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 세계가 지켜본다 “DMZ 생태보고”

근시안적 개발보다 생물다양성으로 경제가치 키워야
김명화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19-09-27 09:3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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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석 교수_서울여대 생명·환경공학과

지난달 DMZ 특집을 읽으며 많은 분들이 DMZ의 생태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지켜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지면을 빌어 감사와 존경을 표하고 싶다.

우리가 DMZ 일원을 세계적인 생태보고로 표현하는 이유는 높은 생물다양성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곳이 높은 생물다양성을 보유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그림 1. 한반도의 지형 (왼쪽)과 토지이용유형(오른쪽)을 표현한 지도. 지형도에서 동고서저의 한반도 지형을 확인할 수 있고, 토지이용유형도에서는 토지이용 강도가 동부와 비교해 서부에서 높아 그것이 지형조건에 의존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반도는 동쪽은 고도가 높고 경사가 급하며 서쪽은 고도가 낮고 경사가 완만한 동고서저의 지형을 유지하고 있다(그림1). 이러한 지형조건의 영향으로 고도가 낮고 경사가 완만한 서부는 개발이 용이하여 과거에는 농경지로 그리고 오늘날은 다양한 도시로 개발되어왔다. 따라서 저지대를 삶의 근거지로 삼고 있는 대부분의 숲은 사라지거나 질이 크게 저하되어 있다. 그렇다 보니 그것에 의존해 살아가던 곤충을 비롯한 작은 동물, 새 등이 사라지고, 나아가 그들을 먹이로 삼던 큰 동물들도 자취를 감추며 생물다양성이 빈약해졌다.


그러나 한국전쟁 종료 후 출입 금지(DMZ) 또는 제한 지역(CCZ)으로 지정된 이 지역은 다른 지역과 달리 인간의 간섭으로부터 벗어나 자연에 가까운 모습을 되찾아 자연의 연속성을 회복하고 있다. 즉 다른 지역은 개발요구도가 높은 저지대가 대부분 개발되어 고지대의 자연이 잘 보존되어도 서식처 단절로 인해 생물의 종류가 줄어들고, 남아 있는 생물들도 자연 보존의 측면에서 가치가 떨어지는 생물, 예를 들면 안정된 서식처를 필요로 하는 정주종 보다는 방랑종들로 바뀌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DMZ와 민통선 북방지역(CCZ, Civilian Control Zone)은 저지대의 자연이 회복되어 생태적 공간이 거의 단절되지 않고 연속성을 유지하며 생물다양성을 확보하는데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다.
 

도시하천 및 농촌 하천의 강변구역과 비교된 민통선북방지역 자연하천의 강변구역. 화살표로 표시한 부분을 하천이 지나가고 양옆의 산과 산 사이를 강변식생이 채우고 있는 모습을 주목해주기 바란다. 한국을 비롯해 논농사 중심지역의 하천은 대부분 범람원을 논으로 전환하여 하천의 폭이 크게 감소되어 있다. 오늘날은 그러한 지역이 도시화 지역으로 전환되면서 강변 식생이 크게 훼손되거나 파괴되어 그것을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감소하였다. 지금까지 강변구역은 주로 이용과 재난 방지의 측면에서 관리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생물다양성 보존과 생태계서비스 확보 차원에서 그것의 중요성이 재평가 되면서 그 복원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가짜 복원을 업으로 삼아 이익을 챙기는 업자들과 그것을 방조하는 해당업무 담당자들에게 자발적 복원을 성실히 이루어내고 있는 DMZ와 그 주변지역을 그들의 스승으로 삼을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서식처 다양성과 질 고려돼야
생물다양성을 논할 때 우리는 흔히 종 다양성을 염두에 두지만, 그들이 감소하게 된 주요 배경이 서식처 파괴와 파편화로 인한 서식처 질의 저하라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생물다양성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서식처 다양성과 질에 대한 고려가 중요하게 다루어질 필요가 있다. 나아가 생물다양성의 미래를 대비하는 유전적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도 서식처 다양성의 확보는 필수적 요구사항이다.


