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의 권리와 아파트 분양 우대권

이정택의 성(性)으로 본 인문학 <10>
온라인팀 | eco@ecomedia.co.kr | 입력 2015-12-10 10:4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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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문화로 보는 성(性) 인문학 시리즈

​유사이래, 생명의 탄생 이래 성(性)은 영원한 화두가 되고 있다. 신비로움, 호기심, 생리적 욕구의 중심에 있다. 개인의 삶도, 나라의 역사도, 인류의 문화도 밑바탕에는 성의 물결이 흐르고 있다. 이정택 후후한의원장이 영원한 테마, 성을 인문학 시리즈로 연재한다. 

  

 

 이정택의 성(性)으로 본 인문학

<10>출산의 권리와 아파트 분양 우대권

아이 양육을 소개하는 TV프로그램이 인기다. 자주 접하면 친근해진다. 탤런트 송일국의 아들인 삼둥이는 여러 업체에서 모델로 모실 정도다. 이 같은 저 출산 위기의식이 반영된 프로그램은 육아 친근 효과를 거두고 있다.

 

젊은 세대는 ‘내 아이를 낳고 싶다’는 소망을 키우고, 중년은 아이에 대한 추억을 떠올린다. 출산여건도 비교적 좋아지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늘고 있다. 특히 다자녀 정책은 괄목할만하다. 국민연금, 출산 크레딧, 자녀 세액공제, 전기요금 할인, 자동차 취등록세 감면 등이 이어진다. 또 자치단체에 따라 출산 장려금도 지급한다. 

 

여러 정책 중에서도 더 눈에 띄는 게 다자녀가정 주택특별공급이다. 3명 이상의 미성년 자녀를 둔 무주택 가장에게 집을 특별 공급한다. 건설량의 10퍼센트 범위, 85평방미터 이하 주택 등의 단서는 있지만 의미가 크다. 다양한 제도 시행은 1990년대 부터 이미 출산율 1% 미만의 저 출산 국가가 되었기 때문이다.


아이를 많이 낳으면 집도 얻을 수 있는 제도, 그러나 40년 전에는 아이를 낳지 않아야 집을 마련할 수 있었다. 한국전쟁 직후부터 우리나라는 출산율이 급증했다. 1960년대 가임기 여성은 5~6명 출산이 일반적이었고, 1972년의 통계에는 4.14명이었다.


경제성장에 총력을 기울이던 극빈국 한국이 잘 살기 위해서는 우선 산아제한이 필요했다. 나라에서는 경제개발에 발맞춰 가족계획을 적극 추진했다. 전국 곳곳에서 가족계획 요원들이 무료 불임수술 등을 안내했다. 가족계획의 필요성과 피임방법 교육을 했다. 가임기 여성을 상대로 35세까지 3명의 자녀만 3년 터울로 낳자는 ‘3-3-35’ 캠페인을 홍보했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1970년대 흔하게 볼 수 있는 표어였다. 예비군 훈련도 정관수술을 받으면 면제해 주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나온 아이디어 중 하나가 아파트 분양시 영구불임 시술자 우대다. 그야말로 ‘아~, 옛날이여!’를 되돌아보자.


1977년 8월16일 국민주택 우선 공급에 관한 규칙이 마련됐다. 주택공사는 반포 제2,3지구 아파트신청을 받았다. 새로운 주택 열기는 뜨거웠다. 창구는 인산인해였다. 접수 마지막 날인 9월14일, 창구에서는 이색 풍경이 펼쳐졌다. 정관수술, 난관수술 서류 확인 등으로 떠들썩했다. 아파트 추첨에 적용된 불임시술자 우선 제도 때문이었다. 보건소와 시술병원도 불임시술 확인서를 떼려는 청약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당시 정부는 새로 시도하는 아파트가 투기장으로 변하자 당황했다. 당국은 ‘일타 쌍피’ 묘안을 내놨다. 아파트 추첨에서 불임수술을 받은 사람을 우대하는 방안이다. 이는 눈 가리고 아웅이었다. 이미 자녀가 있는 중년은 별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자녀를 다 키운 노년이 아파트 분양을 위해 병원을 찾을 수는 없다. 특히 신혼부부는 집 마련을 위해 ‘씨 없는 수박’으로 변신할 수도 없었다. 사별이나 이혼하고 혼자 사는 여인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결국 아파트 분양은 불임인, 수술한 사람끼리 경쟁터가 되었다. 당첨을 위해 현장에서 아내를 병원에 보내 수술 받게 한 사람은 그래도 행복한 편이었다. 가임기가 지난 연령으로 본 45세 이상은 보건소에서 무료 불임수술 대상이 아니었다. 나이 든 사람은 청약을 위해 유료 불임 수술을 받아야 했다. 지긋한 연령대는 “폐경기인 여성도 불임수술을 해야 하냐”며 항의도 했다.


공동주택인 아파트는 1932년에 처음 도입됐다. 서울 충정로의 유림아파트가 시초다. 산업혁명 때 근로자들의 주거지로 인기를 끈 아파트는 택지 이용의 효율성으로 인해 2차대전 후 세계적으로 확산됐다. 우리나라도 광복 후 서울로의 인구집중과 함께 아파트 수요가 늘었다. 종암아파트(1959년), 마포아파트(1961년) 등장으로 일반인에게 가깝게 다가왔다. 특히 제2차 경제개발5개년계획(1967∼1971년) 무렵부터 고층 아파트도 들어섰다.


시민들은 아파트의 투자 가치를 인식했고, 청약열기가 과열양상을 보인다. 그 무렵 정부에서 내건 정책이 영구불임수술자 우대였다. 이 정책은 20년 가까이 더 진행됐다.


그렇다면 아파트 입주를 위해 응하기도 한 불임수술에는 무엇이 있을까. 가장 간단한 게 남성의 정관수술이다. 미국에서는 해마다 50만 명이 이상이 시술받는 이 방법의 원리는 정자의 통로를 막는 것이다. 고환에서 생성된 정자가 배출은 되지 않는다. 임신이 되지 않으면서도 성감에는 지장이 적은 장점이 있다. 수술 시간도 짧고 통증도 적다. 여성의 불임수술은 다양하다. 몸 상태에 따라 난관절제술, 난관성형술 등을 행한다.


우리나라 주거형태의 대표가 된 아파트. 신혼부부는 특히 아파트를 선호한다. 깔끔함과 편리함, 사생활보호가 보장된 덕분이다. 그러나 한때는 신혼부부에게 아파트는 그림의 떡인 시절이 있었다. 그 무서운 불임시술 우대 조항이다. 이제는 전설이 된 그 이야기, 아!, 옛날이여~다.

 

 

글쓴이 이정택
후후한의원 원장으로 경희한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성의학계에서 시선이 집중되는 한의사로 2013년에 조루증치료 한약 조성물인 기연탕을 특허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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