 중에 하나다.
건설업계 이중고, 눈앞의 성과보다 궁극적 발전을 꾀해야
★공공.민간수익성 악화 요인
1) 최저가 낙찰제 시행 공사의 점진적 확대
2) 민간투자사업계획에 따른 사업자간 경쟁촉진과 수익률 인하
3) 운용수입 보장기간과 수준의 하향조정
4) 실적공사비 적산제도의 도입
'상하수도관련업계에는 재벌이 없다'란 말이 있다. 단적으로 보면 노임과 건자재의 상승으로 인해 업계가 느끼는 비용 부담은 늘어가는데 반해 이러한 원가 상승분을 실시간으로 반영할 수 있는 체계 역시 부족한 문제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의 시발점은 관련산업의 육성과 상생의 메커니즘을 아우르지 못하고 눈앞의 성과만을 꾀해왔던 발주 당사자들의 의식구조에 있다. 설령 이러한 맹점을 의식하고 문제의식을 갖춘 자라 할지라도 이들의 목소리는 수많은 군중 속에 홀로 깃발을 들고 걷는 것과 다를 것이 없을 만큼 고착화된 의식구조는 유연함을 잃고 있다.
결론적으로 업계는 재투자는커녕 사업자체에 메리트를 느끼지 못하고 관심을 다른 지역으로 돌리거나 그조차 요원하면 아예 전업해버리는 악순환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정부기관이나 투자기관에서의 예산집행 관행은 부지불식간에 관련산업뿐만 아니라 인접한 업계에까지 영향력을 미친다. 외부시선과 자신의 운신을 골몰하며 소극적이고 폐쇄적인 정책을 지속하는 한 불행히도 업계의 전반적 불황은 탈출구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 업계의 부실화는 공사의 질적 저하를 초래할 것이며 대내외적인 경쟁력을 약화시킴으로써 실수요자인 국민은 무고한 피해자가 될 것은 자명하다.

국민을 위해 일하는 정부기관에 대한 이러한 관행개선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는 게 지각 있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눈앞의 성과에 급급해 하면 문제는 더 크게 불거져 부메랑처럼 돌아올 것이다. 건설업계의 전반적인 불황으로 가뜩이나 시름에 잠긴 업체들의 무기력함을 더 이상 나 몰라라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 그들의 기술과 축적된 노하우가 경쟁력이자 관련산업의 척도이기 때문이다. 업계의 기술력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자생력을 확보시켜 주는 것이 정부기관의 몫이다.
서울시 상수도본부 출입해야 손해
업계들은 서울시의 눈치를 봐야하는 입장이다. 서울시 출신공무원들이 퇴직후 관여하는 기업에서조차 시의 출입을 꺼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신기술로 지정 받거나 새로운 모델을 개발한 기업은 청사 경비원의 말을 인용한 우스갯소리로 "한 3-4년 출입해야 조금씩 제품을 팔 수 있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빠른 세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는 더딘 행보다. 그러나 일단 서울시가 납품받는 기업이 확정되면 이것 또한 철옹성이다. 그것도 거의 원가에 가까운 가격으로 납품돼 적정이윤을 보장받을 수 없다.
이점에 있어서는 엔지니어링업계도 마찬가지다. 연구보고서가 자료정리형이라고 비판을 받지만 계약금이 워낙 저렴하고 주문량은 많아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처리하다보니 형식만 취하는 꼴이지 제대로 된 보고서가 나오기 힘들다. 보고서도 주문제작에 가깝다. 외국의 용역사는 제대로 하는데 우리는 '이모양'이냐고 비판한다. 그러나 외국 용역사는 국내 용역단가보다 5-6배 이상 비싸다. 터무니없이 용역비가 비싸면 해당공무원은 감사대상으로 꼽힌다. 제대로 주고 제대로 감독하고 부실한 보고서는 아예 출입을 통제해야 한다.
최근에 비치한 탁도계도 서울은 4-5백만원짜리를 구입한 반면 대구등 지방은 1천만원이 넘는 기기를 구입했다. 기능이 편리하고 관리하기 좋으며 분석능력이 뛰어난 기기를 설치하기 위해서이다. 지방공무원들이 뇌물로 그런 기종을 선택한 것이 아니다.
문제는 서울시가 같은 목적의 분석기를 저렴하게 샀는데 지방자치제는 왜 비싼 것을 샀냐고 감사를 하면 비전문인들이 대답하기는 매우 곤란하다. 탁도계의 경우 가격이 360만원 선에서 2500만원까지 다양하기 때문이다. 계량기의 경우도 서울시에 납품하는 회사들은 품질은 상위 급으로 끌어올렸지만 가격이 청동값 정도인 1만원내외에서 판매되어 관련기업들은 경영상태가 매우 취약하다. 이렇다보니 서울시에서 불량 판정을 받은 계량기들이 지방에 되팔리는 기현상도 초래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등지의 새로 신설된 정수장등은 지역환경에 어울리면서 다양한 형태의 물문화공간으로 설계되어있다. 반면에 국내의 모든 정수장 시설은 천편일률적이다. 워낙 저렴한 공사금액으로 시설을 갖추다 보니 조악할 수밖에 없다.
저렴한 공사는 결국 시설교체공사나 잦은 수리로 그 이상의 투자가 소요된다. 이같은 맥락에서 새로운 경영전략을 수립해야 할 시기임에 분명하다. 서울시에서 책정된 요율은 결국 전국 지자체로 확산되고 대게 이것이 표준단가로 굳혀지게 된다. 최근에는 상수도진단 품셈개정에서 오히려 지난해보다 값이 떨어지게 추진되어 한바탕 소용돌이치게 했다.
기업들이 서울시를 외면하려는 조짐은 반가운 일이 아니다. 서울시를 비롯한 지방자치제는 관련기업을 육성시키는 책임도 있다. 오죽하면 신동우 서울시본부장이 취임후 관련부서를 시찰하면서 -수도관련시설물은 싸구려 냄새가 난다-고 했을까. 현재 서울시에 납품하던 기업들이 각종 경영평가에서 좋은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곱씹어봐야 한다.
무엇이 '국민'을 위한 일인가 제고하라
자율적인 경쟁체계를 통한 '고급공사'는 수주한 공사에 전적으로 책임을 다하며 의지를 다지는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레 진행될 것이다. 무리한 수주관행도 마찬가지다. '싸게' 공사한 업체에 관례적인 상을 줄 것이 아니라 '잘한' 업체에 적절한 인센티브가 돌아가야 한다. 이러한 선례를 남기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업계의 기술경쟁력 확보와 동시에 침체된 시장의 분위기를 활성화로 시킬 수 있다. 국내업체에 주는 용역이라면 같은 일이라도 해외업자보다 무조건 저가로 유도하는 고질적인 관행도 사라져야 한다.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있는 관련업계의 상황을 외면한 채 편향적 원칙만을 고수해 온 서울시의 관계자들은 향후 정책과 예산집행에 이 같은 문제점을 유념하여 전체적이고 소신 있는 정책을 펼쳐나가야 할 것이다. 이것이 관급공사의 가이드라인으로 제시되어 기업에게 적정한 이윤을 환원시켜 줄 때 저가공사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국민에게 제대로 된 관급공사의 일면을 보이는 계기로 작용될 것이다.
취재 /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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