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석포제련소 주변 산림의 피해 모습 <이하 사진_이창석 교수 제공> |
경북 봉화군 석포리 일원의 ㈜영풍제련소 주변 지형은 가파르고 험했다. 수세가 좋지 않고 대부분 말라 죽어 있으나 곧게 뻗은 아름드리 소나무도 보인다. 지형이 막아준 덕분인지 혹독한 대기오염을 피한 계곡쯤엔 층층나무, 가래나무 등이 중심이 된 활엽수림도 보인다. 행정구역상 경상북도에 편입되어 있으나 주변의 모습으로 보아 강원도가 더 어울릴 법하다. 그 정도로 풍요로운 자연을 유지할만한 잠재성을 지녔다고 할까.
![]() |
▲ 이창석 서울여대 교수 (생명·환경공학과) |
그러나 지금 그곳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다. 석포 주변의 자연경관은 온통 멍들어 있고 살점이 떨어져 나가듯 문드러져 가고 있다. 필자가 해당 지역을 인공위성의 눈을 빌리고 발로 뛰어 겉과 속을 모두 들여다보니 그 피해는 생각보다 심했다. 이대로 방치할 경우 그 상처는 되돌릴 수 없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앞서 열차 탈선사고와 낙동강 수질오염을 경험했듯, 그 파급효과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 예상된다.
다만, 상처받은 자연을 치유할 수는 있다. 따라서 피해를 복구하는 것은 물론, 그 파급효과를 줄일 수 있는 “자연복원”을 제안하고자 한다.
![]() |
▲ 사진1 극심한 대기 및 토양오염으로 생태계가 파괴되어 맨땅이 노출되어 있다(좌)/사진2 극심피해지의 모습. 대부분의 식물들이 죽고 맴고사리 정도만 남아 있다(사진우). |
![]() |
| ▲ 사진3 극심피해지에서 살아남은 뱀고사리와 억새의 모습(좌)/사진4 심피해지의 모습(우) |
![]() |
▲ 사진5 극심한 대기오염으로 높이생장을 하지 못하고 덩굴식물처럼 옆으로 자라는 졸참나무, 그나마 가지 끝은 더 큰 피해로 말라 죽어 있다. |
뱀고사리와 억새가 부분적으로 들어와 함께 그 땅을 지켜보려고 애써 보지만 잎이 붉게 타들어 가며 제 생명을 유지하기도 버거워 보인다(사진3). ‘심피해지’에는 굴참나무, 신갈나무, 소나무, 생강나무, 철쭉꽃, 꼬리진달래 등이 남아있지만(사진4) 공중으로 날아오는 대기오염물질이 두려워서인지 키를 낮추고 가지가 옆으로 자라는 모습이다(사진5).
이뿐만이 아니다. 잎에는 오염물질로 인한 상처로 얼룩져 있고 잎이 누렇게 변한 건 기본이다(사진6). ‘중간피해지’에서는 앞서 언급한 식물들이 어느 정도 키는 컸으나 가지 끝이 말라 죽는 흔적이 여기저기 보인다. 그 숲속을 들여다보면, 고사한 식물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어 과거 오염으로 인한 피해의 실상을 짐작케 한다(사진7).
![]() |
| ▲ 사진6 대기오염 피해로 잎이 타들어 가는 생강나무(좌)/사진7 중간피해지의 모습. 임상식생이 빈약하다(우). |
고사한 식물은 생장하는 식물과 비교해 유연성이 크게 떨어지는데, 숲을 헤집고 다닌 필자의 다리와 허벅지에 의미를 알 수 없는 많은 그림을 남겼다.
![]() |
▲ 사진8 경피해지의 모습. 임상식생이 빈약하고 숲의 바닥에는 과거에 죽은 나무들이 널려 있다. |
‘경피해지’는 얼핏 보기에 피해가 없어 보이지만 잎이 많이 탈색되어 있고 노화도 빨리 찾아와 단풍 시기가 당겨지고 있다(사진8). 엽록소 함량을 재보니 크게 줄어 있다. 숲속을 들여다보면 그 구조가 매우 단순하다. 그 이유를 남아있는 고사체들이 말해준다.
흙의 성분을 분석해보니 피해가 심한 곳은 산도가 높았고 식물들이 필요로 하는 칼슘과 마그네슘함량은 낮았으며, 알루미늄과 같은 독성이온의 농도는 높았다. 그러나 희망적인 것은, 대기 중 오염물질 농도가 크게 높지 않다는 것. 이 정도의 농도에서 식물들이 죽어 나가지는 않는다.
누가 자연을 이 지경으로 파괴했나
석포제련소 주변의 생태계 피해에 대해서, 혹자는 제련소에서 배출한 오염물질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제련소 측에서는 이에 대해 발뺌하며 근거를 대라고 맞서고 있다. 환경개선에서 여러 가지 기술적 진화를 이루어내 오늘날 측정되는 대기오염물질 농도로는 식생피해의 근거로 삼기에 부족하다. 그래도 과거에는 이러한 자료를 수집하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규명이 애매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유의미한 과학적 방법으로 주변 지역과 비교된 식생 피해, 토양오염 실태 그리고 국내·외의 유사사례를 분석해보면, 이러한 피해의 원인을 석포제련소에서 제공하였음은 자명하다.
