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문화로 보는 성(性) 인문학 시리즈
유사이래, 생명의 탄생 이래 성(性)은 영원한 화두가 되고 있다. 신비로움, 호기심, 생리적 욕구의 중심에 있다. 개인의 삶도, 나라의 역사도, 인류의 문화도 밑바탕에는 성의 물결이 흐르고 있다. 이정택 후후한의원장이 영원한 테마, 성을 인문학 시리즈로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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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오징어의 사랑, 옛사람의 자녀 낳는 법
여름은 젊음의 계절이다. 넘실대는 파도의 유혹에 빠지고 싶은 나날이다. 젊음은 바다와 같다. 여름철 밤바다를 밝히는 게 집어등이다. 오징어잡이 배들이 밝힌 불은 한편의 낭만이다. 울릉도를 비롯한 동해안 곳곳의 여름밤은 오징어 축제 현장이기도 하다.
청량한 밤 공기, 쏟아지는 별빛, 저 멀리 반짝이는 집어등 불빛은 바닷가 산책 청춘남녀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하는 요소다. 해변의 연인은 오징어를 쉽게 접하게 된다.
그런데 오징어는 성문화 관점에서도 의미 깊은 먹거리다. 남성과 여성의 성 능력을 키워주는 식품이다. 옛 사람은 아이를 갖게 하는 식품으로 보았다. 동의보감에서는 ‘기를 더욱 충실하게 하고, 의지를 강하게 한다. 여성의 월경을 순조롭게 통하게 한다. 오래 먹으면 정(精)을 더하게 하여 자식을 낳게 한다’고 하였다.
임신의 전제 조건이 있다. 남성은 정자가 건강해야 하고, 여성은 배란이 잘 돼야 한다. 동의보감은 오징어를 남성의 튼실한 정자생산, 여성의 자연스런 생리에 도움 되는 것으로 보았다. 옛 의서에 나오는 정(精)은 호르몬으로도 풀이가 가능하다. 인체의 조직은 호르몬 분비가 잘 될 때 충실하게 기능한다. 성장과 노화에 관계하는 호르몬은 임신과 운우지정에도 직결된다.
월경을 하는 여성은 혈자심통(血刺心痛)과 누혈(漏血)로 고생하기도 한다. 혈자심통은 혈(血)이 찌르는 듯한 심통(心痛)이고, 누혈은 여러 이유로 인해 피가 비치는 것이다. 어혈이 뭉쳐서 가슴이 찌르듯 아플 때는 오징어 먹물에 식초를 넣어 먹는다. 특히 먹물은 자궁출혈인 혈붕(血崩)과 유산에 의한 출혈에도 좋다. 오징어는 이처럼 출산과 연관된 여성 건강을 좋게 하기에 자녀를 갖는데 유리한 조건이 된다. 약재로는 주로 먹물과 함께 뼈를 쓰는 데 성질은 미온(微溫)하고, 맛은 짜고, 독이 없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은 정(精)에 민감하다. 정력(精力)에 대한 집착은 동서고금을 막론한다. 다양한 정력제가 등장한 배경이다. 동의보감 내경편에도 정(精)을 돋우는 법으로 도인법(導引法)과 침구법(鍼灸法)이 소개돼 있다. 가령, ‘입문’의 유정을 낫게 하는 방법은 ‘한 손으로는 외신(外腎)을 감싸고 한 손으로는 배꼽 주위를 좌우로 방향을 바꾸어가며 문지르게 했다’이다. ‘강목’에서는 ‘정(精)이 새어 나갈 때는 중극, 대혁, 연곡, 태충 등의 혈을 주로 쓴다’고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도인법은 자기수양과 같은 진지함이 필요하고, 침구법은 한의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이 상황에서 많은 백성, 특히 바닷가 어민이 손쉽게 스태미너를 키우는 게 오징어 섭취였다.
오징어의 한자 이름은 오적어(烏賊魚)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 그 유래가 설명돼 있다. ‘성질이 까마귀를 즐겨 먹는다. 매일 물 위에 떠 있는다. 그러면 까마귀가 죽은 물고기로 착각하고 쫀다. 그때 까마귀를 감아 잡아가지고 물속에 들어가 먹으므로 오적(烏賊)이라고 한다. 까마귀를 해치는 도적이라는 뜻이다.’ 이수광은 지봉유설에서 오징어 먹물을 설명했다. 오징어 먹물로 글씨는 처음에는 선명하지만 나중에는 없어진다고 했다. 간사한 이 특성을 이용해 사람을 속인다고 했다.
스태미너를 더하는 식품으로 자녀생산의 명약으로 활용된 오징어는 근대에는 혼인 전에 함진아비의 가면으로 썼다. 함진 아비의 신분을 감추고 익살스럽게 하기 위함이다. 남녀의 행복한 삶의 첫 고비이자 축제를 오징어가면으로 한 셈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오징어가 홀대를 받고 있다. 윤곽이 뚜렷하지 않은 남자를 호칭하는 은어로도 쓰인다. 이목구비가 뚜렷한 사람이 인기가 좋다. 반면 평면적인 얼굴은 관심이 덜하다. 오징어는 아예 넓적하다. 사람은 겉만 보고 알 수 없다. 진정한 향기는 오래 사귀어야 알 수 있다. 오징어는 오래 씹을수록 맛이 난다. 오징어 사랑은 오래참고 오래 기다리는 것이리라.
글쓴이 이정택
후후한의원 원장으로 경희한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성의학계에서 시선이 집중되는 한의사로 2013년에 조루증치료 한약 조성물인 기연탕을 특허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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