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2020년 2월까지 6개월간 호주에서 산불이 발생해 한반도 면적의 85퍼센트 이상이 연소되는가 하면, 시베리아에서는 38도가 넘는 고온 현상이 발생하는 등 지구 곳곳이 몸살이다. 2022년엔 파키스탄에서 일명 ‘괴물 몬순’으로 불리는 물 폭탄으로 1,300명 이상이 사망하고 300억 달러의 손실을 초래했다. 한쪽에서는 산불 화재로 모든 것이 불타버렸고 다른 한쪽에서는 폭우가 쏟아져 모든 것을 삽시간에 쓸어버렸다. 모두 온실가스에 의한 기후변화가 일으킨 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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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
최근 이러한 위기에 직면해 『넷제로 카운트다운』이 초록비책공방에서 발간되었다. 이 책은 이 모든 재앙의 시작점인 산업혁명 시기를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인류가 동면하고 있던 탄소들을 깨워 활개를 치도록 방치하며 문제의 심각성을 키워왔는지 200년간 인류 사회가 걸어온 흔적을 돌아보며 책임 소재를 묻고 국가 간 분야별 배출 현황과 그에 따른 탄소 감축 방안들을 살펴보고 있다. 이상 기후 현상들과 미래 전망, 탄소 배출의 역사 및 현재 현황 그리고 분야별 대안까지 저자는 방대한 자료와 실전 감각을 바탕으로 ‘기후변화와 탄소 중립에 대한 모든 것’을 책 한 권에 오롯이 담았다.
탄소 중립 과제는 단순히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있지 않다. 탄소 배출 감축과 동시에 우리에겐 변화된 기후에도 적응하고 살아남을 전략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저자는 ‘기후테크’라는 새로운 혁신 기술을 통해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한 보다 고차원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선 일상에서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경제를 포함한 전 기구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 이익이 생기지 않는다고 행동하지 않을 것인가. 기꺼이 불편을 감수하지 않고 이대로 살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사라지고 말 것이다.
따라서 책은 2100년 대한민국의 모습을 시뮬레이션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저자는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없이 이대로만 간다면 2100년의 대한민국은 대부분 물에 잠기거나 사막화되어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유목 생활을 할 것이라 예측했다. 남한과 북한의 경계도 오래전에 사라지고 생존을 위한 졸속 통일이 이루어진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2100년까지 가지 않더라도 앞으로 닥칠 재난의 징후들은 많다. 2040년이 되면 폭염으로 서울에 사는 인구 10만 명당 약 220명이 사망할 것이고 2050년 폭염으로 인한 도시의 사망률은 2010년에 비해 37.3퍼센트나 급증하게 될 것이다. 기후변화로 겪게 될 식량난 문제도 심각하다. 과도한 개발과 화석연료의 무분별한 사용은 작물이 생육할 수 있는 환경을 파괴하고 작물 생산량을 급격히 감소시켜 인류 생존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게다가 한국은 쌀을 제외하고 밀이나 콩, 옥수수와 같은 곡물의 상당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수입국이 농업 생산량 감소를 이유로 수출을 금지하기라도 하면 우리나라의 곡물 가격은 상상 이상으로 치솟을 것이다. 그 밖에도 한반도 남부 지역이 아열대 기후로 바뀌면서 모기로 인한 질병인 뎅기열이나 말라리아로 사망자가 늘고 기온 상승으로 개화 시기가 확대된 봄에는 꽃가루에 의한 천식이나 비염 같은 알레르기질환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자정 능력을 잃은 바다도 문제다. 바다는 대기의 열을 순환시켜주는 기후조절자다. 기온 상승으로 그린란드 빙상과 북극 빙상이 녹아 염도가 낮은 물이 북극 지역에 대규모로 유입되면 전 지구적인 해양 컨베이어 벨트의 흐름이 멈출 수 있다. 게다가 기온 상승으로 해수면이 상승해 해양 산성화가 이루어지면 먹이사슬의 가장 아래에 위치한 식물 플랑크톤이 집단적으로 폐사하면서 상위 포식자들도 도미노처럼 사라져버릴 수 있다. 인류는 다시는 스스로 홀로세의 안정기로 갈 수 없게 된다. 인간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아도 지구는 스스로 온도를 올려갈 것이다. 어디를 봐도 미래에 닥칠 재난은 명약관화하다.
저자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자연 생태계의 탄소 흡수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국가 정부 차원의 정책뿐만 아니라 개인 하나하나의 적극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모든 국민이 기후 위기를 똑같은 수준으로 체감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국민 모두가 탄소 중립에 공감하고 동참하려면 일자리 창출을 통한 경제적 지속가능성까지 고민해야 한다. 인간은 논리적 로봇이라기보다는 인센티브에 반응하는 감정적 동물이라는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의 말처럼 단순히 국민적 참여를 독려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탄소 배출이 자신의 직접적인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우리가 흔히 공공재로 인식해온 자연환경을 사유재로 인식하고 개인의 활동으로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면 엄청난 속도의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저자 이진원은 현재 국무총리비서실 국장으로 근무하며 영국에 유학할 당시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 확대와 ‘기후변화법’ 제정 등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영국민들의 노력을 접하면서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의 중요성을 깨달았으며, 이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다양한 노력(규제 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 다른 저자 오현진은 공공기관과 민간 기업의 홍보 마케팅을 모두 섭렵해온 22년차 전략커뮤니케이터로 일상생활에서 가장 중요하지만 어렵게 표현되는 정책을 보다 쉽게 풀어쓰는 방법을 연구하고 시시각각 바뀌는 디지털 미디어 활용법을 고민하는 홍보 전문가이다. 현재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서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사회 전환에 가속도를 낼 다양한 국민 참여 실천 전략을 실현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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