따라서 이제 소모적인 논쟁을 마무리하고 이 땅의 자연을 살려내는 일에 모두의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 그래야 상처받은 자연도 살아나고 회복된 자연이 주는 ‘생태계 서비스’ 혜택으로 이곳 지역 주민들도 건강을 지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망가진 자연을 되살리는 일은 힘들어지고 불가능해질지 모른다.
생태복원이 꼭 필요한 이유 “하나”
피해 입은 자연을 본래의 모습으로 회복시키는 일을 전공한 필자가 이곳에서 확인한 것은 그야말로 ‘생태지옥’이었다. 울창한 숲으로 덮여야 할 곳이 나무란 나무는 모조리 죽어 없어지고 풀도 말라죽어 맨땅을 드러내고 있었다. 제련소에서 발원한 오염물질로 대기와 토양이 병들었기 때문이다.
![]() |
| ▲ 사진9 산사태로 온 산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
여기저기서 산사태가 발생하고(사진9), 급기야는 열차탈선사고까지. 1930년대 극심한 대기오염으로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간 ‘뮤즈계곡사건’, 구리제련소에서 배출한 대기오염물질로 수십 킬로미터에 걸쳐 생태계가 초토화되었던 캐나다의 ‘서드버리 지역’, 산림의 장승곡이라고까지 불리며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북유럽의 산림쇠퇴 지역을 그대로 옮겨 놓은 모습이다.
다만, 이것은 1980년대 이전의 모습이다. 21세기인 오늘날 석포의 자연이 이처럼 후진적 오염피해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다른 차이라면, 앞서 언급한 지역들은 모두 그런 아픔을 딛고 일어서 철저한 문제 분석과 피해복구 방법을 찾아내 새로운 학문인 ‘복원생태학’을 탄생시켰다. 나아가 그 이론을 바탕으로 학계와 시민이 하나가 되어 세계에서 주목받는 생태복원 사례를 만들어냈다.
결과적으로 오염피해 지역이, 성공적인 생태복원 지역으로 거듭나 이미지 쇄신의 기회가 됐다. 그렇다면 석포는 지금 이 문제를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 |
| ▲ 사진10 온전한 자연의 체계를 모방하여 훼손된 자연을 회복하여 자발적 유지가 가능한 생태계를 어루어내는 의미를 갖는 복원이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벌였지만 산능선에 하천변에 자라는 비수리를 심어 놓고 있다(좌)/(우) 농작물 (조)를 심어 놓고 있다. |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관리하고 감독하여야 할 정부의 태도는 또 어떤가. 책임을 회피하려는 업주의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혹시라도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그렇다 보니 국민의 혈세를 써가면서 수행한 연구 결과지만 발표조차 못 하고 있다. 선진국의 사례처럼 시민과 전문가가 지혜를 모으고, 기업과 정부의 재정적 지원 그리고 국회의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되어 ‘생태지옥’을 ‘생태천국’으로 바꾸어야만 한다. 그것이 ‘사람과 자연이 공생하는 국토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슬로건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생태복원을 해야 하는 이유 “둘”
석포제련소의 오염물질 배출이 세상의 주목을 받은 덕분에 낙동강 상류의 하천을 상세히 조사할 기회를 가졌다. 조사를 해보니 이곳의 하천은 우리나라에서 거의 유일하게 자연하천의 모습을 비교적 온전하게 간직하고 있었다. 수로는 구불구불 불규칙적으로 흐르고, 그 안에 담겨있는 바위와 돌이 그 흐름에 변화를 주면서 다양한 미지형 또한 연출하여 고도의 생태다양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자연하천 단면을 유지하고 있기에 강변식생의 배열 또한 온전함 그 자체였다. 물이 휘감기는 구간에서 물이 부딪치는 부분에는 급한 단면이 만들어져 물푸레나무, 가래나무, 신나무, 소나무 등 큰키나무가 바로 출현하고, 급경사 암반에는 돌단풍이 붙어나며, 그곳에 틈이 생기면 비비추, 산철쭉, 참나리 등도 어우러지며 멋진 생태정원을 이루어낸다.
![]() |
▲ 사진11 온전한 강변 식생을 보유하고 있는 석포제련소 주변의 자연하천 모습. |
나아가 이들은 가래나무, 귀룽나무, 층층나무, 물푸레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 등으로 이루어진 산림식생과도 끊어짐 없는 연결을 이어가며 온전하고 건강한 자연경관의 모델을 이루어내고 있다. 이처럼 귀중한 자연하천을 지켜내야 전국에 널려 있는 병든 하천을 고칠 정보라도 확보할 수 있다.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