DMZ 벨트는 한반도의 중앙을 동서로 가로질러 설정되었으니 한반도에 성립할 수 있는 모든 서식처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한 잠재적 서식처가 자연의 과정에 맡겨진 60여 년의 세월 동안 실제 서식처로 복원되었으니 서식처 다양성이 높고, 그것은 DMZ의 높은 생물다양성을 이루어 낸 첫 번째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DMZ를 원시상태의 자연을 보존하고 있다고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생태학이라는 학문의 기준으로 볼 때 그러한 표현은 다소 어색하다. 엄격한 의미로 원시상태는 인간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은 상태를 의미한다. 조금 느슨한 기준을 적용해도 인간의 직접적 간섭을 받고 오랜 세월이 흘러 천이 후기단계 정도의 생태를 유지하고 있는 곳 정도가 된다.

민통선 북방지역의 강변식생. 하천의 상류구간으로 신나무가 우점하고 있다.
우수한 강변생태계로 생물다양성 높아
한국전쟁이 종료되고 이제 66년이 흘렀다. 사람으로 치면 환갑이 넘은 시간이니 오랜 세월로 볼 수 있지만 자연의 기준으로 보면 아직 생태계가 안정상태를 이룰 만큼 긴 시간으로 보기는 어렵다. 더구나 사람들이 사는 보통의 환경과는 차원이 다르긴 해도 이곳에서도 인간의 간섭이 지속되어 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서도 다른 곳이 있다. 하천과 그 주변의 습지다. 하천과 그 주변은 비가 올 때면 물이 모여드는 모든 지역, 즉 유역(watershed)으로부터 온갖 물질이 몰려드는 곳이기 때문에 땅이 기름지다. 그 덕에 식물들이 잘 자란다. 먹이가 풍부하니 동물들이 몰려오는 것도 당연하다. 따라서 강변생태계는 주변의 다른 생태계보다 생물다양성이 크게 높다.

 

또 하나 차이가 있다. 몬순기후체제 하에서 이곳은 매년 장마철 홍수라는 교란을 경험하기 때문에 매우 역동적이다. 따라서 여기서만큼은 앞서 언급한 자연의 기준으로 본 세월이 인간의 기준으로 본 세월보다 짧게 인식될 수 있다. 하천의 수로에 가까울수록 생태계 구성원의 수명이 짧고 홍수체제에 따라 다양한 수명을 가진 생태계가 성립하다보니 이곳은 서식처다양성도 높다. 따라서 강변생태계의 생물다양성이 높은 것이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DMZ를 원시상태로 표현한 것은 이 강변구역을 대상으로 표현한 것으로 믿고 싶다.

민통선 북방지역의 강변식생. 평지하천으로 버드나무가 우점하고 있다.
생물지리적으로 생물다양성 높아
이에 더하여 강변의 습지는 곤충, 양서류, 파충류, 조류 등 많은 생물들이 번식을 하는 공간이다. 본래 먹이가 풍부한 곳이기도 하지만 여러 생물이 모여 번식을 하는 공간이다 보니 생물들이 번식을 하여 새끼를 키울 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단백질 공급원을 얻기도 상대적으로 쉬운 공간이기도 하다.


게다가 도시나 농촌과 비교해 수역에서 번식해 육역으로 이동하는 통로도 제약을 받는 경우가 드물어 야생의 생물들이 살기에는 더없이 좋은 공간이다. 과도한 토지이용으로 강변생태계가 사라진 우리나라의 다른 지역과 DMZ가 가장 대비되는 공간이 바로 이 강변생태계이다. 이곳이 DMZ 내에서도 그만큼 중요한 생태적 공간이라는 의미다.

