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하수처리수 재이용…공업용수 수요처 확보가 관건

공급관리서 수요관리 중심으로 정책 전환 필요
김명화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0-03-31 10:4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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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폐수처리장 모습
하수처리수는 현재까지 이용이 보편화하지 않은 중요한 잠재수자원이다. 종래에는 직접재이용량이 매우 적었으나, 중수도 원수로서 도시하천의 희석용수 및 위락용수, 농·공업용수 및 일반 잡용수 등 다양한 용도로 공급하는 방안에 대한 요구가 고조되고 있다. 국내 물관리 여건상 하폐수 재이용 시장의 활성화 모색을 위해 현 상황과 전망을 살펴봤다.

하폐수 재이용시장 활성화 불가피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세계 물시장은 최근 10년간 4.2%의 성장률을 보였다. MBR 하수처리시장도 22%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업계는 하·폐수 재이용시장이 2025년까지 연평균 18% 성장률을 내다보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촌의 물 부족 현상의 심화와 더불어 국내 하천 및 호소의 녹조 발생 심화, 특히 4대강 수질악화 추세와 에너지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국내 물관리 여건상 하·폐수 재이용시장의 활성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 하수처리시설 계통도. <출처_환경관리사업소>
그러나 국내 하수도 통계연보에 보면 하수처리수 재이용률은 14.7%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 중에서 농업용수로 재이용하는 경우는 1.6%로 연간 1600만톤 정도다. 지하수를 활용하거나 또는 부분적으로 해수담수화를 활용하든 간에 중요한 것은 물을 재이용하고 누수율을 줄이는 등 인근에 소규모 수자원들을 잘 활용하는 것이다. 


공공하수처리시설에서 처리된 물을 생활용수·공업용수 등으로 다시 이용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공공하수처리재이용시설을 설치해 관리하고 있다. 그리고 건물이나 시설 등에서 발생하는 오수를 재처리하여 재이용하는 중수도 시설 등이 있다. 


하수도법 제21조에 공공하수도관리청은 공공하수처리시설의 처리수를 공업용수, 화장실용수, 살수용수, 세차용수, 청소용수, 조경용수 등으로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역에서는 여건을 감안, 대체수자원으로 활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재이용률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 요인으로 처리수의 재이용 용도의 종류 및 처리수질에 대한 인식부재를 꼽는다.


이에 재이용 용도에 따라 환경성을 고려하여 계획구역의 단계별 재이용구역을 제시하고 있다. 또 양질의 안정적인 용수공급원으로 지역적인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하천유지용수 공급으로 건천화된 도심하천의 생태계 회복을 위해서도 고도처리된 하수처리수의 재이용률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밖에도 오염부하량 감소를 위해 수질개선을 꼽는다. 막대한 양의 하수처리수를 하천으로 바로 방류하지 않고 다양한 용도로 재이용할 경우 유입 부하량 감소로 하천의 수질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수돗물 사용량이나 댐 주변지역 지원비 절감 등의 사회적 편익과 저렴한 재이용수를 공급함으로써 수요처의 비용절감은 물론 경쟁력 제고에도 효과적이다.

수요처 확보가 관건
그동안 공급관리 중심이었던 정책도 수요관리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다만, 수요처에 대한 수요량이나 공급량에 대한 정확한 통계자료 등 예측과 관리가 어려운 건 풀어야 할 과제다.


이런 상황에서 수원시가 2025년까지 9900억 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의 ‘하수처리수재이용시설’ 사업을 추진 중이어서 관심을 모은다. 수원시는 하루 32만5000톤에 달하는 하수를 여과처리해서 공업용수로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재이용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환경적인 이점뿐만 아니라 재이용시설에서 생산한 물을 수요처에 판매하여 매년 390억 원가량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 한국환경공단, 태영건설과 업무협약까지 맺었으나 구체적인 로드맵 없이 수요처 확보도 아직 답보상태다. 


경기도의회의 2016년도 회계결산 자료에 보면, 도내 149개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처리용량 1일 613만5톤)에서 연간 2억2900만톤의 1차 하수처리수를 재처리해 각종 용도로 재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도내에서 연간 1차 정화한 하수처리수 16억9400만톤의 13.6%에 불과한 양이다. 나머지는 그대로 하천으로 흘려보내는 셈이다. 

 

경기도 수자원본부는 물 절약 차원에서 하수처리수의 재활용률 제고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하수처리수 사용에 대한 거부감이 많아 아직 수요가 많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수처리수를 재처리하기 위해서는 많은 예산을 들여 관련 시설을 추가 설치해야 하고 재처리 과정에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 당장 재활용률을 대폭 끌어올리는 데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른다”고 설명했다. 


이에 안정적인 수요처 확보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수원시는 인근의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과 용인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등을 최대 수요처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삼성전자 사업장의 경우 한국수자원공사로부터 공업용수를 공급받고 있는 상황이고, 재이용수를 반도체 공정에 사용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인식도 어떻게 개선할지가 과제로 남아 있다.


