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이 넘는 팬데믹 속에서도 우리는 삶을 이어왔다. 고통과 절망 속에서도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획기적이고 거침없는 기술의 발전은 오히려 우리가 꿈꾸던 세상을 더욱 앞당기고 있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15년째 발간하고 있는 <트렌드코리아 2022>를 통해 10개의 키워드 두운을 “TIGER OR CAT”으로 잡았다. 팬데믹 이후 상황 변화에 얼마나 잘 대처하느냐, 기업보다 진화의 속도가 더 빠른 소비자들의 트렌드를 어떻게 맞출 것인가에 따라 웅비하는 호랑이가 될 것인지, 주저앉는 고양이가 될 것인지 갈리게 될 것이다.
코로나 이전의 소비수준으로 복귀할 수 있을까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며 ‘코로나 종식’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 시대가 언제 끝날지 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키며 확산을 멈추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보건 의학적으로 종식되는 것과 사회경제적으로 종식되는 것은 의미가 다르기 때문이다.
소비자 구매수준이 코로나 이전으로 복귀할 수 있을지에 대한 대답 역시 쉽지 않다. 지난 2021년 7월 19일, 영국은 백신접종대상 성인의 68.5%가 2차 접종까지 완료한 상황에서 국가봉쇄를 완전 해제하는 ‘Freedom day’를 선언했다. 그러나 영국은 코로나 이전으로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경제전문지 블룸버그에 의하면 대중교통은 84%, 축구관람은 75% 정도에 머물렀으며, 카드사용은 코로나 초기인 전년 동기보다도 8% 낮았다. 이 통계는 우리가 사회적 거리두기 제한으로부터 자유로워지더라도, 예전의 매출로 회복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코로나 이후 ‘보복소비’에 대한 기대가 높다. 시장상황을 빠르게 선행 반영하는 주식시장에서는 이미 여행·항공·숙박·카지노·유통·화장품 등 ‘리오프닝 주식’의 가격은 상승하고, ‘집콕 주식’은 하락하고 있다. 그러나 KPMG가 11개국 500명의 CEO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2022년까지는 비즈니스 정상화가 어려울 것"이라는 답변이 45%에 이른다. 우리나라.미국.유럽 할 것 없이 저축률이 코로나 발생 이전보다 2-3배 이상 증가해 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저축의 증가는 소비의 감소를 의미한다. 2022년 코로나 확산세가 진정되고 보복소비가 이뤄진다고 해도, 전반적인 소비수준이 코로나 사태 이전으로 돌아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변화의 속도 속에서 많은 것을 준비해야 하는 2022
팬데믹에서 살아남고 성장한기업들이 시장점유율을 크게 넓히면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과 플랫폼의 독점 경향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2022년 이후 소비트렌드를 분석할 때 매우 중요한 점은, 코로나의 영향을 대면-비대면으로만 인식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월마트나 스타벅스와 같이 팬데믹 기간에도 크게 성장한 기업의 핵심은 ‘트렌드 대응 능력’이다. 트렌드는 기술, 세대, 경제, 정책, 인구, 문화 등의 다양한 요인의 상호작용으로 형성된다. 2020~21년은 바이러스의 영향도 컸지만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기술적 변화도 가속화된 기간이었다.
미국의 쇼핑 플랫폼 '쇼피파이' 부회장 페이델포드는 "코로나19는 타임머신 역할을 했다. 2030년을 2020으로 가져왔다"고 말한 바 있다. 2022년은 한층 더 빨라지는 변화의 속도 속에서 많은 것을 준비해야 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나노사회
한국사회가 파편화하고 있다. 공동체가 개인으로 조각조각 부스러져 모래알처럼 흩어진다. 나노사회는 사회가 극소단위로 분화됐다는 의미다. 나노사회는 최근 경향성이 강해졌을 뿐만 아니라 다른 트렌드 변화를 추동하는 중요한 동인이 되고 있다. 나노사회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나의 트렌드를 당신이 모르는 것이 요즘의 트렌드”라는 말처럼, 트렌드의 미세화를 촉발한다. 둘째, 개인의 성공과 실패가 각자의 몫이 돼버리면서 디지털 플랫폼에 기반한 긱노동을 마다 않는 노동의 파편화가 강해진다. 셋째, 가정이 분해되고 그 기능이 시장화 하면서, 사회 인프라와 유통업 등 산업이 세분화 된다. 나노사회는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는 경향이 있다. 크로나 블루도 본질에는 나노사회의 그늘이 깃들어 있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우리는 공감능력을 키우고, 다양한 우연적 경험의 폭을 넓히며, 보다 큰 공동체적 휴머니즘 특히 ‘지구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갖춰나가야 한다.
