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호미곶(장기반도)의 생태 읽기

글. 이창석 서울여자대학교 생명환경공학과 교수
김한결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1-07-12 11:4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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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석 서울여자대학교 생명환경공학과 교수

 

호미곶은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장기반도 끝에 위치한 곳으로서 한반도를 호랑이로 보았을 때 그 꼬리에 해당하는 돌출 부분이다. 이곳은 대한민국 본토의 최동단에 위치한 곳으로서 본토에서 가장 일찍 해가 돋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이 돌출부가 바다를 감싸 이루어낸 것이 영일만이다. 이곳은 천연기념물 제371호로 지정된 모감주나무군락이 성립되어 있고 희귀식물병아리꽃나무가 자라고 있어 토지이용강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매우 드물게 해안지역이 잘 보존되어 있는 지역이다.아울러 접근하기 힘든 해안 절벽 또한 잘 보존되어 있어 이러한 장소의 생태를 읽기에 매우 적합하다. 이곳에서 경관요소의 배열을 보면, 해상 절벽, 해안, 해안 절벽 및 해안 단구의 순서로 배열되어 있고 각 경관요소에는 그 장소에 적합한 다양한 식생이 성립되어 있다.(그림 1 및 사진 1) 이번 호에서는 호미곶 일원에서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 즉 ‘생태’를 읽어보기로 하자. 

 

▲ 제공=이창석 교수

해상 절벽에는 해국이 주로 자라고 있지만돌가시나무, 갯메꽃, 갯강아지풀, 갯질경이도 자주 나타나고 있다.(사진 2) 해안에는 좀보리사초가 주로 자라고 수송나물, 순비기나무, 돌가시나무, 갯메꽃 등도 각각 군락을 이루어 살아가고 있다.(사진 3) 

 

천연기념물 모감주나무 군락은 해안과 해안절벽 사이에 성립하는 경향이다.(사진 4) 해안 절벽에는 해국, 갯기름나물, 돌가시나무, 기린초, 향나무, 땅채송화, 바위채송화, 담쟁이덩굴, 도깨비고비 등이 붙어 자라고 있다.(사진 5) 절벽이 끝나가는 부분에는 향나무가 자라고 있다.(사진 6) 

 

급한 경사의 절벽이 끝난 단구에는 토심이 깊어지며 산림식생이 성립한다. 곰솔군락이 주로 전면에 출현하는 경향이다(사진 7a). 그 다음에는 팽나무가 군락을 형성하고 유사한 위치에 느티나무도 군락을 이룬다. 단구의 정상부에서는 떡갈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사진 7b,c,d) 덩굴식물 보리밥나무는 앞서 언급한 향나무 위치나 이 부분에 성립하는 경향이다.(사진 8) 

 

지금까지 개략적으로 파악한 이 지역의 식생을 자세히 들여다 보기로 하자. 이 지역을 걷다 보면 가장 큰 나무로 우선 곰솔이 눈에 들어 온다.(사진 9) 곰솔은 소나무와 같이 잎이 두개씩 속생한다. 그러나 바다 바람에 다져져 소나무와 비교해 잎이 두껍고 거친 편이다. 줄기가 붉은 빛을 띠는 소나무와 달리 곰솔의 줄기는 다소 검게 보여 흑송(black pine)으로 불린다. 겨울눈은 더 뚜렷하게 차이를 보인다. 소나무의 겨울눈은 연한 갈색이고 곰솔의 겨울눈은 흰색이어서 바로 식별이 가능하다.

 

▲ 제공=이창석 교수

 

▲ 제공=이창석 교수

곰솔 숲 주변에는 팽나무, 떡갈나무, 뽕나무, 느티나무, 모감주나무, 비술나무 등이 자라고 있다. 그보다 더 거친 환경의 암벽에는 해국, 갯기름나물, 기린초, 비쑥, 도깨비고비 등이 붙어 자라고, 담쟁이덩굴, 돌가시나무, 머루, 인동덩굴, 보리밥나무 같은 덩굴식물도 단골로 등장한다. 

 

절벽에서 벗어나 해파랑길을 따라 걷다 보면 보기 좋은 식물들이 많이 눈에 띈다. 갯메꽃이 우선 눈에 들어 온다. 꽃은 내륙에서 보는 메꽃보다 크기가 조금 작은 편이지만 색이 진해 보이고 하트 모양의 잎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사진 10) 

 

갯지치도 군락을 이루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꽃은 화려하지 않지만 가까이 보면 특색이 있다. 전반적으로 흰색으로 보이지만, 노랑과 초록이 단계적 변화를 준 모습이 독특하다.(사진 11) 갯까지수영군락도 자주 눈에 띈다. 해변에 주로 자라지만 잎이 두툼한 다육으로 진화한 덕분에 암반에 까지 걸쳐 자란다.(사진 12) 

