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에서 독립하면 인생에서도 독립한다"

‘새박사’ 정다미 소장 공부법과 엄마의 좌충우돌 교육법 출간 화제
박원정 | eco@ecomedia.co.kr | 입력 2017-10-31 15:2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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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살 전에 완성하는 공부 독립’ 출간…홀로서기 학습법 쉽게 써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독한 여자’라는 게 직감적으로 느껴졌다.
꼭 작년 이맘 때, 새와 사랑에 빠진 그녀를 찾아 ‘꾸룩새연구소’를 찾아간 것이다. 자그마한 체구지만 에너지가 넘치는, 막힘없이 새와 사랑하는 이야기를 털어놓는 그녀는 역시 ‘보통 여자’ 이상이었다.
저 정도면 꿈을 키워가는 어린 친구들을 위해서 책 한 권 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소문도 없이 덜컥(?) 출간을 했단다. 책에선 ‘친구 같은 엄마’ 밑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새를 탐구하며 공부만큼은 나름 일찍 홀로서기를 한 이야기들이 오롯이 묻어나온다.
책 제목이 ‘열 살 전에 완성하는 공부 독립’은 어려서부터 스스로 길을 찾고 성장해가는 딸과 엄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꿈을 향해 비상하고 성장하는 딸과 아낌없이 응원하는 엄마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소중한 책으로 태어난 것이다.
아이가 공부 독립을 하는 방법은 물론, 그것을 인생 독립으로 연결하는 지혜가 반짝반짝 빛나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엄마, 늘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줘
‘제가 새 연구로 저만의 길을 빠르게 찾을 수 있었던 건 엄마의 도움 덕분이기도 해요. 엄마는 조급해하지 않고 언제나 절 지켜보며 기다려 주셨으니까요. 무엇보다 말로 강요하는 대신 행동으로 본보기를 보여주셨고, 1등을 강요하는 대신 좋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도록 이끌어 주셨어요. 그래서 좋아하는 걸 찾아 스스로 공부하고,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공부 독립을 할 수 있었어요.’-프롤로그 중에서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에 재학 중인 정다미 소장은 어릴 적부터 새를 좋아했고, 지금은 전문적인 학문의 영역으로 새를 연구하는 ‘새 박사’로 불리고 있다. 우리 교육환경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꿈을 이루고, 성공한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성적 만능과 획일화된 서열 문화가 낳은 왜곡된 풍토 때문이다. 또한 성장기에 가장 많은 신뢰를 보내줘야 할 부모의 편견과 선입견이 아이의 꿈을 가로막고, 세대 간 갈등으로 번져 아이의 성장에 저해가 되는 일도 적지 않다.


아이와 엄마가 함께 읽도록 구성
이 책은 아이와 엄마가 함께 읽도록 구성된 책으로, 자연의 배움터에서 스스로 길을 찾아 성장해가는 딸과 든든한 지원자인 엄마의 동행을 담고 있다. 정 소장의 성장 스토리와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그녀가 느낀 몰입과 성취의 즐거움, 자기주도학습의 방법들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그리고 각 장마다 딸을 훌륭한 인재로 키워낸 엄마의 교육철학과 좌충우돌 자녀교육법이 ‘엄마의 교육법’이라는 꼭지로 함께 제시돼 있다. 아이들은 재미난 스토리를 따라가며 이야기에 몰입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고, 엄마들은 자녀교육의 살아 있는 지혜와 실질적인 해법을 얻을 수 있어 특히 매력적이다.
그러나 이 책이 꿈을 향해 쉽게 도전하고, 아무 문제도 걱정도 없이 성공을 이룬 아이와 엄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정 소장은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실패와 좌절을 겪었고, 깊은 슬럼프에 빠져 방황하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그런 상황 속에서 자기 꿈을 놓치지 않기 위해 어떻게 의지를 다지고, 어떻게 극복해냈는가 하는 점이다. 바로 이런 점이 도전과 실패라는 현실적 문제 앞에서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보다 실질적인 해답을 주고,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열 살 전, 아이의 공부 독립이 왜 중요하며 그것을 가능케 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이 책을 통해 반짝이는 지혜와 실질적 방법론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정다미 소장이 직접 작성한 조류도감들.

직접 작성한 조류도감 수십 권
새와 자연을 좋아한 정다미 소장은 쌍안경과 망원경을 가지고 들과 산을 누비는 아이였다. 곤충과 새 등 자연을 관찰할수록 궁금한 게 많아져 관련 책을 탐독했고, 활자로 접한 지식을 현장 나가 직접 관찰하고 체험하며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켰다. 또한 신나고 재미있는 경험들을 자신만의 기록으로 정리했는데, 그때부터 써온 관찰기록장과 손으로 직접 그려 만든 조류도감이 수십 권에 달한다. 놀이가 곧 공부가 되고, 공부가 놀이가 되는 몰입을 통해 스스로 공부하는 즐거움을 터득해나간 것. 열 살 전, 그녀는 이미 공부 독립을 이룬 것이다.
탐구하고 몰입하는 학문의 즐거움 뒤에는 엄마와 함께한 특별한 시간과 공간이 자리한다며 다미 소장은 이렇게 말한다.
“책을 읽기만 하는 건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그걸 곱씹고, 현장에 접목하고, 다시 해석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거예요. 엄마는 책에서 만난 지식, 현장에서 관찰한 현상들을 어떤 형태로든 기록하라고 항상 조언해주셨답니다.”  정다미 소장이 직접 작성한 조류도감들.
공부 독립은 부모가 아이를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감을 갖고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게 해주되 필요한 도움은 언제든 줄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어야 가능하다.


