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한 미 협 정 을 맺 은 LPP (Land Partnership Plan,연합토지관리계획)에 따라서 2011년까지 34개 이상의 미군기지가 반환될 예정이다. 50년 이상 미군이 사용하던 땅과 시설을 이제 한국 정부에 돌려주고 있으니 다행스럽기는 하지만 마음은 천근만근이다. 중병에 걸린 채 우리에게 돌아오는 땅들의 절규와 고통이 가져올 위험들이 우리 삶을 위협하기 때문일 것이다.
필리핀에서는 92년 철수한 미군기지 땅에 들어가 거주하던 거주민들이 오염된 지하수를 마시고 죽음의 행보를 한 사람들이 수백 명이었다.
2003년 폐쇄된 푸에르토리코 비에케스(Vieques)의 미 해군 훈련장 인근 주민들의 암 발생률은 푸에르토리코 본토보다 28%나 높은 정도였다. 훈련장의 환경오염이 주원인으로 밝혀졌는
데 환경전문가들은 이 지역의 오염정화시기를 최소 20~30년을 예상했다. 그만큼 미군기지의 환경문제는 심각하다 못해 위협적인 수준이지만 미군은 그 지역을 야생동물 보호구역으로 설정하고 민간통제를 할 뿐 정화작업은 아예 시도도 하지 않았다. 미군들이 살다가 떠난 자리는 원형만 바뀐것이 아니라 당장의 위험과 장래의 고통을 안겨줄위험들이 도사리고 있다. 우리에게 돌아올 땅도 마찬가지이다.
반환되고 있는 미군 기지가 유류와 중금속 등 각종 유해물질들에 의해 심각하게 오염되어 중병을 앓고 있다. 2008년 9월 22일,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반환 예정인 미군기지 환경오염조사 결과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환경부에 자료 요청해 얻은 15개 미군기지에 대한 오염조사 결과에서 용산 헬기장을 제외한 14개 미군 기지에서 토양과 수질 오염지역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미군기지로 이용되었던 토양에
서는 주로 석유계총탄화수소(TPH), BTEX, 납, 아연, 카드뮴, 구리 등이 검출됐고, 수질오염원으로는 TPH, 벤젠, 페놀, 테트라클로에틸렌(PCE), 크실렌
등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오염물질인 페놀의 경우 피부조직을 부식시키고 중추신경계를 마비시키는 오염물질이며, 벤젠은 의식상실, 경련 등을 유발하고 백혈구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테트라클로로에틸렌(PCE)은 발암성물질로 분류돼 있으
며, 크실렌은 눈, 코, 목 등 기관지에 심각한 자극을 주며 현기증 구토 증세를 일으키는 오염물질이기도 하다.
토양오염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농촌에서 사용하는 비료로 인한 오염이 크다고 알려졌지만 군 부대 주둔을 통해 이뤄지는 토양오염에 비하면 그 피해는 모래 한알에 비유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렇듯 미군기지뿐 아니라 우리나라 군 부대에서도 유류를 대량으로 사용하고 대규모 병력이 집단적으로 거주한다는 면에서 환경오염이 발생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도 군부대가 주둔하는 군 주둔지가 일반적으로 대규모 오염지로 알려진 화학 공장보다 더 심각한 오염원으로 밝혀졌다.
그간 주한 미군기지는 환경조사나 환경감시를 하기 위해 접근이 허용되지 않았던 치외법권 지역이었다는 점에서 미군 주둔지의 오염이 얼마나 오랜 세월방치되어 있어나 하는 것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주한 미군들이 사용해 엄청난 오염을
발생한 지역에 대해 복원 및 배상의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았다는 것이 더 비참한 문제가 되고 있다.
■ SOFA 4조항에 덮히는 환경정의
우리나라 토양환경보전법에서는 정화책임의 대상이 되는 오염의 정도와 정화의 기준 및 방법 그리고 정화책임을 지는 오염원자 등을 규정하고 있다. 토양환경보전법은 私人뿐 아니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에 모두 적용된다. 주한 미군기지 역시 대한민국 영토이므로 당연히 토양환경보전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오염원인자가 어느 국적을 가졌든 상관없이 정화책임을 지는 토양환경보전법의 영향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미군기지는 정부가 민간으로부터 수용하여 미군이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제공한 토지이다. 이 토지를 무상으로 사용하게 한 우리정부는 오염원인을 제공한 것이 아니라 땅을 제공한 것이고 이 땅을 오염시킨 오염원인자는 주한미군들이므로 법률적으로도 오염원인자인 주한미군의 책임이지만 환경정의 측면에서도 환경오염으로 병든 토양을 복원시킬 의무가 있는 것이다.
