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한민국의 숲이 조선의 숲을 닮아가고 있다!

김명화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0-10-05 13: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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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석 교수_서울여대 생명환경공학과

 

20세기 초에 만들어진 조선의 지도를 분석해보면, 우리들의 막연한 상상과 달리 조선의 숲이 매우 열악했음을 알 수 있다. 서울 주변에서 농경지도 아닌 곳에 초지가 보이고, 지역에 따라서는 나지가 차지하는 면적도 넓었으며, 소나무림이 차지하는 비율도 지금보다 높았다. 주택이나 의복의 여건은 지금보다 열악했었는데 기후는 더 추웠을 터이니 땔감이 많이 필요했을 것이고 연료는 화목이 주류를 이루었을 것이기 때문에 산림이용이 많았던 데서 비롯된 결과로 추정할 수 있다.  


▲ 1970년대 초에 촬영된 황폐했던 우리나라 산의 모습(위)과 숲 바닥에 다양한 자생식물의 정착을 유도한 아까시나무 조림지의 모습(아래). 이 사진은 필자가 국제저널 Forest Ecology and Management에 실은 논문에서 발췌하였다.

 

역사적 기록에 보면, 일제 강점기와 한국 전쟁을 겪으며 산림이 더 황폐해졌다고 기록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는 이처럼 황폐한 산림을 푸르고 울창한 숲으로 바꾸는 역사를 썼다. 우리가 이루어 낸 이러한 국토녹화사업은 세계로부터 대규모 녹화사업의 모범적인 성공사례로 인정받고 있다.  

 

▲ 낙엽활엽수림으로 천이가 진행 중인 리기다소나무 조림지. 필자는 이 과정을 분석한 논문을 국제저널 Forests에 실었다.

 

사방공사를 통한 식재기반 다지기 후 우리는 아까시나무, 리기다소나무, 일본잎갈나무, 잣나무, 물오리나무, 사방오리나무 등을 도입하여 산사태를 막고, 이 땅의 흙이 씻겨나가는 것을 가로막아 그 숲의 바닥에 우리나라 고유의 자생식물이 정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다. 그 때 우리 국민은 높고 험한 산을 마다않고 오르내리며 구덩이를 파고 나무를 심는 것은 물론 험한 산을 오르내리며 비료까지 주며 숲을 가꾸어 왔다.  

 

그 뿐만이 아니다. 송충이가 창궐할 때면 나뭇가지로 나무젓가락을 만들어 해충을 집어내며 해충방제를 하였고, 솔잎혹파리가 발생하였을 때는 그 많은 나무들에 주사액을 주입해가며 이 땅의 숲을 지켜 왔다. 그 때 들은 이야기가 있다. 독일 사람들 얘기다. 독일 사람들은 2차 대전 후 엄청난 추위가 닥쳐왔을 때도 나무를 베어 난방을 하기 보다는 옷을 껴입으며 추위를 견디고 숲을 지켜내 오늘의 울창한 숲을 이루어내고, 그런 정신이 원동력이 되어 독일의 경제발전을 이루어냈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또 들은 말은 나뭇잎 수와 돈이 비례한다는 말이었다. 지내놓고 보니 옳은 말이었다.

     
그런 우리의 정성과 정신교육이 우리 숲에 전달되어서일까. 필자가 분석해보니, 이들 조림 숲은 자신이 잘 정착한 것은 물론 우리나라의 자생식물도 잘 보살펴 오늘날은 많은 곳에서 이 땅의 원주인에게 그 자리를 물려주며 정말 멋지고 고마운 세대교체를 이루어내고 있었다. 외래종 중심의 조림지가 자생하는 낙엽활엽수림으로 자발적 천이를 이루어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 숲을 되찾게 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필자 같은 연구자에게는 그 과정을 분석하여 국제저널에 논문을 실을 수 있는 기회도 안겨주었다.


