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태릉골프장 주변 생태 안다면 택지개발은 '안 될 말'

글I 이창석 한국생물과학협회 회장
김명화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0-07-27 19:4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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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석 한국생물과학협회 회장
며칠 전 정부는 그린벨트를 해제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는 곧이어서 다른 택지 개발후보지를 발표했는데, 그중에는 태릉골프장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이 골프장은 그린벨트에 걸쳐 있다. 해석이 필요한 부분이다. 

 

특히 이곳은 골프장이 위치해 있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비무장지대가 연상될 정도로 국내 최고 수준의 자연을 확보하고 있다. 지금은 폐선이 된 경춘선을 따라 흐르는 묵동천에 다가보면 그 폭은 넓지 않지만 갯버들과 버드나무가 자라고 그 아래로 갈풀, 달뿌리풀, 줄, 고마리, 미나리 등이 자라며 하천의 모습을 제대로 유지하고 있다. 

 

▲ 태릉골프장 옆 묵동천에서 번식한 흰뺨검둥오리 가족
홍수 시에는 그 물줄기를 타고 잉어가 올라오는 모습도 보이고, 흰뺨검둥오리가 새끼들을 데리고 헤엄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곳에서는 새들의 번식도 이루어지고 있다. 이 하천의 먼 가장자리에는 쥐똥나무가 무리를 이뤄 평지 습원의 흔적을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철길과 화랑로를 건너 태릉과 강릉 그리고 삼육대학교 캠퍼스로 이어지는 지역에 이르면 평지 습원의 대표 격인 오리나무들이 나타나고, 삼육대학교 캠퍼스를 가로질러 흐르는 계류를 따라가 보면 그들이 줄지어 띠숲을 이루고 있다. 

 

▲ 삼육대학교 캠퍼스 내 계류 변에 성립한 오리나무 띠 숲
▲ 오리나무 띠 숲이 자리잡고 있는 계류 변 습지 모습.

평지를 넘어 우리의 발등 수준의 완만한 경사진 산자락에 이르면 잎이 넓고 잎자루가 비교적 길며 앞면은 짙은 녹색에, 뒷면은 작은 털 때문에 다소 희게 보이는 잎을 가진 갈참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이 숲 또한 성립하는 위치가 우리가 개발하기 좋은 위치이다 보니 오리나무숲만큼이나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숲이 이곳에 성립되어 있다. 삼육대학교 정문을 지나 캠퍼스를 계속 걷다보면 같은 위치에는 갈참나무가 띠숲으로 이어지고 있다. 

 

▲ 삼육대학교 캠퍼스에 성립한 갈참나무숲의 모습

▲  삼육대학교 캠퍼스 진입로를 따라 성립한 서어나무숲의 모습

 

경사가 조금 더 급해지는 사면을 보면 근육이 잘 발달한 사람들의 팔과 다리처럼 울퉁불퉁한 줄기를 지닌 서어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혹자는 대기오염 때문에 천이가 진행되지 못해 이 숲이 보기 힘들어졌다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같은 서울에서도 이처럼 넓은 숲이 유지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보다는 이 숲이 성립할 장소가 개발되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보는 편이 옳다. 

 

▲ 삼육대학교 캠퍼스 내 계곡에 성립한 졸참나무 숲

 

이런 생각을 하며 제명호 방향의 습한 계곡 쪽을 바라보니 또 하나 귀한 숲이 나타난다. 졸참나무 숲이다. 잎의 크기가 다른 참나무 종류와 비교해 작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열매도 많이 열리고 열매의 질은 참나무 열매 중 최고로 인정받고 있다. 대기오염에도 아주 강하여 공업단지 주변의 파괴된 생태계 복원을 위해서는 최적의 식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공업단지 주변의 그 심한 대기오염도 견뎌내는 이 졸참나무가 서울에서는 우리들에게 그 생육공간을 빼앗겨 이처럼 초라할 정도로 작은 면적으로만 숲으로 남아 있다. 

 

▲ 삼육대학교 캠퍼스 내 계류 변에 자리잡은 귀룽나무
▲ 삼육대학교 캠퍼스 내 계류 변에 자리잡은 들메나무

이런저런 숲들을 감상하며 걷는 동안 숲을 이루지는 않았지만 다시 귀한 나무들이 나타난다. 들메나무, 귀룽나무, 가래나무 등이다. 모두 산지 저지대가 그들이 사는 장소이다 보니 그 장소를 사람들에게 빼앗겨 우리 곁을 떠나 있던 식물들이다. 참 반갑고 귀한 식물들이다.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삼육대학교에서는 출입을 자제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고, 서울시에서는 이곳을 경관보존지역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여기에서 ‘경관’이라는 용어는 ‘경치’를 의미하는 일반 용어가 아니라 생태계 복합체라는 전문 용어다. 

 

즉 계류, 평지 그리고 산림생태계가 단절되지 않고 이어져 이루어내는 이곳의 질 높은 생태적 공간을 지켜내기 위한 노력이다. 서울시에서 이곳을 이러한 보존지역으로 지정한 데는 충분한 이론적 근거를 확보하였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1997년과 1998년 2년에 걸쳐 전문가들에게 의뢰해 서울시 산림생태계 정밀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그 결과 이곳의 보존상태가 매우 양호하여 지속적으로 보존할 필요가 있다는 결과를 얻은 데 따른 것이다.


그 당시 얻은 연구결과에는 이곳과 완전히 다른 양상의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즉 서울의 주요 산들에서 새로운 유형의 산림쇠퇴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우리나라 전체에서 뿐만 아니라 서울시에서도 가장 넓은 면적으로 분포하는 숲 중의 하나인 신갈나무 숲이 정상의 상태에서는 신갈나무가 큰키나무 층을 이루고, 당단풍나무, 철쭉꽃, 노린재나무, 단풍취, 노루발풀 등이 각각 중간키 나무 층, 작은 키 나무 층 그리고 풀 층을 이루어 다양하고 복잡한 계층구조와 종 조성을 갖춘 숲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서울의 신갈나무 숲에서는 팥배나무가 과도하게 번성하면서 다른 식물들을 밀어내 숲의 계층구조뿐만 아니라 종 조성도 크게 단순해져 있다는 내용을 그 연구결과는 밝히고 있다. 

 

그리고 그 배경을 과도한 개발에 따른 열섬현상과 이어져 나타나는 기온역전층이 도심에서 발생하는 각종 오염물질과 열을 도시 주변의 그린벨트지역으로 옮겨 가게 하여 나타나는 현상으로 설명하고 있다.

 

태릉골프장이 정부의 발표대로 대규모 택지로 전환되면 그곳에서 발생하는 각종 환경스트레스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곳에만 머물지는 않을 것이다. 지근거리에 있는 서울시를 넘어 국내 최고 수준의 생태적 질을 갖춘 저지대 보존지역이 신갈나무숲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염려된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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