2007년 미군기지가 반환되는 과정에서 정화조치 없이 반환되는 미군기지에 대해 여러 가지 문제점이 제기되었다. 반환기지들이 심각하게 환경오염 특히 토양오염이 된 상황에서 오염원인자가 오염을 치유해야 하는 기본 원칙조차 실행되지 않은 채 반환작업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주한미군 측은 1966년에 체결한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서 4조항의‘원상복구 의무가 없다’는 내용을 언급하며 토양오염 복원의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미 대한민국 헌법재
판소에서 SOFA 4조항에 대한‘원상복구 의무없음’에 대해 공여받은 시설과 구역을 오염시킬 수 있도록 규정된 내용이 아니라는 판결도 받은 바 있지만 반환되는 기지의 토양복원에 대한 책임은 여전히 애매한 상태이다.
국내 환경법과 상충되는 주한미군의 자의적인 치유기준과 환경관리로 미군기지 오염문제 해결은 늘 악순환이었다. 주한미군 기지 내부에서 발생되는 환경오염에 대해 우리 정부는 현황파악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사전예방조치는 물론 현장조사나 정화작업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반환 미군기지 환경오염의 근본 원인은 미군이 주둔할 때 환경관리가 부실했다는 것과 조사나 사후처리 등이 엉망이었음을 말해준다. 반환 기지의 심각한 오염상태는 이미 미군이 기지를 사용하던 당시의 오염사고 현황에서도 분명히 드러난 바이다. 환경단체
들이 언론 검색, 현장 조사, 현장 제보 등을 통해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90년 이후 전국의 100여 개가 되는 미군기지와 시설에서 모두 66건의 오염사고가 발견되었고 이 중 77%가 기름유출이었다. 환경부가 작성하여 NSC(국가안전보장회의)에 보고한 보고서(2008년에 작성된 보고서)에 따르면 용산 기지 정화비용만 해도 대략 1,000억 원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했다. 문제는 반환 이후 발견되는 오염은 한국 정부, 지자체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반환 전에 철저한 오염조사를 하고 미군에게 책임을 묻는 일이 필요하다.
■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는 해석
‘환경정보공유 및 접근절차 부속서 A'(2003)에 따르면 반환 전에 한미 공동 오염조사를 하고 오염은 미군이 정화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부속서에 규정되어 있는 105일의 환경조사로는 정밀한 오염현황을 파악조차 하기 힘들며 더욱이 현장조사 기간은 고작 50일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정부의 객관적이고 명확한 오염도 조사를 실시한다는 것은 불가능
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부산 하야리야의 경우에도 환경조사 기간이 너무 짧아 75% 정도만 조사하고 중단하였다.
미군의 환경오염은 우리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늘 은폐되어 왔다. 미군과 한국정부는 SOFA 운영절차 부속서인‘환경정보공유 및 접근절차 부속서 A’7조의‘정보 교환 및 조사정보 배포는 환경분과위원회 양측 위원장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조항을 근거로 정보 비공개의 타당성을 주장해 왔다. 국내 사법부는 이런 태도가 위법하다고 했다. 2007년 6월 13일, 서울고등법원은 환경부가 정보비공개 근거로 든‘환경정보공유 및 접근절차 부속서 A’는 국회 비준이 없는 한미간 합의서로 정보공개법에 의해 비공개 사항으로 규정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또한 정보 공개로 인해 외교협상에 불리한 문제가 발생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정보비공개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그럼에도 그곳은 여전히 신의 영역이었다.
상처만 입고 돌아오는 땅에 대해 그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입장만 주장한다.
작년 기지 반환 이후에 하게 된 내부조사에 의하면반환 협상에서 주한미군 측이 약속했던 8개항조차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오염이 심각한 PCB 품목 제거, 에어컨 냉매제 제거 등의 정화에 관한 약속이었다. 검증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후에 발견되는 오염에 대해 정말 우리 정부가 책임져야만 하는 것인가? 반환기지 치유기준에 대해 우리정부와 주한 미군 측은 동상이몽을 하고 있다.