머니러쉬
수입을 다변화, 극대화 하고자 하는 노력을 ‘머니러쉬’라고 부르고자 한다. 돈이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들의 머니러쉬는 주로 ‘파이프라인’이라고 불리는 수입에 초점을 맞춘다. 수입의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자 하는 머니러쉬는 두 가지 이상의 일을 하는 ‘투잡’·‘N잡‘과 부채를 이용해서라도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투자’로 양분된다. 사람들이 수입을 늘리고 어하는 이유는 소비지출에 대한 기대는 크게 높아졌는데 경제 환경은 더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머니러쉬 현상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한국 사회가 그만큼 속물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며, 금리인상이 전망되는 2022년에는 ‘빚투, 영끌’로 표현되는 과도한 레버리지가 위기의 진앙지가 될 수 있다.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머니러쉬 ‘앙터프리너십’을 키우고 자신만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시사점을 준다. 돈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에 불과하다. 머니러쉬 역시 우리가 좇아야 할 ‘성장’과 ‘자기실현’의 수단으로 자리매김해야 할 것이다.
득템력
경제적 지불능력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희소한 상품을 얻을 수 있는 소비자의 능력을 ‘득템력’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과거 신분제 사회에서는 세련된 에티켓이나 문화적 소양 등으로 자신의 지위를 은근히 과시했는데, 이를 ‘보이지 않는 잉크’라고 한다. 득템력은 기본적으로 보이는 잉크이지만, 그것을 알아볼 수 있는 이해력을 가진 사람끼리만 공유되는 능력이라는 측면에서는 보이지 않는 잉크의 측면도 동시에 가지고 있어, ‘흐릿한 잉크’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득템력에는 세 가지 전략이 있다. 우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줄 서고 기다리는 것이다. 매장 오픈 전부터 기다리는 오픈런 등이 이에 해당한다. 다음으로 ‘운’으로 쟁취하는 전략이다. 수량이 한정된 제품에 대해 ‘구매자격’을 추첨으로 선정하는 래플이 예다. 마지막 전략은 득템하고 싶다는 간절함을 증명하는 것이다. 브랜드에서 원하는 구매금액을 채우고, 브랜드에서 요청하는 드레스 코드를 맞추는 방법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득템력이 중요해진 이유는 사치의 대중화로 높은 가격보다 구하기 어려운 아이템이 차별화의 기호가 됐다는 점이다. 아울러 소비자들도 득템의 과정을 즐기고 SNS에 올리는 경향이 늘고 있으며, 한정된 아이템이 투자의 일환이 된다는 점도 들 수 있다.
러스틱라이프
‘러스틱 라이프’란 날 것의 자연과 시골 고유의 매력을 즐기면서도 도시생활에 여유와 편안함을 부여하는 시골향 라이프 스타일을 지칭한다. 러스틱 라이프의 층위는 ‘떠나기-머물기-자리잡기-둥지틀기’의 단계로 다양화된다. 도시를 ‘떠난’ 사람들은 자연에 취하며 휴식을 즐기고, 시골에 ‘머물며’ 색다른 일상을 만든다. 보다 일상화된 러스틱 라이프를 즐기는 사람들은 도촌생활을 병행하기 위해 ‘자리잡기’를 통해 거점을 만드는 것은 물론, 도시에서도 농사를 짓거나 시골에 집을 짓고 나아가 새로운 삶의 터전에서 자신만의 ‘둥지틀기’도 시도한다. 러스틱 라이프는 과밀한 주거·업무 환경에서 고통 받는 대도시에게나, 고령화와 공동화 현상으로 시름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트렌드다.
헬시플레저
소비자들은 더 이상 건강과 다이어트를 위해 고통을 감수하거나 절제하려 하지 않는다. 맛있고 즐겁고 편리해야 한다. 이러한 트렌드를 건강관리가 즐거워진다는 의미에서, ‘헬시플레저’라고 명명한다. 저칼로리로 즐길 수 있는 자극적인 속세 맛의 다이어트 식품이 인기를 끌고, 효율적으로 피로를 관리하기 위해 수면 패턴을 체크하고 솔루션을 찾기도 하며, 심지어는 재미로 보는 운세로 멘탈을 관리한다. 힘들고·어렵고·엄격했던 건강관리가 쉽고 재미있고, 실천 가능한 건강관리로 변모하고 있다. 자신을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MZ세대들의 성향이 헬시플레저의 저변을 넓히는 요인이 되고 있다. 치료에서 예방으로 중점을 바꾸며 건강관리 영역에서도 ‘힙함’이 중요한 선진국형 라이프스타일로 이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시장은 새롭고 트렌디한 건강관리법으로 고객의 변화에 맞춰나가야 할 것이다.
엑스틴 이즈 백
소비의 양적 규모나 질접 파급력으로 볼 때 대한민국 소비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세대는 1965~79년생, X세대다. 그 중에서도 X세대의 핵심을 ‘엑스틴’(X-teen)이라 부르고자 한다. 엑스틴은 70년대 생으로, 경제적·문화적으로 풍요로운 10대 시절을 보내면서 형성된 자유롭고 개인주의적인 성향을 간직하고, 10대 자녀와의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는 세대라는 의미를 포괄한다. 엑스틴이 20대이던 1990년대만 해도, 그들은 '야타족'·'오렌지족' 등 숱한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지금의 MZ세대보다 더 큰 충격으로 세대담론의 출발을 알렸던 신세대의 원조였다. 엑스틴이 40대에 접어들면서 가장 큰 소비력을 갖춘 집단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의 큰 손이자 새로운 서비스를 시장에 안착시켰다. 큰 시장을 장악하려면 엑스틴을 잡아야 한다. 당분간 대한민국 소비시장은 엑스틴이 이끌고 갈 것이다.
