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미국에서 플라스틱 포장 폐기물 발생량은 소득이나 교육 수준, 거주 지역과 무관하게 대체로 비슷하지만, 실제 재활용률은 지역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유하고 대학 교육 수준이 높은 지역일수록 플라스틱을 더 많이 재활용하는 경향이 뚜렷했는데, 그 배경에는 개인의 의식보다 재활용 인프라 접근성의 차이가 크게 작용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버팔로대 연구진은 최근 학술지 Communications Sustainability에 발표한 논문에서 미국 본토 전역의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과 재활용률, 재활용 시설 접근성을 종합 분석한 결과, 재활용의 성패는 플라스틱을 얼마나 버리느냐보다 지역사회가 재활용 시스템에 얼마나 공정하게 접근할 수 있느냐와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에 따르면 소득과 교육 수준이 높은 지역은 대규모 산업 재활용 시설과 상대적으로 가까워 플라스틱 포장재를 재활용하기가 더 쉽다. 반면 저소득층이나 교육 수준이 낮은 지역, 특히 농촌이나 저밀도 지역은 인근 시설이 부족해 재활용이 훨씬 어렵고 비용 부담도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이끈 존 D. 앳킨슨 버팔로대 교수는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역사회가 재활용 시스템에 공평하게 접근할 수 있는지 여부”라며 “재활용 성과의 격차는 주민들의 소비 행태보다 인프라 불균형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크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지도 정보와 인구조사 자료, 주별 재활용률, 재활용 시설 위치 등을 결합해 미국 본토에 대한 정밀한 지리 분석을 수행했다. 그 결과 캘리포니아와 매사추세츠, 로드아일랜드, 코네티컷, 뉴저지, 메릴랜드 등 북동부와 중부 대서양 지역 일부 주에서는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률과 재활용률이 모두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지역은 재활용률이 낮은 지역보다 소득 수준이 30~55% 높고, 대학 교육 이수 비율도 14~19%가량 높았다. 무엇보다 재활용률이 높은 지역 주민 대부분은 대규모 자재회수시설에서 30마일 이내에 거주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이를 재활용 접근성의 기준 거리로 제시했다.
반면 텍사스, 앨라배마, 미시시피, 조지아, 사우스캐롤라이나, 루이지애나, 오클라호마, 아칸소 일부 지역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많지만 재활용률은 낮은 지역으로 분류됐다. 이들 지역은 전반적으로 재활용 시설 수가 적고, 소득과 교육 수준도 재활용률이 높은 지역보다 낮은 편이었다.
인구 밀도가 낮은 지역일수록 이런 한계는 더 두드러졌다. 몬태나와 노스다코타 등은 재활용 인프라가 매우 제한적이었고, 와이오밍에는 대규모 플라스틱 재활용 시설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캘리포니아는 주 면적이 넓음에도 비교적 촘촘한 인프라를 갖춰 주민들이 재활용 시설에 보다 합리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정책의 효과도 확인됐다. 연구에 따르면 음료 용기를 반환하면 소액의 보증금을 돌려주는 이른바 ‘병 보증금 제도’ 또는 ‘병법(bottle bill)’이 시행되는 주에서는 플라스틱 포장재 재활용률이 전국 평균의 두 배 수준에 달했다. 연구진은 인프라 확충과 함께 정책적 유인이 결합될 경우 재활용 접근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이 세계에서 1인당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이면서도 플라스틱 포장재 재활용률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뒤처져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연구팀은 미국 본토의 주요 자재회수시설 419곳을 모두 지도화하고, 약 1억3000만개 건축물이 가장 가까운 자재회수시설까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계산했다. 또 각 자재회수시설에서 실제 플라스틱 재활용 시설까지의 거리도 함께 측정해 지역별 접근성을 비교했다.
연구진은 이 같은 결과가 플라스틱 오염을 단순한 폐기물 문제가 아니라 인권과 환경정의 문제로 보는 ‘플라스틱 정의’ 관점과도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시설의 실제 처리 용량을 반영하지 못했고, 규제나 경제·정치적 요인이 재활용률에 미치는 영향을 완전히 모델링하지는 못한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플라스틱 재활용 격차를 줄이기 위해 폐기물 발생량이 많은데도 시설이 부족한 지역에 자재회수시설을 추가로 설치하고, 농촌 및 저소득 지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병 보증금 제도와 같은 공공정책을 넓혀 재활용 접근성 자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