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위생용품 속 ‘연화제’, 수생 생태계에 독성 우려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5-06-27 22:4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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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샴푸나 컨디셔너에 흔히 사용되는 연화제가 수생 생물에게 독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덴마크 아르후스 대학교 환경과학과 한스 샌더슨(Hans Sanderson) 수석연구원이 이끈 이번 연구는 연화제가 담수 생태계의 주요 생물인 다프니아(Daphnia)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연화제는 모발의 곱슬거림을 줄이고 윤기를 더하기 위해 샴푸나 개인 위생용품에 첨가되는 양전하 물질이다. 그간 이 물질들은 크기가 커서 세포에 침투하지 못하므로 인체나 환경에 무해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었다. 하지만 샌더슨 연구팀은 연화제가 수중 생물의 외피에 달라붙어 움직임과 먹이 섭취를 방해하고, 궁극적으로는 생존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다프니아 두 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한 종은 연화제의 끈적이는 성분이 몸에 달라붙으면서 움직임이 제한됐고, 이는 생존률 저하로 이어졌다. 또 다른 종도 덜하지만 유사한 영향을 받았다. 다프니아는 수질 정화와 먹이망 유지에 필수적인 존재인 만큼, 생태계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연구의 대상이 된 연화제는 폴리쿼터늄(polyquaternium) 계열의 고분자 화합물로, 세계적으로 약 25,000종이 유통 중이나, 실험은 이 중 일부만을 다뤘다. 연화제는 개인 위생용품 외에도 콘택트렌즈 용액, 폐수 처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연관 산업의 규모는 수십억 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샌더슨은 “경제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이 물질들이 규제에서 면제되어서는 안 된다”며, “EU에서도 세포에 침투하지 않더라도 생물에 영향을 미치는 물질에 대해 규제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업계의 요청으로 연구를 진행했지만, 연구의 독립성과 철저함은 유지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연구는 실험실이 아닌 실제 개울과 호수의 조건을 모방한 테스트 환경에서 수행됐으며, 향후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환경 독성을 평가하는 기준이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샌더슨은 해당 성분이 ‘북유럽 백조 라벨(Swan Label)’이 부착된 친환경 제품에서도 일부 검출됐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제품 제조사들이 대체 성분을 찾아야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한 그는 폐수 처리 과정에서 연화제가 오히려 오염물질 제거를 돕기 위해 첨가되기도 한다는 점을 짚으며, “과연 환경에 더 나쁜 것이 연화제 자체인지, 아니면 그것들이 제거하는 물질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수생 독성학 저널(Journal of Aquatic Toxicology)』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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