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8일
오늘 아침 일어나자마자 간단한 식사(팬케이크와 구운 토마토를 아주 맛있게 먹고~)를 하고, 아라온 호를 타기 위해 이동했다. 아라온 호를 드디어 타게 되다니!
리틀톤 항에 도착하니 어마어마하게 큰 아라온호가 정박되어 있었다.
생각보다 배 내부구조는 복잡했다. 앞으로 배에 있을 시간이 많아지니까 천천히 보고 연구원분들에게 물어봐야겠다.
아라온호의 음식은 정말정말 맛있다! 비행기에서 기내식으로 비빔밥을 먹은 뒤로 처음 먹는 한식이었는데, 진짜 맛있었다.
특히 저녁에 나온 돼지국밥은 내가 먹어본 국밥, 순대국, 해장국 중에 제일 맛있었다.
1월 29일
아라온 호에서 첫 아침을 맞았다.
조금은 이른 시간에 아침을 먹기 위해 일어났는데, 창밖을 보니 밖에 갈매기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왠지, 내가 뱃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바깥에 바다와 갈매기 그리고 배들이 보이니까 기분이 굉장히 좋아졌다.
내일이면 드디어 아라온이 남극을 향해 출발하는 날이다. 많은 분들이 뱃멀미에 대해서 걱정하시고, 여기 일등항해사께서 이번에는 날씨가 안 좋아서 파도가 많이 심해진다고 말하셔서 나도 괜스레 걱정이 많이 된다.
1월 31일
오늘은 바로 설날이다! 나는 설날을 아라온 호에서 맞게 되었다.
매일 설날에는 우리 집에서 전을 부치고 차례상 준비에 바빴는데, 이런 날은 처음이다!
오늘은 설날이라서 점심에 떡국이 나왔다. 떡국을 먹으니까 드디어 오늘이 설날이라는 것이 조금 실감이 난다.
설날에는 떡국, 추석에는 송편. 명절 분위기 내는데 이것보다 좋은 게 어디 있을까!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월 4일
어느새 남극에 도착하기까지 이틀밖에 안 남았다. 이제 아라온호에 적응도 많이 되고 주변 분들과 많이 친해졌다.
책을 읽고 있는데 박하동 선생님이 우리를 조심스럽게 밖으로 불러내셨다. 저 멀리서 첫 번째 빙산이 조그마하게 보이는 것이었다.
나는 너무나 기분이 좋고, 이제 진짜 남극 근처에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 남위 60도 이상일 때 보통 남극권이라고 말을 하고, 남위 64도 이상일 때는 진짜 남극이라고 한다고 했는데, 우리가 오늘 약 남위 65도였으니까 정말 남극에 들어온 것이었다.
아라온호가 장보고기지에 가까이 가고 있음을 몸소 느끼게 되니 월동대원님들이랑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월동대원분들은 다행히도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셨고, 최영수 대원님으로부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다가 갑자기 세배가 시작되었다.
2월 7일
드디어 아라온호에서 하선하는 역사적인 날이 밝았다. 현재 남극은 24시간 밝아있다. 드디어 백야를 경험하는 것이다.
우리는 남극 대륙의 땅을 밟았다. 이로써 우리는 대한민국에서 남극대륙의 땅을 밟은 최초의 청소년이 되었다.
아직 장보고과학기지가 완공되지 않은 상태여서 우리는 임시 가설숙소에서 지내기로 하였다.
가설숙소라고 해서 생활이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사실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주위의 많은 분들이 신경써주신 덕분에 나는 정말 안전하고 편안한 곳에 머무를 수 있었다.
2월 8일
오늘은 사실, 내가 제일 기다려왔던 날이다. 오늘이 바로 아델리 펭귄 서식지를 가고, 맬버른 화산을 탐방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에 배낭을 메려다 짐이 되는 것 같아 백진이 가방에 비상식량과 내 모자 등을 넣었는데 이종익 박사님께서 남극에서 조난을 당할 경우에 본인이 먼저이기 때문에 본인의 짐은 본인이 챙겨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이곳이 남극이라는 극한 환경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며 다음부터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월 9일
오늘은 정말 운이 좋았던 날이다.
오후에는 날씨가 너무 좋아져서 김정훈 박사님과 함께 남극의 매라고 불리는 스쿠아(남극 도둑 갈매기) 답사를 나갔다.
지금 남극은 번식기가 많이 지난 시기라 알이나 작은 스쿠아 새끼들을 볼 수 없었지만, 그래도 많은 새끼들을 볼 수 있었다.
조류연구라니.... 원래는 내 생각 밖에 있었던 연구이지만 실제로 보니까 정말 멋있고, 또 새들도 무척 귀여워서 갑자기 극지조류 전문가가 되고 싶어졌다.
