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도시 내 거리 녹지 공간 확대가 열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일정한 효과를 낼 수 있지만, 기후변화로 예상되는 추가적인 폭염 위험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가로수와 거리 식생 같은 녹지 확충이 의미 있는 자연기반해법이 될 수는 있지만, 온실가스 감축과 도시 설계 개선, 건축 자재 개선 등과 결합한 종합적인 적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제응용시스템분석연구소(IIASA)가 주도하고 벨기에 VITO 연구진이 참여한 이번 연구는 학술지 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전 세계 133개 도시를 대상으로 고해상도 거리 녹지 데이터와 100m 해상도의 도시 미기후 모델을 결합해, 거리 녹지가 지역 단위에서 실제로 어느 정도의 냉각 효과를 낼 수 있는지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위성 기반 지표면 온도만 보는 대신, 대기온도와 습구흑구온도(WBGT)를 함께 평가했다. 습구흑구온도는 습도, 바람, 복사열 등을 함께 반영해 실제 사람이 체감하는 열스트레스를 더 잘 보여주는 지표로 꼽힌다.
분석 결과, 거리 녹지는 전반적으로 도시 열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그 효과는 도시별로 크게 달랐다. 열대 및 대륙성 기후에서는 냉각 효과가 상대적으로 더 강하게 나타난 반면, 건조 기후와 온대 기후에서는 효과가 비교적 제한적이었다. 도시 형태도 중요한 변수였다. 연구진은 개방형 저층 지역이나 넓은 저층 지역처럼 녹지가 주변 미기후와 상호작용할 여지가 큰 공간에서 가장 일관된 효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이끈 저자들은 “보다 푸른 거리는 분명 측정 가능한 차이를 만들 수 있지만, 모든 도시에서 동일한 수준의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즉, 거리 녹지의 효과는 기후대와 도시 구조, 주변 환경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맥락 의존적 성격을 지닌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또 각 도시에서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한 최대 수준까지 거리 녹지를 확충하는 시나리오도 검토했다. 그 결과, 2050년까지 ‘현재 정책’ 기후 시나리오에서는 거리 녹지 확대를 통해 예상되는 최대 습구흑구온도 상승분의 약 3~11%를 상쇄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고배출 시나리오에서는 이 효과가 2~7% 수준으로 더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위기가 심화될수록 녹지의 냉각 효과만으로는 증가하는 열위험을 따라잡기 어렵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특히 냉방이 가장 필요한 지역이 반드시 녹지 확장이 쉬운 지역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건조 지역이나 일부 대륙성 기후 도시는 거리 녹지를 대폭 늘리는 데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어, 열 저감 수요와 녹화 가능성 사이에 간극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기존 녹지가 줄어들 경우 상황은 악화될 수 있다. 연구는 관리 부족이나 극한 기상으로 식생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도시 열환경이 한층 더 나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녹지를 늘리는 것뿐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녹지를 유지·관리하는 일 역시 도시 적응 정책의 핵심 과제임을 보여준다.
공동 저자인 VITO의 닐스 수베린스 수석 기후과학자는 “거리 녹지에 대한 투자는 충분히 가치가 있지만, 이를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대신하는 수단으로 봐서는 안 된다”며 “적응 측면에서도 녹화는 도시 디자인 개선, 건축 자재 개선 등 다른 조치와 통합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도시 녹화 정책이 열노출의 불평등을 심화시키지 않도록, 어디에 녹지를 조성할 것인지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폭염 취약지역과 취약계층이 많은 공간에 충분한 녹지 혜택이 돌아가지 않으면, 도시 적응 정책이 오히려 기존 불평등을 고착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동 수석저자인 자코모 팔체타 IIASA 연구자는 “이번 연구는 133개 도시에서 비교 가능한 글로벌 근거를 제시함으로써, 거리 녹지의 가능성과 한계를 보다 명확히 보여준다”며 “더 푸른 거리는 도시 열스트레스 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지만, 더 따뜻해진 세계에서 도시 인구를 보호하려면 보다 포괄적이고 지역 맥락에 맞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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