 

▲ 제공=이창석 교수

 

▲ 제공=이창석 교수

아찔하게 가파른 절벽에 옷을 입힌 모습으로 향나무가 자라고 있다.분자생물학적으로 검토한 결과 이곳의 향나무와 울릉도 향나무가 매우 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6 참고) 담쟁이덩굴, 돌가시나무, 땅채송화 등도 바위 옷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사진 13) 화려한 꽃을 갖춘 참나리도 자주 등장하는 편이다. 참나리는 꽃은 화려하지만 번식기관으로 보다는 장식용이다. 번식은 열매 같지만 영양번식체로서 잎겨드랑이에 달고 있는 주아가 주로 담당한다.(사진 14)


아찔한 절벽의 틈에 갯질경이가 붙어 자라고 있다.(사진 15) 내륙의 질경이는 길가에 주로 자라며 그들이 떨어뜨린 종자를 사람들이 밟아 물리적 충격을 가하면 발아율이 늘어나는 전략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저렇게 가파르고 작은 틈에서도 자랄 수 있는 갯질경이도 못지 않은 능력을 갖추었을 것으로 평가된다. 그곳에서 자라며 틈을 키우고 자신의 몸을 던져 흙을 보충하여 해국, 기린초, 바위채송화, 땅채송화 등을 초청하게 될 것이다. 해안 절벽의 다른 곳을 보니 이 틈에는 땅채송화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전형적인 다육식물이니 예상된 결과다.(사진 16) 

 

이처럼 해안절벽을 다양한 식물들이 능력에 맞추어자리잡고 있다. 가장 열악한 조건의 암반에는 해국이 자리잡고 있다. 틈이 커진 곳에는 향나무가 들어오고 곰솔도 들어 와있다. 돌가시나무는 뿌리는 암반 주변의 흙속에 두고 줄기만 뻗어 암반 식생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절벽을 벗어나 토양의 깊이가 깊어지면 보리밥나무, 곰솔, 팽나무, 느티나무 등의 세력이 늘어난다.(사진 8 참고) 또 다른 절벽을 보니 이곳은 해국과 도깨비고비가 자리잡고 있다.(사진 5 참고) 

 

▲ 제공=이창석 교수

해변에 자갈과 모래가 쌓인 곳이면 좀보리사초가 군락을 이룬다.(사진 17) 순비기나무도 유사한 장소에 자리를 튼다.(사진 18) 해변과 해안 절벽 사이에 흙이 쌓이면 모감주나무가 군락을 이룬다. 거친 환경에서 자란 탓에 줄기에는 상처가 많다.(사진 19) 해안단구의 정상에 자리잡은 떡갈나무도 많은 상처를 간직하고 있다. 바닷가 환경의 거친 정도를 짐작하게 하는 모습이다.(사진 20)


이처럼 거친 환경이지만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충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이곳 식물들에게 최근 위험이 닥쳐오고 있다.둘레길로 다듬어진 해파랑길 때문이다. 여행객이 묻혀오는 외래종이 우선 문제가 된다. 창질경이가 가장 많이 퍼져 있다.(사진 21) 외래종의 속성상 그리고 천이 초기단계에 가까운 이 지역의 생태적 특성상 사람들의 발길이 늘어날수록 침입하는 외래종의 종류와 수는 늘어날 전망이다. 그들이 버리고 가는 쓰레기도 문제가 된다. 그 양이 늘어나다 보니 늘어난 쓰레기를 처리하는 지자체는 그들을 현장에서 소각하여 미관을 해치고, 그곳에서 자라는 동식물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이 열악한 조건에서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버겁다. 그들이 없어도 해안 절벽이, 해안이 그리고 해안단구가 이처럼 아름다울까?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들 생물다양성이 이루어내는 생태계서비스 기능이 없다면 해파랑길이 주는 에코힐링 효과도 크게 떨어질 것이다. 지혜를 동원해 자연과 우리가 함께 사는 길을 모색해보자.

 

▲ 제공=이창석 교수


외래종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중요한 구간에 등산로 입구에 설치된 것과 같은 에어건과 신발 발바닥을 씻어낼 수 있는 물통을 설치하는 방법을 제안하고 싶다. 그 다음에는 해파랑길 주변에 여행객이 주는 스트레스가 주변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아줄 수 있는 보호 식재 방법을 제안하고 싶다.(그림 2) 이때 도입하는 식물은 해당지역에 자라고 이 지역 식생 보호 역할을 하기에 적합한 순비기나무,돌가시나무 및 보리밥나무를 추천한다. 

 

자연으로 향하는 우리의 고운 말과 행동은 곱고 풍요로운 생태계서비스로 우리에게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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