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남자 책임? 여자 책임?

이정택의 성(性)으로 본 인문학
온라인팀 | eco@ecomedia.co.kr | 입력 2016-10-12 11:5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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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문화로 보는 성(性) 인문학 시리즈


​​유사이래, 생명의 탄생 이래 성(性)은 영원한 화두가 되고 있다. 신비로움, 호기심, 생리적 욕구의 중심에 있다. 개인의 삶도, 나라의 역사도, 인류의 문화도 밑바탕에는 성의 물결이 흐르고 있다. 이정택 후후한의원장이 영원한 테마, 성을 인문학 시리즈로 연재한다.  

<81> 결혼은 남자 책임? 여자 책임?
 
한국은 결혼이 늦은 사회다. 서울시의 2015년 통계에 의하면 초혼 연령이 남자 33세, 여자 30.8세다. 이는 서울대 최인철 교수팀의 2014년 조사와도 비슷한 수치다. 조사에서 청춘 남녀는 실제 결혼 계획 나이를 남자 34.8세, 여자 33.7세로 답했다. 한국의 1992년 초혼 연령은 남자 27.9세, 여자 24.8세였다.

만혼 추세는 더 심화될 전망이다. 청년들의 경제적 자립 어려움, 오랜 공부, 개인주의 경향 등이 이유다. 만혼은 저출산과 건강하지 못한 아이 출산 가능성을 높인다. 건강한 아이는 젊은 부부가 낳을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생물학적 건강 측면에서만 보면 20세 전후 여성이 출산하는 게 바람직하다. 지금처럼 30 세가 넘어 결혼해 30대 중후반에 아이를 낳는 것은 권장할 만하지 않다. 오히려 전통시대에 자리 잡은 16세 혼인, 20세 무렵의 출산이 자연스럽다.

만혼의 가장 큰 문제는 기형아 출산 확률 상승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기형아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 비율은 해마다 늘고 있다. 이는 환경오염, 가족력, 고령 출산 등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만혼 출산에서는 남자 보다는 여자 나이가 부담으로 작용한다. 임신의 핵심이 난자이기 때문이다. 여성의 나이가 많으면 난자는 비정상 세포 분열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염색체의 숫자 이상의 질병은 여성과 밀접하다. 21번 염색체 이상인 다운증후군 출산 확률은 20세 1000분의 1, 35세 250분의 1, 40세 70분의 1로 나이가 들수록 점차 높아진다. 그러나 수적 이상이 아닌 다른 염색체 변이는 나이와는 큰 연관성은 없다. 나이 든 여성은 유산도 조심해야 한다. 또 임신 중의 임부가 여러 질환에 노출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는 태아의 건강에도 직결된다. 고령 여성이 임신하면 태아와 본인 모두에게 특별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만혼에 따른 건강하지 못한 아이 출산이 여자 책임으로만 돌려지는 데 대한 반론도 있다. 스웨덴의 한스 엘레그렌 박사 팀은 나이 많은 수컷의 성염색체 돌연변이가 암컷의 것에 비해 6.5배 빠르게 진행된다는 주장을 했다. 기형의 원인 대부분은 유전질환이다. 그런데 나이든 수컷은 염색체의 돌연변이 확률이 높다는 논문이다. 결국 기형아 출산이 나이든 남성 탓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일부 연구에서는 고연령 남성의 정자 돌연변이를 주목한다.

그렇다면 동양에서는 남녀의 책임을 어떻게 보았을까. 공동책임으로 인식했다. 3000년 전의 시가집인 시경(詩經)에 다음 구절이 나온다.
‘부혜생아(父兮生我) 모혜국아(母兮鞠我) 애애부모(哀哀父母) 생아구로(生我劬勞) 욕보심은(欲報深恩) 호천망극(昊天罔極).’ 아버지가 낳으시고, 어머니가 그리셨다. 아, 부모님의 사랑 애닯도다. 낳고 기르시느라 갖은 고생 하셨네. 깊고 넓은 은혜 갚자니 드넓은 하늘 같이 끝이 없네.
 
부모님의 은혜가 끝없음을 노래한 내용이다. 옛사람도 남녀의 생식적 차이를 알았다. 그런데 아버지가 낳고, 어머니가 키웠음을 적시했다. 이는 만물을 음과 양으로 나누는 동양의 사고체계와 연관 있다. 한의학 고전인 ‘황제내경’의 음양응상대론에는 ‘음양이 만물을 변화시킨다. 삼라만상을 살리고 죽인다’고 표현했다.

인간을 포함한 우주만물의 생성과 사멸을 음양의 이치로 파악한 것이다. 양(陽) 기운은 밝음이다. 태양, 하늘, 왼쪽 등으로 만물을 생(生)하게 한다. 음(陰) 기운은 어두움으로 달, 땅, 오른쪽 등으로 만물을 육(育)하게 한다. 음과 양은 대립 관계가 아니고 서로 보완하며 생명체와 우주를 이룬다. 남자와 아버지는 양의 기운이고, 여자와 어머니는 음의 기운이다. 그래서 시경에서는 아버지가 낳으시고, 어머니가 길러다는 표현을 한 것이다.

동양은 자녀출산과 양육은 남녀의 공동 업무로 보았다. 음과 양이 혼자서는 존재할 수 없다. 오로지 둘이 보완될 때만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 의학적으로 해석하면 남자는 정자를 주고, 여자는 난자를 준다. 어떤 정자의 어떤 염색체인가에 따라 태아의 일생이 결정된다. 고유의 염색체를 가진 여자는 남자의 특정 정자를 받아들여 잘 키운다.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 태아의 운명이 달라진다.  결론이다. 출산과 양육은 남녀 공동의 책임이고 기쁨이다. 건강한 아이 확률을 높이려면 남녀 모두 젊을수록 좋다. 


글쓴이 이정택
후후한의원 원장으로 경희한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성의학계에서 시선이 집중되는 한의사로 2013년에 조루증치료 한약 조성물인 기연탕을 특허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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