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문화로 보는 성(性) 인문학 시리즈
유사이래, 생명의 탄생 이래 성(性)은 영원한 화두가 되고 있다. 신비로움, 호기심, 생리적 욕구의 중심에 있다. 개인의 삶도, 나라의 역사도, 인류의 문화도 밑바탕에는 성의 물결이 흐르고 있다. 이정택 후후한의원장이 영원한 테마, 성을 인문학 시리즈로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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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들잎 따다가 연못 위에 띄워 놓고~~.” 요절한 천재 가수 김정호는 버들잎과 소녀, 연못을 통해 사랑을 노래했다. 이름 모를 소녀를 그리워하는 무대는 조그만 연못이다. 밤 깊어 가고 산새들도 잠들어 아무도 찾지 않는 고즈넉한 상상의 시공간이다. 사랑에 취한 남자는 버들잎을 연못 위에 떨어뜨린다. 수면을 유유히 떠다니는 버들잎이 사랑을 전하는 메신저가 되기를 바랐을 것이다. 버들잎은 그의 노랫말처럼 달빛에 젖어 금빛 물결로 바람과 대화했다.
한 문학평론가는 버들잎을 백조로 대치해 풀이했다. 이름 모를 소녀인 백조는 달빛 젖은 금빛 물결을 유영한다. 노래하는 이는 백조를 마음껏 그리워할 수 있다. 평론가의 상상은 백조의 상징성과 연관된다. 백조는 문학에서 종종 나체의 여인을 의미한다. 깊은 밤, 아무도 없는 연못에서 신비한 여체를 상상하는 남자의 마음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선녀의 목욕 모습을 훔쳐보는 나무꾼 처럼.
그런데 버들잎이 왜 사랑의 모티브가 되었을까. 세상에는 화려한 벚나무도 있고, 늘 푸른 소나무도 있고, 늘씬한 대나무도 있다. 멋지고 아름다운 나무들이 지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드나무가 선택된 것은 문화 배경으로 볼 수 있다. 낭창낭창한 버드나무는 여성과 봄을 의미한다.
옛사람들은 세상을 음양오행(陰陽五行)으로 풀이했다. 음으로 분류되는 여자는 나무(木)에 해당한다. 나무는 생명이 움트는 봄과 연관이 있다. 봄은 푸르고, 생명 현상을 촉진하는 해는 동쪽에서 떠오른다. 봄의 식물은 나무, 색은 푸른 청색, 방향은 해 뜨는 동쪽, 남녀는 생산력 있는 여성에 해당한다. 여성의 성적인 면은 춘정(春情), 춘심(春心), 춘풍(春風) 등으로 표현된다. 봄과 연관해 설명한다.
버드나무는 봄과 여성의 상징성을 포괄한다. 생명의 원천인 물가에서 자라는 버드나무는 봄에 제일 먼저 푸른 잎을 발한다. 생명력이 물씬 풍긴다. 또 살랑이는 바람에도 산들거린다. 천상 수줍은 소녀의 모습이다. 여성은 버드나무 처럼 봄에 강한 생명력을 느낀다. 생식력이 왕성하다. 그렇기에 봄을 여성의 계절로 본다. 역학적으로도 버드나무를 봄과 여자에 비유한다.
이 같은 가치관은 우물가 버드나무 사랑 이야기를 만들었다. 고려 태조 왕건이 장화왕후를 만난 장소가 우물가이고, 가슴을 울린 매개체는 버들잎이다. 조선 태조 이성계와 신덕왕후의 사랑의 끈도 버들잎이다. 두 명의 영웅이 나라를 세우기 전, 장군 시절이다. 심하게 갈증을 느낀 장군은 우물가의 처녀에게 물을 청했다. 처녀는 표주박에 물을 뜬 뒤 버들잎을 띄웠다. 급하게 달려온 장군이 물을 마시고 체하는 것을 막기 위한 배려였다.
버들잎은 여인에게 사랑이고 지혜다. 또 사랑하는 이에게 자신을 대신하는 상징이다. 조선 선조 때 함경도 경성의 관기인 홍랑은 북도 평사인 최경창과 연인 관계였다. 좋은 날 뒤에는 아픔의 날도 있고, 만남 뒤에는 헤어짐이 기다리는 게 삶이다. 임기를 마친 최경창이 한양 도성으로 가게 되었다. 홍랑은 님을 전송하며 고죽에 버들잎을 선물하며 시 한수를 읊었다.
산 버들가지 꺾어 님에게 드리옵나니
주무시는 창가에 심어두고 보옵소서
밤비 내릴 때 새잎이라도 돋는다며
소녀를 본 듯이 반겨 주옵소서
버드나무는 남녀의 백년해로 약속이기도 하다. 기러기와 원앙이 버드나무 아래서 노니는 그림이 혼례상에 오르기도 하는 이유다. 홍랑은 버들가지를 통해 백년해로 마음을 표현했다. 몸은 떨어져 있지만 마음이 함께 함을 전한 것이다.
버드나무는 여인이다. 옛사람은 미인의 조건은 버드나무에서 찾았다. 중국의 4대미인 중 한 명인 서시의 가녀린 허리가 버들가지에 비유된 게 좋은 예다. 17세기 청나라 문장가인 장조는 아예 버들가지 몸매를 미인의 필수조건으로 들었다.
아름다운 버들가지를 여인으로 착각한 설화도 있다. 한량이 거나하게 취해 냇가를 건널 때다. 물속에서 처녀가 목욕을 하고 있었다. 한량은 여인의 향기에 취해 밤새도록 사랑을 불태웠다. 아침에 일어난 한량은 기겁을 했다. 옆에는 버드나무만 있었던 것이다. 한량은 이후 남자의 능력을 잃었다.
이익의 성호사설에 의하면 조선의 남녀는 이별할 때 동구 밖에서 버들가지를 꺾어주었다. 여인과 봄을 뜻하는 버드나무는 이처럼 민족의 사랑 애환을 담고 있는 나무다. 이 같은 사랑은 최근까지 버들피리로 전해졌다. 꼬마들은 봄의 문턱에서 버들가지를 꺾어 피리를 만들어 불었다. ‘호드기’라는 전통시대 즉석 악기다.
글쓴이 이정택
후후한의원 원장으로 경희한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성의학계에서 시선이 집중되는 한의사로 2013년에 조루증치료 한약 조성물인 기연탕을 특허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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