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생물다양성 비욘드 내셔널 관할권(BBNJ) 협정, 이른바 ‘공해 조약’의 실효적 이행을 위해서는 과학과 기술, 데이터 공유, 국제적 역량 강화가 핵심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npj Ocean Sustainability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BBNJ 협정은 약 20년에 걸친 협상 끝에 2026년 1월 발효됐으며, 전 세계 해양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공해상의 해양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고 이를 지속 가능하게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 해역은 대부분 아직 충분히 탐사되지 않았지만, 정량화되지 않은 막대한 생물다양성과 자원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연구진은 그동안 협정 이행의 국제정책적 의미를 다룬 논의는 적지 않았지만, 정작 과학이 이 조약의 목표 달성에 어떤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는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국제 해양과학·정책 전문가들은 협정의 네 가지 핵심 축을 중심으로 현재 과학적 지식과 기술 수준, 그리고 앞으로 메워야 할 공백을 폭넓게 점검했다.
검토 결과, 공해 조약의 이행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로는 기본적인 생물다양성 모니터링의 부족, 장기 시계열 자료의 미비, 넓은 공간과 깊은 수심에 걸친 생태적 연결성에 대한 이해 부족 등이 꼽혔다. 특히 광범위한 공해를 대상으로 과학적 자료를 안정적으로 수집·분석하는 체계가 아직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이 한계로 제시됐다.
다만 연구진은 최근 해양 자율운항 선박을 활용한 조사 확대와 인공지능(AI)을 통한 대규모 데이터 분석 등 과학기술의 발전이 이러한 문제를 보완할 수 있다고 봤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BBNJ 협정의 목표 달성에 필요한 과학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해결책 중심 로드맵’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과학·정책 공동체가 조약 이행을 보다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다섯 가지 행동 계획도 제안했다. 첫째, 기존 장기 관측자료와 전통적 분류학 전문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외딴 해역에서의 데이터 수집을 개선할 수 있는 기술 발전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둘째, 글로벌 데이터베이스 간 상호운용성과 공통 메타데이터 기준을 강화해 데이터 공유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셋째, 국가 관할권 밖 해역의 접근성 한계와 재원 부족을 고려해 새로운 자금 조달 방식과 데이터 수집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어선을 연구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등 보다 유연한 접근이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넷째, 기후변화에 민감한 해양공간계획을 설계해 해양환경 변화에 따라 종 분포가 달라지더라도 보호조치가 효과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섯째, 역량 강화와 자원 공유를 위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를 포괄하는 국제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동저자인 매트 프로스트 교수(PML 국제사무소장)는 “BBNJ는 전 세계 해양 보호 목표를 통합하고 달성하는 데 있어 놀라운 기회”라면서도 “규칙을 만드는 것보다 더 어려운 과제는 그것이 실제로 이행되도록 보장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전례 없는 국제 외교적 성과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최고 수준의 과학 데이터, 전문지식, 기술을 전략적으로 동원해야 한다”며 “그동안 자원과 접근성이 부족했던 지역에 대한 대규모 역량 강화도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연구는 제3회 BBNJ 심포지엄 직후 발표됐다. 지난 3월 10일부터 12일까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이 행사에서는 과학자, 정책 입안자, 실무자, 원주민 및 지역사회(IPLC), 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해 BBNJ 협정 이행 과정에서 과학과 지식의 역할을 집중 논의했다.
이번 연구는 공해 조약의 성공 여부가 단순한 외교적 합의에 그치지 않고, 과학적 관측 체계와 데이터 인프라, 기술 혁신, 국제 협력의 수준에 달려 있음을 보여준다. 공해 보호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지만, 이를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할 과학적 기반 마련이 이제 본격적인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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