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문화로 보는 성(性) 인문학 시리즈
유사이래, 생명의 탄생 이래 성(性)은 영원한 화두가 되고 있다. 신비로움, 호기심, 생리적 욕구의 중심에 있다. 개인의 삶도, 나라의 역사도, 인류의 문화도 밑바탕에는 성의 물결이 흐르고 있다. 이정택 후후한의원장이 영원한 테마, 성을 인문학 시리즈로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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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SNS와 시아버지, 며느리의 소문
조선은 유교국가다. 공자 맹자 못지 않게 주자를 더 신봉하는 나라다. 성리학 질서에서 중요시 되는 게 효와 도덕이다. 비도덕적 행위, 불효 행위를 하면 설 자리가 없다. 이 철학이 우리나라를 예의지국으로 만든 원동력이다.
그러나 긍정 가치관도 잘못 활용되면 독에 불과하다. 비도덕적 사람이 특정 목적으로 상대를 비윤리적 인물로 비난하는 사례가 가끔 발생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악독한 게 상대를 재기불능 상태로 몰아넣는 것이 불륜이다. 특히 인륜상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사이의 불륜관계 설정이다.
선조 6년과 7년 두 해 동안 조선은 발칵 뒤집혔다. 전 현감인 안복이 며느리 금이와의 불륜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며느리와 시아버지의 부적절한 관계는 왕에 의해 무고사건으로 종결됐다. 전직 공무원 안복은 왜 입에 담기도 민망한 모함을 받았을까. 환갑도 지난 노인이 추문에 휩싸인 사건현장으로 시계를 돌려본다.
선조 6년 6월 7일 사헌부가 임금에게 보고했다. “전 현감 안복이 제 아들 안덕대의 아내와 음란하였습니다. 교자(驕子)를 같이 타고 한밤에 바둑을 둔 행적이 있습니다.” 사헌부는 깊은 밤에 교자 속에서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불륜을 저질렀다는 소문을 보고한 것이다.
임금은 크게 놀라 포박 하라고 명했다. 그날 밤, 관원들이 안복의 집을 급습했다. 안복은 담을 넘어 도망가다가 잡혔다. 관원들은 추문이 실제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찔리는 게 있으니까 양반의 체면에도 불구하고 담을 넘은 것으로 보았다.
안복은 여론재판을 먼저 받았다. 백성들은 그와 며느리에 대해 손가락질을 했다. “어떻게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 “하필이면 교자에서--- ---.”, “비좁은 교자에서 어떻게--- ---” 등 흥미가 가세해 사건은 일파만파로 퍼졌다.
교자는 가마다. 신분 높은 사람이 타던 교통수단이다. 안복은 깊은 밤에 며느리와 단 둘이 가마 안에 있었다. 그 곳에서 바둑을 두며 불미스런 일을 했다는 게 기소 내용이다. 그런데 가능할까. 교자에는 교군이 있다. 그들이 교자를 둘러매고 이동한다. 불륜은 은밀하게 진행된다. 교자에서의 사랑은 숨길 수가 없다. 교자는 일종의 공개장소로 비밀이 보장될 수 없다.
소설에서도 공개성이 엿보인다. “석성의 아내 유 씨는 시녀를 휘동하여 교군꾼을 불러 교자를 문밖에 대령하게 한 뒤에 대문까지 나가서 홍 통사를 전송한다.”<박종화, 임진왜란>
“두 대감을 태운 교자는 걸음 좋은 교군 넷이 풍우같이 몰아 단숨에 주성에 닿았다.”<현기영, 변방에 우짖는 새>
체포된 안복은 신문을 받았다. 그는 사건 자체를 부인했다. 야반의 월담에 대해서도 ‘죄가 없지만 일단 피하는 게 본능’이라고 항변했다. 소문의 진원지인 안복의 첩과 집안 노비, 사돈인 송찬의 노비를 문초했으나 안복의 혐의에 대한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조선시대에도 죄는 자백이나 근거가 있어야 인정된다. 의금부는 그의 죄를 밝혀내지 못했다. 임금은 안복의 석방을 명했다.
그러나 안복은 며칠 뒤 다시 국문을 당한다. 며느리 간음은 하늘 아래 용서될 수 없는, 천륜을 범한 죄라는 여론이 인 탓이다. 국문은 국왕의 명령으로 중죄인의 죄를 밝혀내는 것이다. 임금이 직접 신문하는 친국(親鞫)과 의금부나 사헌부에서 일반 죄인을 신문하는 정국(庭鞫)이 있다. 왕은 국문 결과에 따라 최종 판결을 한다.
국청에서도 안복은 사건을 부인했다. 전통시대에는 자백이 유력한 증거였다. 일부 관료들은 안복을 헛소문의 희생양으로 동정했다. 유교 사회에서 명분과 현실이 충돌하면 승부는 거의 예정돼 있었다. 명분파가 승리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좌의정이 사직하게 된다. 사헌부와 사간원이 사건을 다룬 책임자인 좌의정이 죄인에게 온정적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다음해인 7년 3월 14일, 사건은 반전된다. 안복의 다른 며느리가 무고혐의로 조사받는다. 왕은 사건 재조사를 지시한다. 왕은 “안복의 다른 아들인 존대의 아내가 자신의 혐오 때문에 터무니없는 말을 조작해 시아비를 모해하려 한 듯하다. 강상(綱常)의 큰 변이다. 매우 놀라서 듣는 사람들이 통분해 한다. 잡아다가 그 연유를 끝까지 추국해야 한다”라고 지시한다.
안복 사건은 며느리의 무고로 결론 났다. 며느리가 동서와 시아버지를 불륜으로 몰아세운 것이다. 인간 사회에서는 별별 일의 개연성이 있다.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추문도 그 중의 하나다.
전승설화에 도깨비불이 있다. 과부와 시아버지가 살았다. 이 집에 원인불명의 불이 자주 일어났다. 사람들은 도깨비에 의한 귀화(鬼火)라고 했다. 도깨비가 불을 내고 여인을 겁탈했다는 소문이 났다. 얼마 뒤 여인은 임신을 했다. 사실은 며느리가 범인이었다. 시아버지와의 간통으로 임신하자 이를 숨기기 위해 도깨비를 핑계 삼은 것이었다.
이 사건은 SNS상의 헛소문을 떠올리게 한다. SNS 시대는 전파성이 강하다. 특정 목적으로, 거짓으로 올린 글은 자칫 한 인생을 파멸시킬 수도 있다. 진실이 뒤에 밝혀져도 한 번 무너진 인생은 회복불능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 삶은 아름다워야 한다. 진실을 말할 때 삶은 아름답고, 사회는 밝아진다.
글쓴이 이정택
후후한의원 원장으로 경희한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성의학계에서 시선이 집중되는 한의사로 2013년에 조루증치료 한약 조성물인 기연탕을 특허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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