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인문학] 홍성재 박사의 모발 문화 탐험
모발은 인상을 좌우하고, 인생에도 영향을 미친다. 동양과 서양,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항산화제와 성장인자 도입으로 탈모 치료에서 한 획을 긋고 있는 홍성재 박사가 동서고금의 모발 문화 산책을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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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원이 엄마의 머리카락
모발의 성분은 케라틴 단백질 80~90%를 비롯하여 수분10~15%. 멜라닌 색소 3%, 미량원소 등이다. 미용실 등에서 자른 머리카락은 쓰레기에 불과하다. 물론 가발의 원료가 되고, 일부 연구진이 화학적 처리를 통해 퇴비 등으로의 활용 가능성도 제기한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경제적 가치가 전무에 가깝다.
반면 심리적 가치는 최첨단 알파고 이상이다. 우리나라 탈모인 1천만 명을 비롯하여 지구촌의 빛나리들의 자존심, 적극성, 삶의 질과 깊게 연관이 있다.
그런데 모발의 진정한 가치는 숭고한 사랑에서 찾을 수 있다. 500년 전의 ‘원이 엄마’의 사랑의 모발이다. 세상에서 가장 가치는 있는 모발은 모든 이의 마음에 진한 감동을 준다.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西域) 삼만리
흰 옷깃 여며여며 가옵신 임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巴蜀) 삼만리
신이나 삼아줄 걸, 슬픈 사연의
올올이 아로새긴 육날 메투리.
은장도 푸른 날로 이냥 베어서
부질없는 이 머리털 엮어 드릴 걸.
서정주의 귀촉도 일부다. 남편의 관에 머리카락을 한 올 한 올 엮어 만든 미투리를 넣어 둔 여인의 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시다. 1998년 경북 안동의 고성이씨 무덤에서 ‘원이 엄마’의 절절한 한글 편지가 출토됐다. 또 한지에 싸인 짚신형 신발이 발견됐다. 삼(麻)과 머리카락으로 한 올 한 올 엮은 미투리는 길이 23㎝, 볼 9㎝이다.
무덤의 주인공은 이응태(1556~1586)로 스물을 갓 넘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졌다. 젊은 아내는 편지에서 머리가 희어지도록 함께 살다가 죽기로 한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적었다. 남겨진 어린 혈육인 ‘원’이에 대한 걱정의 모정도 읊었다. “꿈에 몰래 와서 모습을 보여 주세요”라는 애닮고도 슬픈 간절한 마음을 담았다.

그녀는 남편이 저승길에 신고 가도록 머리카락을 베어 삼은 미투리를 관에 넣었다. 여성의 자존심인 머리카락을 잘라 남편이 좋은 세상으로 가도록 염원한 것이다. 당시의 효도는 부모가 주신 머리카락을 소중히 하는 것이다.
그런데 원이 엄마는 사랑하는 이의 마지막 길을 머리카락 신발로 전송했다. 아마 남편이 아플 때 쾌차를 비는 마음으로 미투리를 틈틈이 엮었던 것이다. 미투리 한 켤레를 싼 종이에 ‘이 신 신어보지도 못하고…’라는 희미하게 남은 문구를 통해 추측할 수 있다.
수백 년이 지나도 애잔한 사랑의 아픔, 그녀의 숭고한 사랑은 모발로 형상화됐다. 탈모인의 머리카락 회복에 앞장서고, 모발 재생을 연구하는 필자는 500년 전의 사랑을 가끔 생각한다.
‘모발은 사랑’이라는 마음을 되새긴다. 숭고한 사랑을 실천하고, 삶의 깊은 의미를 알려주는 한글 편지와 머리카락 미투리는 우리에게 ‘사랑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해준다. <홍성재 웅선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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