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겨울철 폐수에 항우울제 성분이 더 많이 축적되면서 하천과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독성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특히 폐수처리 과정에서 일부 항우울제와 그 분해산물이 충분히 제거되지 않아 수생 환경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코펜하겐대 연구팀은 최근 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발표한 논문에서, 항우울제가 인체를 거쳐 폐수 시스템으로 흘러든 뒤 자연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했다. 연구진은 약 35만 명이 생활하는 코펜하겐 지역의 한 시립 하수처리장에서 채취한 폐수 샘플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겨울철에 폐수 내 항우울제 농도가 더 높아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연구팀의 얀 H. 크리스텐슨 교수는 “사람들이 가장 우울함을 많이 겪는 겨울철에 폐수 속 항우울제 농도가 올라간다”며 “물고기가 항우울제를 섭취한다고 해서 더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며, 이 물질들은 해양 환경에서 오히려 매우 독성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특히 아미트립틸린과 멜리트라센에 주목했다. 아미트립틸린은 항우울제이면서 편두통 예방과 진통 목적으로도 쓰이는 물질이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이들 물질은 담수 생태계에서 어류의 성장 저해와 행동 변화, 조류 및 무척추동물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 연구진은 코펜하겐 폐수에서 아미트립틸린이 평균 리터당 0.39마이크로그램, 멜리트라센이 리터당 0.15마이크로그램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항우울제 분해 과정에서 생성된 4종의 추가 독성 물질도 측정됐다. 연구진은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이 같은 농도가 환경에 실질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공동저자인 셀리나 티슬러 교수는 “검출 수준이 예상보다 높았다”며 “이들 물질은 일반적인 폐수처리 공정을 쉽게 통과하기 때문에, 별도의 제거 기술이 도입되지 않으면 주변 수생 환경을 오염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에 따라 폐수 속 유해물질을 더 효과적으로 감시하고 제거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크리스텐슨 교수 연구팀은 덴마크 유틸리티 기업 등과 함께 오는 5월부터 4년간 ‘GALADRIEL’ 프로젝트를 시작해, 인공지능을 활용해 폐수 오염물질을 분석하고 어떤 처리 기술이 어떤 유해물질 제거에 가장 효과적인지 분류할 계획이다.
연구팀은 이 프로젝트가 폐수처리장이 한정된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써서 독성이 큰 물질부터 우선 제거할 수 있도록 돕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항우울제나 특정 PFAS 성분만 겨냥할 경우 더 심각한 오염물질을 놓칠 수 있는 만큼, 처리 공정 전반의 특성과 제거 효율을 함께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번 연구는 2027년 덴마크 법에 반영될 개정 EU 도시폐수처리지침에 대응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진은 폐수를 완전히 깨끗하게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우선순위가 높은 오염물질부터 표적으로 삼아 제거하거나, 필요할 경우 해당 물질의 사용 자체를 줄이는 규제도 병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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