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의존 커지는 세계 물순환, 기후위기의 또 다른 경고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6-04-01 22:10:27
  • 글자크기
  • -
  • +
  • 인쇄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지구 온난화가 심화되면서 전 세계 강수 패턴이 점점 더 극한 강우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체 강수량의 많고 적음뿐 아니라, 연간 비의 상당 부분이 짧고 강한 폭우에 집중되는 현상이 확산되면서 수자원 관리와 농업, 인프라 운영 전반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경고다.

미국 미시간대 연구팀은 학술지 Water Resources Research에 발표한 논문에서, 극한 강수 의존 지수(EPDI;Extreme Precipitation Dependency Index)라는 새로운 지표를 활용해 전 세계 강수 변화 양상을 분석했다. EPDI는 연간 총강수량 가운데 가장 습한 날 5%가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지표로, 특정 지역이 폭우에 얼마나 의존하는지를 보여준다.

연구에 따르면 최근 수십 년간 많은 지역에서 EPDI가 이미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간 강수량 중 극한 강수 현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커지고 있음을 뜻한다. 연구진은 이러한 경향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봤으며, 특히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이 3℃를 넘는 시나리오에서는 그 변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강수의 총량보다 분포 방식이다. 비교적 고르게 내리는 비는 토양 수분을 안정적으로 보충하고, 작물 생장을 돕고, 저수지 운영에도 유리하다. 반면 짧은 시간에 집중되는 폭우는 배수 시스템을 압도해 홍수를 유발하고, 폭우와 폭우 사이의 건조 기간을 길게 만들어 물 이용의 불확실성을 키운다.

연구진은 아프리카 사헬 지역과 동남아시아, 북호주, 아마존 유역 등을 EPDI 상승의 대표적 위험 지역으로 지목했다. 기후모델 분석 결과, 이들 지역은 지구 온난화가 4℃에 이를 경우 극한 강우가 연간 강수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5~20%까지 늘어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지역에서는 실제 관측값이 이미 모델 예측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현실의 변화 속도가 예상치를 웃돌고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강수 양상의 변화는 농업 분야에 특히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관개시설보다 자연 강우에 의존하는 농업일수록 폭우 집중과 긴 건조기의 반복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이 고해상도 위성자료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지구 온난화가 1.5~2℃ 수준에 머물 경우 EPDI가 크게 증가하는 빗물 의존 농경지는 4~15%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온난화가 3℃에 이르면 그 비율은 54%로 급증하고, 4℃에서는 거의 96%에 달하는 농경지가 극심한 강우 증가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특히 아프리카와 아시아, 남아메리카의 저소득 국가들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이들 지역에서는 빗물에 의존하는 농업 비중이 높아, 강수의 극단화가 수확량 감소와 토양 침식, 식재 시기 혼란, 농업 인프라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식량 안보와 농촌 생계의 불안정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수자원 인프라도 예외는 아니다. 저수지와 도시 배수시설은 통상적인 강수 패턴을 전제로 설계된 경우가 많아, 폭우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운영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저수지는 홍수 조절을 위해 물을 미리 방류하는 홍수 헤징 방식으로 운영되지만, 강한 폭우가 잦아지면 유출 증가와 도시 침수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 도시 빗물처리 시스템 역시 갑작스러운 집중호우를 감당하지 못해 피해가 확대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런 변화가 모든 지역에서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일부 지역은 극한 강우 의존도가 높아지는 동시에 연간 총강수량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 전체적으로 비가 줄어드는데도 남은 비마저 폭우 형태로 집중되면, 농업용수와 생활용수 확보는 더 어려워지고 물 스트레스는 한층 심화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기후위기의 위험을 단순히 비가 많은지, 적은지의 문제가 아니라 비가 어떤 방식으로 내리느냐의 문제로 확장해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진은 파리협정 목표인 1.5~2℃ 이내로 지구 온난화를 억제하는 것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범위를 넘어서면 극한 강우 의존도가 급격히 높아지며, 그 여파가 생태계와 농업, 수자원 시스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앞으로의 기후 적응 전략은 연간 강수량 변화만이 아니라, 그 비가 얼마나 극한 현상에 집중되는지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특히 물과 식량 체계가 강우의 시기와 강도에 민감한 지역일수록 더 정교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뉴스댓글 >

헤드라인

섹션별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

오늘의 핫 이슈

ECO 뉴스

more

환경신문고

more

HOT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