반환기지 치유기준에 대한 우리정부와 주한 미군측의 주장을 대별해보면 다음과 같다.
주한미군 측은 2001년 한미 양국이 채택한 환경양해각서에서도 같은 내용을 담고 있어 반환기지에 초래된 토양오염의 복원에 대한 총체적인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환경양해각서의 내용중에는 미 국방부 훈련과 일치하는 조항이 들어 있다.“ 미국은 주한 미군에 의하여 야기되는 환경치유는 인간 건강에 대한 공지의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을 초래하는 오염만을
신속하게 처리 수행한다는 정책을 확인한다.”
주한미군 측은 반환기지에서 나타나는 토양오염과 환경오염은 인간에게 급박한 위험을 초래하는 것이아니라고 한다. 이유는 그곳에 거주하던 미군들이 죽지 않았기 때문에. 순진하다고 하기에는 너무 무서운해석이다.
■ 지나간 자리에 남겨진 상처
파주의 미군 병력은 동두천과 평택으로, 춘천 캠프 페이지는 원주 캠프 이글 등 다른 미군기지로 이미 이동했다. 미군은 정화가 늦어져도 경비 비용을 부담한다. 우리 입장에서는 반환 기지의 환경문제를 완전 해결하고, 시민들의 의견 수렴을 통한 활용계획을 세워
야 하는 큰 과제가 있다. 반환된 곳, 반환되는 곳에서 발견되는 오염에 대한 책임으로 각종 비용이 발생한다. 철저한 현장조사를 통해 오염의 정도와 회복의 기간, 회복에 소요되는 비용 등을 정확하게 짚어나가야한다. 아직 이전이 실시되지 않은 지역들에서는 더 그러하다. 오염에 대한 현장조사를 제대로 할 수 없게하거나 오염정화에 대한 약조가 없이는 이전도 허락하지 말아야 할지도 모른다.
필리핀의 경우 반환된 미군 기지의 오염복원에 대해거의 한푼도 받지 못했지만 독일은 달랐다. 독일의 경우, 반환 당시 발생된 오염에 대해 책임지는 것은 물론 그 이후에 드러날 오염에 대한 책임도 주둔했던 미군 측에서 졌다. 라인마인 미공군기지 이전에 관한 협정을 통해 미 공군은 반환 후 3년 이내에 확인되는 환경오염도 치유할 책임을 지고 있다.
또 캐나다의 경우에도 24개소의 미군 부지를 반환받은 후 실시한 오염정화 사업의 비용 일부를 미군으로부터 받은 사례도 있다. 상대국의 경제상황에 따라 다른 두 얼굴을 했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독일이나 캐나다의 경우, 반환되는 미군 기지에 대한 조사와 분석, 대응책 등을 철저히 준비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 역시 이들의 대응방법을 롤모델로 삼을 필요가 있다.
미군은 지나치게 한국의 환경활동가들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처첨 느껴진다. 환경활동가들과 시민단체들이 반미적인 감정이 커 사태를 왜곡할지도 모른다며 정보공개를 거부하는 그들의 모습이 현재의 두려움을 말해주는 것 같다. 영원한 우방으로 좋은 이웃을자처했던 미국이 진정 좋은 이웃이라면 빌려 살았던 땅에 대한 최소한의 존경심을 지니고 살았어야 했다.
지금보다 훨씬 덜 오염시키고 훨씬 빠르게 정화작업을 하고 훨씬 정직하게 대응했어야 했다. 아마 주한미군은 우리정부나 국민의 압력 없이 환경오염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할 것이다. 지금까지 미군기지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은 시민단체와 국회의원, 주민들이었고 그 노력의 결과로 SOFA 환경조항도 생겼다. 노력한 만큼 결과도 따라올 것이다.
반환되는 기지에 대한 문제는 주둔하던 미군들이 한국에 우호적이었느냐, 우방이었느냐 하는 질문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환경정의를 실천하는 성숙한 나라의 모습을 보여달라는 것이다. 자신들이 저지른 토양오염은 한국 내의 문제가 아니라 전지구적인 오염문제임을 생각하고 오염원인을 제공한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정의롭게 책임져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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