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전 세계 해안 지하수가 해수 침입과 염분화 위험에 점점 더 취약해지면서, 수십억 달러 규모의 경제적 손실과 지역 식량 공급 차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해안 지하수가 많은 지역에서 핵심 식수원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향후 50년 안에 전 세계 해안 지역 전반에서 식수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요하네스 구텐베르크 마인츠대 지리연구소의 로버트 라이네케 교수와 독일 함부르크 기후서비스센터(GERICS)의 아니카 놀테 교수가 이끈 연구팀은 최근 학술지 Nature Water에 발표한 논문에서 해수면 상승과 과도한 지하수 취수가 맞물리면서 해안 지하수의 염분화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각국 약 48만 개 우물에서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는 현재까지 구축된 해안 지하수 측정 관련 전 세계 최대 규모 데이터셋이다. 이를 통해 1990년부터 2024년까지 해안 지역 지하수 수위 변화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조사 대상 해안 지역의 20% 이상에서 지하수 수위에 뚜렷한 변화가 나타났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지하수 수위가 연간 50센티미터 이상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같은 현상이 과도한 취수와 연결되며, 결국 바닷물이 내륙 지하수층으로 더 쉽게 침투해 염분화가 진행될 가능성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라이네케 교수는 “지하수 수위가 떨어질수록 해수가 더 쉽게 침입할 수 있다”며 “과도한 취수와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의 상호작용이 특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지역별로는 양상이 일률적이지 않았다. 일부 해안에서는 지하수 수위가 상승한 반면, 다른 지역에서는 하락했다. 그러나 연구진은 2016년 이후 전반적으로는 지하수 수위가 감소하는 추세가 더욱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수위 하락은 주로 미국과 중앙아메리카, 지중해 연안,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 호주 남부 해안 등에서 관찰됐다.
연구는 또 해안 지하수가 해수 침입에 특히 취약한 지역의 특성도 짚었다. 지하수면이 해수면과 가까운 해안 지역, 그리고 주민들이 지하수에 크게 의존하는 건조 지역이 대표적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지역일수록 염분화 위험이 크며, 모니터링과 관리에서 우선순위를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이네케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해안 지하수가 염분화로 위협받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전 지구적 증거를 제공한다”며 “향후 50년 동안 전 세계 모든 해안 지역에서 식수 부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경고는 단순히 식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연구진은 해안 지하수 악화가 전 세계 인구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해안 거주민의 물 공급은 물론, 지역 농업 생산과 생태계 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안 지하수에 의존하는 농업 지역에서는 염분화가 토양과 용수의 질을 동시에 떨어뜨려 식량 생산 기반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의 의의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먼저, 여러 지역의 관측 자료를 전 세계적으로 비교 가능한 지표로 전환해 대규모 평가를 가능하게 했다는 점이다. 둘째, 해안 지하수 위험 지역을 식별하고 변화 양상을 구체적으로 보여줬다는 점이다. 셋째, 지금까지 충분히 관측되지 않았던 해안선의 미래 변화를 모델링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지표를 제공했다는 점도 의미로 꼽았다.
이번 연구는 기후위기 시대 해안 관리의 초점이 해수면 상승이나 해안 침식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며, 지하에 있는 담수 자원 보호까지 포괄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해안 지하수의 지속적인 관측과 취수 관리, 염분화 대응 전략이 식수 안보와 식량 안보를 동시에 지키는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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