 

4대강 사업 시 이처럼 중요한 의미를 담은 강변생태계를 살리자고 주장한 필자를 그 중요성을 전혀 인식조차 못하는 몇몇 얼치기 생태학자가 필자에게 4대강 찬동자라는 주홍글씨를 뒤집어씌우고 있으니 한심할 따름이다. 이 강변구역은 철새들의 삶에도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다. 생태적으로 가치 있는 수많은 철새들이 이곳을 찾고 있는데, 그들이 이곳을 찾고 있는 주요 원인은 먹이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풍부한 먹이는 어디에서 제공되는 것일까? 일차적으로 새들은 농경지의 낙곡에서 먹이를 얻고 있다. 그 다음은 강변구역이 중요한 먹이공급원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강변구역은 교란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곳이다. 이처럼 빈번한 교란은 강변구역에 다양한 천이초기종이 자리잡을 수 있게 하고 있다. 이들 천이초기종은 불안정한 환경에서 종족을 보전하기 위해 번식에 가능한 많은 에너지를 투자한다. 따라서 그러한 식물들은 많은 열매를 맺게 되는데, 그것이 겨울철 이곳을 찾는 철새들의 중요한 식량자원이 되고 있다.


다음은 이 지역의 생물지리적 특성에서 높은 생물다양성의 배경을 찾을 수 있다. 생태이론에서 추이대(ecotone)는 서로 다른 성격의 생태적 공간이 만나는 장소가 된다. 이곳에는 서로 만나는 각 공간의 생물들도 살고, 추이대 고유의 생물들도 살기 때문에 흔히 생물다양성이 높다. DMZ는 북방계 생물의 남방한계선과 남방계 생물의 북방한계선이 만나는 거대한 추이대가 되어 이것 또한 생물다양성을 높이는 중요한 배경이 된다.

민통선 북방지역의 폐경 논이 자연의 과정을 거쳐 오리나무가 우점하는 원 모습을 복원하고 있다.

그 둘레에는 철조망이 설치되어 있고 지뢰지대임을 표시해 놓고 있다. 

생물지리구가 마주하는 거대한 추이대
정리하면, DMZ는 한반도의 중앙을 동서로 가로질러 위치하고 60년 이상 비교적 자연에 가까운 상태로 유지된 관계로 한반도에 성립 가능한 모든 서식처가 단절되거나 사라지지 않고 온전하게 연결되어 생태적 다양성이 높고 건전하다. 또 60년 이상 자연의 과정에 맡겨져 그 밖의 지역에서 사라진 강변생태계라는 풍요로운 생태적 공간을 회복하고 번식을 위한 공간을 확보하였으며 홍수라는 교란체제가 또 다른 다양성과 함께 먹이공급원을 제공하며 다양한 종류의 생물들을 끌어들였다.


이에 더하여 이 지역은 생물지리구가 마주하는 거대한 추이대로서 다양한 생물들을 추가하고 있다. 그 결과 두 지역을 합쳐야 남한 면적의 1% 수준에 지나지 않지만, 그곳에 사는 식물, 새, 포유동물, 어류, 양서류, 파충류 및 곤충은 각각 남한 전체에 출현하는 각 분류군의 약 40, 5, 70, 60, 80, 60 및 10%를 차지할 정도로 생물 다양성이 높다. 지구상에서 생물다양성이 특별히 높은 열대지역에 붙여지는 이름을 모방하면 가히 온대의 생물다양성 핵심지역 (biodiversity hot spot)이라 부를 만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러한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 중요성을 한번 비유해보자. 우리들은 온갖 첨단소재로 중무장을 하여야만 안전하게 우주에 갈 수 있다. 우리 지구가 그러한 준비 없이도 사람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공간으로 변한 것은 생물다양성을 이루는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가면서 그 환경을 개선해 놓은 덕분이다.