▲ 수락산 능선에서 서울을 향한 사면(위 오른쪽)과 그와 반대의 경기도를 향한 사면(위 왼쪽)의 식생차이를 보여주는 사진. 경기도를 향한 사면에 성립한 식생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는 반면에 서울을 향한 사면에 성립한 식생은 팥배나무가 우점하여 식생의 계층구조가 단순하고 특히 숲 바닥 식생이 매우 빈약함을 보여주고 있다. 아래 사진은 사진을 찍은 능선을 보여주고 있다. 필자는 이 과정을 분석한 결과를 국제출판사 Springer에서 발행하는 책자에 실었다.

 

이처럼 어려운 과정을 거쳐 되찾은 우리 숲이 근래 다시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도시 주변의 숲들이 특히 그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초현대를 살아가는 요즘이고, 그것도 가장 앞서가는 도시이기에 과거처럼 땔감 채취에 기인한 결과는 분명 아니다.  

 

그렇다면 다른 측면의 어떤 스트레스가 발생하여 유발한 결과로 추정할 수 있다. 토양의 이화학적 특성과 기온의 공간분포 양상을 분석해보니. 과도한 자원 이용으로 인한 오염과 기후변화가 원인요인으로 떠오른다.

 

같은 서울 안에서 토양의 pH는 3가량, 즉 H+ 이온 농도로는 1,000배가량 차이를 보여 도심에서는 정상토양보다 pH가 높고, 도시주변에서는 그것이 크게 낮아지는, 즉 산성화되는 경향을 읽을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식물이 많지 않은 도심에서는 식물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칼슘과 마그네슘 함량이 많아지고, 식물이 많아 그들을 필요로 하는 주변의 그린벨트 지역에서는 그 함량이 적어지는 추세를 보였다.

 

반면에, 독성이온으로 식물의 세포분열을 억제하여 그 생장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알루미늄 함량은 칼슘이나 마그네슘 함량과 반대 추세를 보여 도심에서 적고 주변의 그린벨트 지역에서 많아지는 경향이었다.


토양의 이화학적 특성의 이러한 공간분포는 도심에서 이루어진 과도한 토지이용과 에너지 사용으로 인해 도시 열섬현상이 발생하고 그 영향이 이어져 기온역전층이 형성되면 도시에서 발생한 오염물질이 외부로 확산되지 못하고 도시지역에 형성되는 미기류를 따라 이동하며 나타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더하여 높아진 도시 기온은 토양으로부터 수분소실을 증가시키고, 기온상승으로 팽창된 공기가 그러한 작용을 추가하며 식물이 이용할 수분을 빼앗아가 토양이 간직한 수분함량이 낮아지는 결과도 연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 등산로 주변을 중심으로 팥배나무가 밀생하며 숲을 단순화시키고 있다.

 

그 결과 그렇게 어려운 과정을 거쳐 회복한 대한민국의 숲이 예전에는 보다 안정된 상태로 진행하는 발달과정을 겪었다면, 지금은 그와 반대로 불안정한 상태로 퇴행하는 쇠퇴과정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숲의 쇠퇴과정은 대도시는 물론 중·소도시에서도 발생하고 있는데, 대도시에서는 빠르게 진행되었고, 중·소도시로 갈수록 느려지는 경향이었다.  

 

또 숲이 좁은 면적으로 파편화된 지역에서는 빠르게 진행되고, 그린벨트처럼 숲이 넓은 면적으로 존재하는 곳에서는 느리게 진행되었다. 그린벨트 내에서도 사람들의 직·간접적 간섭이 많은 도시를 향한 사면이나 등산로 변에서는 그 진행속도가 빨랐다. 우리들이 자연에 가하는 간섭이 그러한 변화를 유발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한 숲을 더 자세히 조사해보니 생물의 종류가 크게 단순해져 생물다양성이 크게 감소해 있었다. 생물다양성이 지닌 의미를 생각해보면, 숲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그 숲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으로써 생태계서비스 기능이 위축되어 가고 있다는 의미다. 더 늦기 전에 빠른 대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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