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발목이 이리도 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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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자 같은 내 고향집엔
홀로 면벽 61년
청상으로 가부좌 트신 울 어메
밤 꼬박 지새우며 피울음 울어예는
앞산 숲속 먹뻐꾸기
이심전심 부처님 전법에
뻐꾸기야!
네 속이 아무런들
나만큼이야 차마 허물어졌으랴
앞마당에 내려앉은 햇살은 저리도 고운데
한밤 내 지새며 흘린 너와 나의 눈물자국
행여 해님에게 들키진 말아야지. (270쪽)
시인 이병준의 사모곡이다. 그의 수필집 ‘내 마음자리에 그대가 머물고(도서출판 천우)’는 어머니에게 올리는 헌사(獻詞)다. 시인의 삶이 묻어있는 글, 그러나 토양은 어머니의 인생이다. 아들의 감동, 자식의 느낌표, 딸의 감탄사 곳곳에 노모의 애환이 흐르고, 피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다.
시인은 칠순을 바라보고, 어머니는 아흔 셋의 고령이다. 열일곱 살 꽃다운 나이에 부랴 부랴 시집간 어머니는 14년 만에 남편을 잃는다. 사남매를 낳았지만 먹이지 못해 둘은 아지랑이로 사라졌다. 어머니에게 남겨진 것은 어린 두 남매다.
봉화의 궁벽한 촌의 여인에게는 가혹하게도 재산도 없었다. 하나 있는 것은 책임감이다. 안동권씨 충재공 16대 종손녀로 태어나 전주이씨 온녕군 16대손에게 시집온 어머니는 치열한 삶을 살았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 대구로 나가 온갖 험한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어린 남매 위한 삶은 직업병이 돼 쇠스랑 같은 가쁜 숨을 내쉬었다.
그 어머니는 이제 고향 집을 홀로 지킨다. 회혼의 세월, 고침한등(孤枕寒燈)의 육십년, 이승의 삶, 그 끝자락을 허허롭게 맞고 있다. 어머니의 낙은 아들의 글을 읽는 것이다. 아흔 셋의 고령에도 아들의 글과 아들이 보내오는 책을 읽는다. 이병준의 수필집은 어머니를 위한,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다. 어머니의 총기는 흐려간다. 막을 수 없게, 부질없이 빠르기만 한 세월 탓이다. 가슴에 북받치는 설움이 커지는 가운데 시인은 어머니의 향기를 잊지 않기 위해, 불효를 살풀이 춤사위 글로 풀어냈다.
어머니의 일생은 봄비와 가을바람이다. 봄볕에 그을리며 일하고, 처연한 봄비를 맞았다. 높은 가을 하늘 느낄 새 없이 일하고, 을씨년스런 가을비도 맞았다. 몸이 병들면서도 자식 걱정만 한다. 그런 어머니는 아들의 가슴에 아픔으로 새겨졌다. 이병준 수필집의 ‘내 마음자리의 그대’는 바로 어머니라고 할 수 있다.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는 어머니와의 이별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그는 어머니가 바람 되어 자연으로 돌아가는 날, 할 말을 준비했다. “제가 다시 태어난다면 꼭 어머니의 엄마로 돌아오겠습니다. 저희 남매에게 베푸신 은산덕해(恩山德海)를 갚겠습니다.” <이상주 북 칼럼니스트(letter33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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