이후 일정도 완전히 행운의 연속이었다.
박사님께서 해안가에 있는 해표를 보시더니 그 쪽으로 가자고 하셔서 해표를 볼 수 있었다.
우리가 본 해표는 해안가에서 여유롭게 자고 있는 웨델해표였다.
우리가 가서 놀랐던 것 같기는 했지만, 땡그란 눈으로 우리를 순하게 쳐다보았는데 너무 귀엽고, 또 어린 아기를 보는듯한 느낌이었다.
장보고과학기지에서 조금 더 나아가게 되면 독일 하계기지인 곤드와나 기지가 있는데 그 쪽에서 위를 보다가 한 마리의 황제펭귄이 조그마한 빙하 위에 서있는 것을 보았다.
남극 대륙의 황제펭귄이라니...! 우리는 정말 허겁지겁 푹푹 빠지는 눈을 헤집으며 황제펭귄이 있는 곳으로 갔다. 음.. 황제펭귄의 색은 정말 예쁘다.
2월 10일
어제 밤부터 불었던 카타바틱 바람이 오늘 아침까지도 계속 불고 있었다.
말로만 듣던 카타바틱 바람을 체험하기 위해서 나와 백진이는 눈이 잔뜩 쌓인 숙소 옆에 가보았다.
카타바틱 바람은 산등성이를 넘어서 부는 강한 찬바람인데, 블리자드와는 다른 카타바틱 체험 후기는 정말 추웠고, 눈이 내리지는 않지만 바람과 함께 눈이 몰려오면서 얼굴을 눈 결정이 때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2월 12일
오늘은 우리가 남극에 있는 마지막 날이다! 그리고 준공식 행사가 있는 날이기도 하다.
그 동안 장보고과학기지를 지으신 분들은 아마 오늘이 이곳에 있으면서 제일 기쁘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는 준공식하기 전에 행사 장소에 먼저 가서 어제 썼던 글과 사진을 타임캡슐에 넣었다.
월동대분들도 사진과 함께 각자의 다짐을 적은 편지를 타임캡슐에 넣으셨고, 한국에서 전달된 월동대원에게 보내는 응원의 카드들도 함께 넣어졌다.
준공식이 끝나자마자 우리는 바로 아라온호로 이동했다.
다시 보는 아라온호가 마치 원래 우리 집이었던 것처럼 반가웠지만, 기지에서의 짧은 생활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2월 14일
이제 남극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1박 2일 동안의 비행기 여행이 시작되었다.
아침 일찍 아라온호에서 일어나 우리는 헬기를 타고 페가수스 활주로로 이동했다.
페가수스 활주로는 미국에 있는 비행기 활주로인데, 새삼 미국 역량에 대해서 놀란 부분이었다. 얼음 위에 비행기 활주로를 만들다니...
마지막 날. 새벽부터 공항으로 이동하였다. 오클랜드에서 한국까지는 약 12시간 동안 비행기를 탔는데, 출발할 때 비행기가 낯설었던 내가 아니다!
책도 읽고, 주는 기내식도 다 먹고, 영화도 보고, 잘 자고, 인터뷰 준비도 조금 하고. 갈 때는 12시간 보다 더 적은 시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조금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올 때는 오히려 너무 짧은 시간이라 생각되었다.
아득했던 3주가 지나고 이제 다시 원래대로의 일상으로 돌아 갈 시간이다.
다들 남극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면 한동안 멍하다고 하셨는데, 나 또한 그럴 것 같다.
이제 앞으로 또 바쁜 시간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조금만 쉬고 다시 원래대로 열심히 해야겠다. ^^
3주 동안의 남극여정을 마무리하며...
3주 동안의 다이나믹!!, 스펙터클!!한 남극 여정을 마무리 하려니 참 기분이 이상하다.
남극에 가는 날을 오랫동안 기다려서인지 아직도 남극에 가야할 것 같고, 아직 경험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면 나는 또 무엇을 하고 있을까?
3주 동안 내가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은 전혀 다른 세계였다.
남극에 도착해서는 지구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빙하는 하얗고, 또 만년빙은 에메랄드 빛 푸른색이었고, 빙하 안에는 마치 둘리가 살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곳에서 본 펭귄은 사람이 가까이 가도 도망가지 않아서 친구 같이 느껴졌고, 또 동물원에서 보지 않고 직접 눈 위에서 펭귄을 보니까 진짜 남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맨 처음에는 블로그를 통해서 홍보활동을 할까 생각했었는데, 블로그, SNS 등의 온라인 홍보는 물론, 남극 자체에 그리고 다른 많은 자연과학에 대해서 알릴 수 있도록 나의 고등학교 후배들에게 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전해 주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남극과 기후변화, 그리고 자연과학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글 : 조부현
사진제공 : 극지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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