적극적인 ‘꿈의 전파자’ 역할 자처
‘어릴 때부터 자신이 관심 있어 하는 대상을 관찰하고, 경험한 일들을 자신만의 기록으로 남겼으면 하는 욕심이 있어요. 관찰기록장이나, 일기, 독서록 같은 것이면 족해요. 이는 장차 아이가 무엇을 하든 자신만의 기록으로 만들 수 있는 중요한 습관이라고 생각합니다.(중략) 저는 다미 소장이 자신의 꿈을 찾아 10여 년 넘게 지속적으로 기록해온 습관이, 지금의 다미 소장을 있게 한 원동력이라 생각합니다. 꿈을 찾는 긴 여정은 결국 자신만의 공부를 통해서 만들어지는 것이죠. 나만의 방식으로 만들어낸 나의 역사, 이것만큼 내 삶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것은 없을 테니까요.’ -엄마의 교육법 ② ‘꿈을 찾아가는 징검다리, 꾸룩새연구소’ 중에서
현재 두 사람은 다미 소장이 모아온 관찰기록장과 새 관련 자료들을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으로 꾸룩새연구소(홈페이지 www.owl.or.kr)를 열었다. 이제는 연구소를 찾는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발견하고, 그 꿈을 향해 나아가는 길에 놓인 징검다리가 되는 것이 이들의 또 다른 꿈이다. 자신의 꿈을 이룬 데서 멈추지 않고 다른 이들이 꿈을 이루도록 돕는 ‘꿈의 전파자’ 역할을 자처하며, 탁월한 능력을 선한 영향력으로 발휘하고 있는 것. 꾸룩새연구소를 함께 운영하는 두 사람은 엄마와 딸의 관계를 넘어 꿈을 공유하고 비전을 설계하는 동지이자 동료로 멋진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지난해 연구실에서 만났던 정다미 소장의 모습.

“아이가 좋아하는 일 멈추게 하면 안돼”
‘아이가 스스로 좋아서 하는 일은 절대 멈추게 해서는 안 됩니다. 좋아서, 재미있어서 멈출 수 없는 일은 결국 아이가 제일 잘하는 일이 되기도 하고, 그 일이 곧 자신의 진로와 직업으로 연결되기도 하지요. 이렇게 다양한 꿈과 희망을 품은 아이들이 자라야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원동력이 되지 않겠어요? 무엇보다 부모세대인 우리들이 지닌 생각의 틀을 과감히 바꾸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엄마의 교육법 ⑩ ‘아이가 온전히 자신의 인생을 살게 해야 하는 이유’ 중에서
이 책의 공동 저자인 임봉희 부소장은 먼저 “아이들이 직면한 입시, 취업의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부모의 용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하는 아이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 생각하고 실행하는 아이가 되도록 어른들이 도와야 한다는 것. 그랬기에 엄마와 애벌레를 만지던 열 살 소녀는 학원 한번 다니지 않고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으며, 지금 생물학도가 돼 들판을 누비고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매진하고, 자신만의 강력한 콘텐츠를 가졌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대한민국 인재상 대통령상 등 수상
다미 소장은 어린 시절부터 매진해온 새 탐구의 열정과 성과가 인정되어 입학사정관제도를 통해 대학에 합격할 수 있었다. 먼저 사진전, 봉사활동, 관찰기록장, 스크랩북, 수상 실적 등 새와 관련해 수행했던 활동과 자료들을 모았다. 이를 자신만의 경험과 스토리로 엮어 입학 서류를 참신하게 준비했다. 더불어 책을 읽고, 탐조하고, 자신만의 조류도감을 만들면서 쌓은 내공이 빛을 발해 면접에서도 상당히 좋은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그 결과 정다미 소장만의 전문 콘텐츠를 인정받아 여러 곳의 러브콜을 받는 행운을 누렸고, 고심 끝에 이화여자대학교 분자생명과학부를 선택했다.
대학 입학 외에도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로 손꼽히며 다수의 상을 받았다. 제비와 수리부엉이 연구물로 각각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상과 국무총리상을 수상했고, 대학 졸업을 앞둔 2013년도에는 대한민국 인재상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또한 어린 시절 ‘새 박사’로 유명해지면서 KBS ‘아침마당’을 비롯해 다수의 방송에 출연했으며, 최근에는 KBS1 다큐 ‘숨터’가 방영됐다. 2014년에는 ‘수리부엉이, 사람에게 날아오다’라는 책을 공동 집필했으며, 학교를 비롯한 여러 단체에서 인기 있는 강연자이기도 하다. 어린이과학동아와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가 공동 진행하는 시민과학 프로젝트 ‘지구사랑탐사대’ 발대식에 제비 프로젝트로 참여했고, 2017년에는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여름학기 체험교실 ‘지구를 위한 과학’ 정기 강좌에서 강연하는 등 활발하게 역량을 펼치며 있다.
이러한 정다미 소장의 행보는 좋아하는 일을 발견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정진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그것이 어떤 미래를 가져다주는지를 보여주는 멋진 사례라 할 수 있다. 도서출판 이새, 1만3800원.

[환경미디어 박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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