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1월 1일부터 음폐수 해양배출이 금지됨에 따라 음폐수를 전면 육상처리 하는 것이 불가능해 지면서 곳곳에서 음식물쓰레기 대란이 일어나고 있다.
준비 없이 시행된 정책, 준비 안 한 민간 탓?
사실 음폐수를 포함한 각종 폐수를 바다에 버린다는 것은 OECD 가입국가 중 우리나라가 유일했기 때문에 국제적인 위상과 환경을 생각했을 때 이를 금지시키는 것이 어쩌면 마땅히 시행돼야 할 일이었다.
따라서 해양배배출 금지 제도를 통해 바다에 버려지는 음폐수의 양을 감축한다는 점은 정부의 좋은 정책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행됐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해양배출로 처리한 폐수는 하수슬러지, 음식물 폐수, 축산분뇨, 산업 폐수 등이었는데 이 같은 항목을 1년에 한 개씩 금지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결국 제일 마지막에 금지된 음폐수는 5년 동안 아무런 준비조차 없이 정책을 맞이하게 됐고, 이에 따른 결과가 음식물쓰레기 대란으로 이어지게 됐다.
이에 대해 정부와 지자체는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민간업체에서 왜 준비하지 않았느냐는 주장을 제기한다. 그렇다면 음식물쓰레기 대란은 정책 시행에 있어서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은 민간의 문제일까.
민간에게 너무 가혹했던 ‘최저입찰제’
이를 두고 업체들은 억울함을 호소한다. 실제 음식물쓰레기 처리업체의 한 관계자는 “5년 전 음폐수 해양배출 금지 정책을 예고했을 때부터 1년에 20%씩 단계적으로 저감하는 정책을 펼쳤다면 지금의 대란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저감할 시간 없이 5개 항목을 1년 단위로 금지하는 정책을 시행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지금까지 민간업체에서 음폐수를 처리할 때에는 최저가 입찰제를 통해 처리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했다. 당시만 해도 해양배출이 가능했기 때문에 시장 가격이 매우 저렴한 편이었고, 이러한 시장 가격에 입찰가를 맞추다보니 시설투자비는 고사하고 처리비용을 맞추는 데만 급급했던 것이 업체의 현실이었다.
이렇다 보니 음폐수 해양배출 금지정책에 대응할 수 있도록 시설에 투자할 비용은 감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만약 1년에 20%씩 줄이는 등 단계적으로 정책을 시행했더라면 업체 측에서도 시설에 투자할 여력이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당시 정부에서 육상처리에 대한 준비 여부를 조사했을 때 민간 업체들의 대답이 ‘YES’였기 때문에 정부 역시 1%의 의심 없이 정책을 그대로 시행했다. 이에 관계자는 “실제로는 육상처리에 대한 준비가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었음에도 준비가 안 됐다고 대답하면 바로 입찰에서 떨어지게 되니 당연히 준비됐다고 대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살아남는 데 급급해 시설투자 꿈도 못 꿔
결국 공공처리시설에는 차고 넘칠 정도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면서도 민간업체에는 너무나 인색했던 정부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음폐수 공공처리시설은 ‘후돈 먹는 하마’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과도한 정부의 지원을 받아왔다.
그러니 굳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거나 음폐수 처리율을 높이지 않아도 걱정이 없었기 때문에 처리량, 처리율이 민간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민간업체들은 최저 입찰가로 운영되다 보니 살아남기 위해 단가 싸움을 하는 데만 집중하느라 여력이 없었다.
심지어 한 업체 관계자는 “제대로 처리했던 업체들은 오히려 다 망했다”고 귀띔했다. 실제 민간업체에서 음폐수를 처리할 때 필요한 비용은 12~13만 원 정도인데, 이 비용으로는 입찰할 수 없기 때문에 양심 있는 업체들은 결국 다 망하게 됐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였다.
때문에 부실시공을 감수하더라도 최소한의 비용으로 처리해야 했던 업체들만 남아서 결국은 공공시설에서도 민간업체에서도 제대로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이 없게 됐다. 물론 현재 운영되고 있는 민간업체 중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우수한 처리결과를 자랑하는 업체들도 있지만 일부는 이런 상황이다.
처음 음식물쓰레기 처리 입찰에 있어서 전문가들의 공정한 심사를 통해 설사 비용이 많이 투입되더라도 제대로 된 기술을 선출해서 운영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러나 제도가 이런 상황이니 제대로 된 기술을 개발한 업체라고 해도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기 때문에 입찰 기회조차 상실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했다.
공공시설에 투입된 예산의 절반, 아니 3분의 1만 민간업체에 지원했더라도 지금의 음식물쓰레기 대란은 피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수처리장-공공처리시설도 결국 ‘한 통속’
현재 음폐수 전량 육상처리를 두고 지자체, 공공처리시설, 민간업체 간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점 역시 문제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음폐수 전량을 공공처리시설과 민간업체에서 100% 처리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지금으로서는 갈 곳 없는 음폐수를 하수종말처리장에서 처리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그러나 하수처리장은 개방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일반적으로 하수처리장에서 처리하는 하수슬러지의 EM농도는 BOD 기준으로 150ppm인 반면 음폐수의 경우 10만ppm에 달한다.
그러다 보니 하수처리장에서 음폐수를 처리하면 미생물에 혼란을 야기하고 문제가 발생하게 될까봐 이를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간업체에서는 음폐수의 EM농도를 충분히 낮춘 뒤에 하수처리장으로 보내겠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지자체와 하수처리장 모두 귀를 닫고 있다.
그나마 서울시에서 하루 350톤까지는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 전부다. 물론 하수처리장에서 일부 음폐수를 맡아 처리하고 있기는 하다. 그 대상은 공공처리시설. 결국 하수처리장이나 공공처리시설이나 한통속이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도 저도 아닌 민간업체는 결국 스스로 투자해서 시설을 확충하고, 처리해야 한다.
한국음식물류폐기물자원화협회 관계자는 “발생한 음식물쓰레기를 공공처리시설에서 맡게 되면 하수처리장과 우선적으로 연결시켜주고, 민간업체에서 맡게 되면 나 몰라라 식”이라며 “어차피 같은 지자체에서 발생한 음식물인데 한 쪽은 되고 한 쪽은 안 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지자체에, 지자체는 민간업체에 책임을 전가시킨다. 사실 지금처럼 음식물쓰레기 대란이 일어난 데에는 음폐수 해양투기 금지정책을 시행한 중앙정부의 역할이 가장 크다. 정부는 결국 모든 피해를 국민이 고스란히 떠안게 됨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해결 방법은 무엇인지, 상황에 대한 더욱 자세한 보도는 다음 호에서 이어가기로 한다.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