이에 대해 수처리전문기업 관계자는 “사업 추진에 앞서 부가가치가 큰 공업용수의 수요처에 대한 경제성 분석과 수질총량오염부하 삭감량 등 장·단 비교분석, 수요처와 협약 완료 후 사업시행이 전제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하수처리수 재이용사업자(지방자치단체장, 공공사업자, 민간사업자)는 수요처의 요구 수질 및 수량에 맞추어 공급함을 원칙으로 하되, 불가피하게 공급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비하여 기존의 용수공급라인을 비상용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계획하는 것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재이용수 활용 의무 강화
지자체 중에서 오산시는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의 모범 사례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07년 총 사업비 170억 원을 들여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을 설치했다. 지난 2009년 5월부터 연 343만톤의 재이용수를 생산해 인근 공단에 공급, 한해 20억원 상당의 세외 수입을 얻고 있다는 게 시 측의 설명이다. 파주시도 민간투자 사업으로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 사업을 진행 중이다. 완공되면 1일 4만1200톤의 재이용수를 LG디스플레이 산업단지에 공급하게 된다.


물재이용법상 일정규모 이상의 건축물은 빗물이용 시설과 중수도를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활용도는 현저히 낮은 실정이다. 도내 빗물 이용시설은 모두 437곳(2015년 기준)으로 저류조 용량은 13만765톤이다. 그러나 실제로 사용되는 빗물 이용시설은 손에 꼽는 정도다. 지난 2013년 물재이용법이 개정되면서 기존 건물에 대해서는 강제력이 사라졌고, 신축 건물의 경우 시설물을 설치 후 신고만 하면 된다. 활용 의무는 없는 것이다.

 


중수도의 경우도 물 사용량의 10% 이상을 재이용할 수 있도록 설치·운영하도록 강제한 법조항(물재이용법 제3장 9조)이 무색할 만큼 사용량이 미미한 수준이다. 도내 중수도가 설치된 곳은 136곳뿐이며 1일 처리량은 16만2816톤, 1일 사용량은 7만6656톤이 전부다. 환경부 관계자는 “빗물이용 시설과 중수도는 시·군 단위 지자체와 민간에서 진행하는 사업이라서 포괄적인 계획을 세우긴 어렵지만, 물재이용법 개정 이후 빗물 이용시설과 중수도 확충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한무영 서울대학교 지속가능물관리연구센터장은 “빗물을 버리는 정책에서 빗물을 모으는 정책으로 생각을 바꿔야 한다. 빗물을 하천으로 모아 흘려버리는 것이 아니라 빗물이 떨어진 자리 근처에서 지형 특색에 맞게 이를 모아 재이용하면 홍수와 가뭄을 줄일 수 있다”며 “빗물 활용을 고려한 새로운 수자원관리 패러다임을 세우고 이를 최우선적인 정책으로 채택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표2. 하수도 재정부족 현황. <출처_김영란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원>

 


현실적인 하수도의 한계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물재이용은 하수처리수 재이용 확대 추진 정책에 따라 2008년 연간 7억1200만톤이던 게 2018년 11억1300만톤으로 증가했다. 하수처리장 내 이용(5억2100만톤, 46.8%)과 하천유지용수(4억8000만톤, 43.2%)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공업용수(7500만 톤, 6.8%), 농업용수(1200만톤, 1.1%) 등 대체수자원으로서의 물재이용은 아직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부는 실질적인 물 재이용 수요를 활성화하기 위하여 다량의 수자원이 필요한 산업단지 등에 하수처리수 공급사업 확대 등을 담은 ‘제2차 국가물재이용기본계획’을 올해 말 수립할 계획이다. 그럼에도 현재 물재이용시설 설비구축 관련 건설사업은 사업리스크를 감안해야 하는 구조여서 활성화에 어려움이 존재한다. 

 

현재 물재이용시설을 지자체가 추진하는 경우 국가재정 5~60% 내외에서 지원을 받고 있다. 물재이용시설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도 정부의 재정지원과 함께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아울러 환경부의 물재이용 관련 담당부서의 인·물적 인프라 확대도 필요한 상황이다. 김지태 하·폐수고도처리기술개발사업단장은 “부가가치가 높은 공업용수의 수요처 확보를 위해서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비용절감이 가능하도록 상수도요금을 현실화함으로써 재이용수의 사용가치를 높이는 방안도 고려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령, 지자체마다 재이용수로 중수도를 사용하면 하수도요금을 감면해주는 혜택을 더 높이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에 관해 관련 업계 관계자는 “비용부담을 낮춰주는 제도적 방안과 더불어 지자체가 이런 사업들을 진행할 때 환경부가 국비지원을 우선하는 지원책이 있지만 소극적인 행정도 문제”라며 “하수도 관련 예산 중에 재이용수에 관한 예산이 다른 사업에 비해 현저히 적어서 현실적용이 어려운 것도 문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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