바른생활 루틴이
루틴은 매일 수행하는 습관이나 절차를 의미한다. 루틴을 통해 스스로 자기 일상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요즘 사람들을 ‘바른생활 루틴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루틴이들은 자진해서 목표를 만들어 자신을 묶고, 함께 '습관공동체'를 만들어 타인의 도장을 받으며, 하루를 되돌아보고 의미를 부여해, 작은 성취를 확인한다. 루틴이가 늘어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근로시간 축소와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생활과 업무의 자유도가 높아지면서, 자기관리를 단단히 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큰 성공이 어려워진 나노사회에서 자아의 의미를 찾는 방도는 반복되는 일상에서 '미세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다. 루틴이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아무것도 아닌 평범한 인생이지만, 그 인생에 최선을 다 하겠다”는 자기다짐적 삶의 태도다. 기업은 루틴이 소비자들의 성실한 하루를 지원하는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인사 조직 관리에서도 루틴이들의 업무자율성을 보장하는 한편, 이들이 최대한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독려하는 피드백 기반의 상시적 평가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실재감테크
‘실재감테크’는 시공간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완전한 실재감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기술이다. 이는 가상공간을 창조하고, 다양한 감각을 자극하며, 디지털 데이터와 아날로그 방식을 혼합하는 등 인간 생활의 스펙트럼을 확장한다. 실재감테크는 기술적 완성도의 문제가 아니라, 수용자들이 얼마나 몰입하고 그 기술이 제공하는 혜택 속에 실제처럼 존재한다고 인지하느냐의 문제다. 실재감테크는 인간의 여러 감각을 복합적으로 활용하는 다중감각, 바로 지금 일어나고 있거나 현실의 시간 흐름과 동일하게 흘러가는 동시성, 직접 몸을 움직여 집중하는 것에서 가치를 얻는 체험성을 주요 요소로 한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를 몰입시켜 스스로 초월했다는 감정을 갖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존재감 결핍의 해소와 존재감 회복의 욕망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과제가 실재감 테크의 궁극적인 목적이 돼야 한다. 이를 비즈니스에 적용하려면, 소비자가 그 안에 들어가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을 마련해야 하고, 기술 속에서 자기 비즈니스를 어떻게 느끼게 해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며, 진솔하고 즉각적인 피드백이 필요하다.
라이크커머스
‘라이크커머스’는 소비자주도 유통과정을 동료 소비자들의 ‘좋아요’에서 출발한다는 의미다. 초기 인플루언서들이 기성제품의 '판매'에만 집중하던 '세포마켓' 트렌드가 진화해, 기획-제조-마케팅-영업-물류의 가치사슬을 포괄하는, 세포마켓2.0 트렌드이기도 하다. 라이크커머스는 수요망관리가 부각되는 수요견인시장이다. 라이크커머스의 3대 비즈니스 모델로는 △크리에이터가 팔로워의 '좋아요'를 기반으로 수요를 확보한 후, 제조전문회사에 ODM을 맡겨 생산하고, 이를 전문 물류 업체를 활용해 유통하는 C2C 모델 △제조업체가 직접 소비자 ‘선호’를 예측하기 위해 데이터를 확보하고, 유통 마진을 줄일 수 있는 자사몰을 개설하는 D2C 모델 △개별 소비자 ‘수요’를 집결하여, 공동구매 혹은 선주문 방식으로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여 생산단가도 낮추고 재고 부담을 더는 H2H 모델이 있다. 팬데믹의 영향으로 일자리는 줄어들고 비대면은 필수가 되면서, 라이크커머스가 많은 사람들의 경력대안이 되고 있다. “무엇이 나 다운 것인가?” 차세대 유통의 미래는 바로 이 질문에 달려있다.
내러티브 자본
강력한 서사, 즉 내러티브를 갖추는 순간 당장은 매출이 보잘 것 없는 회사의 주식도 천정부지로 값이 오를 수 있다. 내러티브는 발화의 주제가 창의성을 가지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서술하는 것에 방점을 찍는다. 이야기가 표현된 내용 자체라면, 내러티브는 내용을 담는 형식이다. 비즈니스 영역에서 소비자가 공감할 수 있는 내러티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감성과 상징에 어필하는 뮈토스를 발휘하고 △고객공동체와 함께 만들어가는 △세계관적 접근이 필요하다. △고객이 사랑에 빠질 수 있는 로맨스 내러티브를 들려줄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을 맞으며 가짜 내러티브의 확산도 우려되며, 수많은 정보 속에서 진짜와 가짜 정보를 구분하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결국 이를 걸러줄 수 있는 장치를 보완하거나, 가짜 내러티브를 가려낼 수 있는 눈을 스스로 길러야 한다. 정보를 주체적으로 해석하고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미디어 리터러시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2022년을 새로운 도약의 원년으로 삼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나만의 내러티브를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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