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산업 폐기물이 단 수십 년 만에 암석으로 변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간 활동이 지질학적 순환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이 발견은 기존의 자연 암석 형성 주기에 대한 새로운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글래스고 대학교 연구팀이 Geology 저널에 게재한 연구에 따르면 최근 영국 웨스트 컴브리아 지역의 더웬트 하우(Derwent Howe) 해안에서 철강 산업의 부산물인 슬래그가 35년 만에 자연 암석과 유사한 형태로 변모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 지역은 19세기와 20세기 동안 제철소가 밀집했던 곳으로, 당시 생산된 약 2,700만 입방미터의 슬래그가 해안에 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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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Geology 저널 |
연구를 주도한 아만다 오웬(Amanda Owen) 박사는 “우리는 암석이 수천 년에서 수백만 년에 걸쳐 생성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이번 연구는 인간이 만든 물질이 수십 년 내에 암석화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발견은 우리가 환경에 남기는 흔적이 얼마나 빠르게 지구 시스템에 통합되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진은 전자 현미경, X-선 회절, 라만 분광법 등의 분석 기법을 활용해 더웬트 하우 해안선 약 2km 구간에 걸쳐 슬래그 암석을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1934년 발행된 조지 5세 동전과 1989년 이후에야 생산된 음료 캔의 알루미늄 탭이 암석 내에 포함돼 있는 것을 확인, 암석화가 최소 35년 이내에 일어났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공동 저자인 존 맥도날드(John MacDonald) 박사는 “이 현상은 인간이 남긴 흔적이 지질학적 기록으로 남는 ‘미시 세계’의 한 예이지만, 그 속도는 전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다”고 밝혔다.
이번 발견은 육상에서 발생한 최초의 ‘급속한 인류화산암 주기(Rapid Anthropogenic Rock Cycle)’를 연대 측정과 함께 완전하게 문서화한 사례로 평가된다. 연구진은 이러한 과정이 철강 산업이 발달한 전 세계 다른 해안 지역에서도 유사하게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연구진은 “슬래그는 암석화에 필요한 원소를 모두 포함하고 있으며, 파도가 있는 해안에서 물과 공기에 노출될 경우 전 세계 어디서든 같은 과정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알칼리성 광산 폐기물 역시 유사한 조건에서 시멘트화가 진행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러한 급속 암석화 현상이 해안 생태계와 생물 다양성은 물론, 해안선 관리와 토지 계획에도 실질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암석화가 단기간 내에 일어나면 기존의 해안 침식 모델이 무력화될 수 있으며, 이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설계에도 재고가 필요하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유럽 내 슬래그 매립지에 대한 추가 조사를 위해 후속 연구 자금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번 발견을 토대로 인간 활동이 자연 순환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면밀히 규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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