지구환경위기 생물다양성으로 해결 가능
지금 기후변화를 비롯한 각종 환경문제로 지구환경이 위기를 맞고 있다. 과거의 열악했던 지구환경을 지금처럼 온화한 모습으로 되돌렸듯이 생물다양성은 오늘 우리가 맞고 있는 지구환경위기를 해결할 유일한 수단이다. 우리의 미래 환경에서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높은 생물다양성이 우리의 DMZ와 민통선 북방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더구나 이처럼 높은 가치가 있는 생물다양성은 우리 민족이 한국 전쟁 중 흘린 피의 대가로 얻은 선물이기에 더욱 가치 있다.


앞의 내용과 다소 중복되지만 DMZ가 중요한 또 한 가지 이유가 있다. 한국전쟁은 지금까지의 전쟁 역사 중 가장 치열한 전쟁 중의 하나로 기록되어 있다. 그처럼 치열한 전쟁을 치른 현장이었지만 60여 년에 걸쳐 진행된 자연의 노력덕분에 그곳은 전쟁 이전의 모습을 넘어 자연 본래의 모습을 되찾고 있다. 이 처절한 전쟁의 상흔에서 자연이 스스로 이루어 낸 이런 자발적 복원(passive restoration)의 모습은 세계적으로 드문 현상이다. 복원은 본래 자연이 스스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모습에서 기원하였으니 세계적인 습지복원모델과 하천 복원모델이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곳의 높은 가치는 다른 요인에서도 찾을 수 있다. 휴전 협정에 따른 출입 제한에 더해 전쟁 당시 폭발되지 않고 남아 있는 폭발물, 적의 침투를 막기 위해 매설된 지뢰 등이 사람들의 출입을 극도로 제한해 이 지역은 전쟁 당시는 물론 전쟁 전에 사람들이 입힌 상처마저도 말끔히 치유하여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거의 되찾았다. 잦은 땔감 채취로 어린 소나무 숲으로 덮여있던 산림은 울창한 활엽수림으로 변하였다. 더구나 골짜기와 산자락 숲까지 되살려 골짜기를 따라 올라가면 가래나무숲, 거제수나무숲, 들메나무숲, 물푸레나무숲, 느릅나무숲, 신갈나무숲 등이 조금의 단절도 없이 이어지며 다양성을 보이고 있다.

DMZ 생태보고는 우리의 ‘자존심’
경작지들도 자연으로 돌아왔다. 특히 논들은 일부는 강변식생으로, 일부는 습지로 장소에 따라 제 위치를 되찾았다. 따라서 국내의 다른 지역에서는 왕릉 앞에서나 겨우 볼 수 있는 넓은 오리나무숲도 이곳에서는 흔히 보이고 있다. 특히 비가 올 때면 집수역의 모든 물질을 쓸어 모으는 하천 주변은 위험지역으로 분류되어 자연의 보존상태가 더욱 좋다. 그곳이 아니면 제대로 된 하천의 모습을 거의 볼 수 없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보니 그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러한 혜택을 이 지역의 생태계 구성원들이 고스란히 수용하고 있다.


필자를 포함하여 몇몇 전문가가 함께 연구한 결과에 의하면, 이 지역의 생태계는 다른 지역과 비교해 먹이사슬의 길이가 길고, 먹이망은 복잡하다. 생태적으로 안정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이 지역의 이처럼 안정된 생태계는 그 자체로 생태관광의 중요한 소재가 된다. 이들은 개발로 얻어지는 근시안적 경제 도구 보다 훨씬 더 오랜 기간 동안 별도의 투자 없이도 우리 곁에서 경제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


우리 민족의 뼈와 혼을 묻고 피와 땀으로 적셔 이루어낸 DMZ 생태보고를 온전히 지켜내고 있는지 세계의 전문가들이 우리를 주목하고 있다. 이곳을 온전하고 건강하게 지켜내는 것은 우리의 자부심이고 자존심이다. 관련 당사자들이 서로 돕고 양보하여 우리의 자존심이 걸린 DMZ 생태보고를 온전하고 건강하게 지켜주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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