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시리즈’ 그리는 정진 화가

힘들어도 제자리 지키는 가녀리고 긴 수초. 삶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문광주 기자 | liebegott@naver.com | 입력 2016-02-15 11: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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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owers1 Oil on Canves 72.5 ×53cm

 

△ 정진 화가

 “가벼운 비바람이 있는 날 공원을 걷다가 발길을 멈추었다. 호숫가에 가녀리고 길다란 잎을 가진 수초가 있었고, 수면에 닿은 빗방울은 크고 작은 동심원을 만들고 있었다.


그 광경에 시선과 맘을 빼앗겼다. 가까이 가보니 분위기 있는 모습과는 달리 수생식물은 고개를 매우 흔들고 있었다. 힘들어도 제자리를 지키는 삶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았다.”


정진 작가의 율시리즈 작품은 이렇게 탄생됐다. 작품 한편에 자리 잡은 부들은 매우 정적인 느낌을 준다. 찬찬히 들여다보면 잎맥이 보일 정도로 섬세하다. 율시리즈는 정적인 듯 살아있는 생명을 담고 있다.


“초기에는 한 폭에 많은 것을 담으려 했다. 그림이 꽉 차있었다”고 하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소재가 바뀌어 갔다고 했다.

 

부들에서 보는 동양적 정서와 달리 또 다른 작품은 카미색으로 석류빛을 발하는 꽃잎도 있다. 최근에는 습지에서 자라는 수생식물을 화폭에 많이 담고 있다. 천굴채(千屈菜)라고도 불리는 부처꽃이다. ‘사랑의 슬픔’이라는 꽃말을 지녔다.

 

“부처에게 가져갈 꽃이 없었던 사람이 물가에 핀 수초를 바쳐서 ‘부처꽃’이라는 이름을 지녔다”는 얘기를 전하는 정 작가는 “대부분의 수생식물은 대가 비어있다. 수질정화에도 매우 좋아, 서양에서는 자연정화용으로 많이 사용되기도 한다”며 수초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전해주었다.


△ 율(律) 1 Oil on Canvas 72.5 × 53cm
부들 한 작품에 3~4개월 걸려 완성
작업과 후학을 가르치는 일에만 몰두 하다 보니 사람들과의 교류가 많은 편이 아니라는 정 작가는 힘든 시기를 겪을 때 그림 그리는 일이 위로가 되기도, 치유로도 작용을 했다고 한다.

 

그의 내면심리가 그림에도 드러나 정 작가의 그림을 마주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차분해지고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1호 붓만으로 그려지는 부들은 잎을 묘사하기가 간단하지 않다. 잎 새를 잡고 세세하게 선을 그리는 듯한 손놀림으로 거의 3~4개월이 지나야 완성된다. 다작을 하지 못하는 까닭이다.

 
최근 그의 작품에는 그레이와 블루계열의 색조가 많이 눈에 띈다. “그림이 갈수록 단순해지고 있다. 처음과 달리 그림에서 많이 비우고 버리는 형태로 그리고 있다”며 “그리는 작업이 인생과 같다”고 표현한다. 무엇이든 풍부하고 모아두어야 행복하다고 느끼는 현대인의 뒤틀린 사고에 정 작가의 그림은 ‘많이 비우고 버려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 같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희망을 찾아야
정제된 한 편의 서정시 같은 그의 국전 입상작 ‘부들’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맑은 날 보다는 날씨가 안 좋은 날에 더 두드러진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희망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삶에 대해서도 매우 긍적적이다. 비오는 날 흔들거리면서도 뿌리를 굳건히 내리고 자리를 지키는 부들. 그는 수초에서 삶의 지혜를 찾았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도 그림 작업을 하는 것도 참으로 행복하다”고 한다. 작품 제목 ‘율’이라는 단어는 자기자신의 마음을 단속하고, 행동을 삼간다는 사자성어 律己制行(율기제행)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작가의 내면이 투영된 작품과 삶이 일치된 것 같다는 느낌을 대화 중에 갖게 됐다. 맑고 정적인 가운데에서 그림을 통해 순순한 행복을 누리고 있는 그의 삶이 엿보였다. 개인전 준비 중인 정진 작가가 다음 전시회에 어떤 명시같은 작품을 관객들에게 선보일지 기대된다. 

[환경미디어 문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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