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현재와 같은 기후정책 기조가 이어질 경우, 금세기 말까지 전 세계 인구의 28%가 극심한 고온과 가뭄이 동시에 닥치는 복합 극한 현상에 과거보다 5배 이상 더 자주 노출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이 같은 피해는 온실가스 배출 책임이 상대적으로 적은 저소득 열대 국가들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해양대 디 차이 기후과학자 연구팀은 최근 학술지 Geophysical Research Letters에 발표한 논문에서, 현재의 기후·인구 증가 경로가 유지될 경우 2090년대에는 약 26억 명이 이 같은 ‘강화된 고온·건조 극한’에 노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1961~1990년보다 특정 시점에 이런 복합 극한이 발생할 확률이 5배 이상 높아지는 경우를 뜻한다.
연구진에 따르면 더위와 가뭄은 각각 따로 나타날 때보다 동시에 발생할 때 피해가 훨씬 커진다. 고온과 가뭄이 겹치면 산불 위험이 급증하고 농업 생산 차질, 식량 가격 불안, 열 관련 사망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야외 노동자와 물 부족 지역 주민들이 직접적인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실제로 연구진이 전 지구 육지를 격자 단위로 나눠 분석한 결과, 2001~2020년 지구 육지에서는 고온·건조 복합 극한이 지리적 평균 기준으로 연간 약 4차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850~1900년 산업화 이전 시기와 비교해 약 2배 많은 수준이다.
연구팀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6차 평가보고서에 반영된 인구 증가와 지구 온난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8개 기후모델과 152개 시뮬레이션을 분석했다. 이 연구에서 고온·건조 극한은 1961~1990년 기준 상위 10%에 해당하는 높은 기온과 최소 중간 수준 이상의 가뭄이 동시에 나타나는 날로 정의됐다.
그 결과, 현재 추세와 가장 비슷한 시나리오에서는 2030년대에 전 세계 인구의 6.6%가 이런 수준의 노출을 겪는 데 그치지만, 2090년대에는 그 비율이 28%까지 치솟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세기말에는 전 세계적으로 이런 복합 극한 현상이 연평균 10회 가까이 발생하고, 가장 긴 지속 기간도 약 15일에 이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는 최근 25년과 비교해 각각 2.4배, 2.7배 증가한 수치다.
연구진은 이러한 변화의 주된 원인으로 인간의 온실가스 배출을 지목했다. 실제로 자연적 요인만 반영한 시뮬레이션에서는 고온·건조 극한의 빈도나 지속 기간에서 뚜렷한 증가 경향이 나타나지 않았다.
문제는 피해의 분포가 배출 책임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뮬레이션 결과, 모리셔스와 바누아투 같은 섬나라를 포함한 적도·열대 지역의 저소득 국가들이 고소득 국가들보다 훨씬 적은 배출량에도 불구하고 더 심각한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 차이 연구원은 “저소득 국가들에는 매우 큰 불공정이 존재한다”며 “이들 국가는 냉방 설비나 의료 서비스, 비상 물 공급 체계를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 이는 단순한 기후 문제가 아니라 일상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만 연구진은 배출량을 줄이면 상당한 위험을 피할 수 있다고 봤다. 각국이 파리협정에 따라 제출한 기후행동계획과 장기 공약을 충실히 이행할 경우, 세기말에 고온·건조 극한에 더 자주 노출되는 인구 비중은 약 18%로 낮아질 수 있다. 이는 현재 추세 시나리오보다 약 17억 명 적은 규모다.
연구진은 결국 오늘날의 기후정책 선택이 미래 수십억 명의 삶의 질과 생존 조건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 차이 연구원은 “지금 우리가 내리는 결정이 미래 세대의 일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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