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력왕 연산군이 사랑한 속풀이 약

이정택의 성(性)으로 본 인문학
온라인팀 | eco@ecomedia.co.kr | 입력 2016-05-03 10: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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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문화로 보는 성(性) 인문학 시리즈


​​유사이래, 생명의 탄생 이래 성(性)은 영원한 화두가 되고 있다. 신비로움, 호기심, 생리적 욕구의 중심에 있다. 개인의 삶도, 나라의 역사도, 인류의 문화도 밑바탕에는 성의 물결이 흐르고 있다. 이정택 후후한의원장이 영원한 테마, 성을 인문학 시리즈로 연재한다. 

     

이정택의 성(性)으로 본 인문학 

<48> 정력왕 연산군이 사랑한 속풀이 약 
 
역사는 거짓이다? 한 사학자의 말이다. 얼마 전 대학에서 정년퇴직한 그는 “기록되는 순간, 거짓이 된다”고 했다. 개인이 쓰는 일기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심지어 고해성사를 하는 참회록마저 거짓투성이라고 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싶은 인간 심리 영향 때문이다. 또 아무리 적확하게 묘사해도 복잡다단한 사실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한계성 때문이기도 하다. 말과 글은 완벽하지 않다. 사건을 말과 글로 표현하는 순간 일부라도 왜곡될 수밖에 없다.

세상을 향해 ‘그것은 오해’라고 소리치고 싶은 인물 중 한 명이 연산군이 아닐까. 반정에 의해 폐위된 임금은 변명할 기회조차 없다. 진실여부를 떠나 온갖 덤터기를 쓴다. 연산군은 황음무도한 군주로 평가된다. 연산군의 일반적인 이미지는 다음과 같다.

‘전국의 미녀와 잠 자리를 위해 채홍사(採紅使)라는 관리를 두었다. 궁궐을 거대한 연회장으로 만들어 미녀들과 음주가무를 즐겼다. 여인은 처녀와 유부녀, 직업여성과 종교인을 가리지 않았다. 많은 여인과 사랑을 나누기 위해 수많은 정력제를 복용했다.’

이는 사실에 근거했을 것이다. 그러나 과장됐을 가능성도 있다. 다른 시각의 해석 여지도 있다. 흥청망청은 예술적 취향이 강한 임금의 문화적 열정의 부산물로 볼 수도 있다. 성적 파트너 차원에서의 여인은 생각보다 많지 않을 수 있다. 육체적 한계와 사랑하는 연인에게만 꽂히는 감정 때문이다. 물론 남자는 한 여인을 사랑하면서도 다른 여인을 품는 존재이다.


그러나 한 여인에 빠졌을 때는 다른 여인에게 관심이 덜 할 수밖에 없다. 연산군이 뽑은 여인들은 문화융성을 위한 인력으로 볼 수도 있다. 다만 그중의 일부를 임금이 침실에 불렀다는 게 현실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산군의 다양한 정력제 복용이 왕조실록에 심심찮게 나온다.

 

문화 활동, 여인과의 만남, 국정운영 등 어떤 목적이든 연산군은 흥청망청을 활용했다. 이에 따른 부작용은 국가적으로 너무 컸다. 임금 개인적으로도 번열증(煩熱症)에 시달렸다. 가슴이 답답하고, 신열이 나며 갈증과 구역질, 수면장애가 오는 번열증은 사열(邪熱- 과도한 대사활동으로 인한 비정상적 열)이 속에 들어가 생긴 다. 원인은 바이러스, 감염, 스트레스 등 다양한데 연산군의 반대편 사람들은 과도한 성행위 탓으로 비난했다.

연산군일기 11년 10월 29일 기록이다.

“각 도에 얼어 열매(於乙於實)를 바치게 하였다. 그 열매는 팥(小豆)보다 약간 크고 맛은 달고 시다. 즙을 내 꿀에 타 장(醬)을 만들면 맛이 시원하고 상쾌하다. 주색에 빠진 왕이 번열증(煩熱症)으로 인해 이 장을 즐겨 마셨다. 그 나무는 산에서 난다. 백성은 그 이름을 알지 못하고 , 먹을 줄도 몰랐다. 이때 누군가가 왕에게 아뢰어 이러한 명을 한 것이다. 백성이 열매를 채집하느라 큰 고통을 겪었다.”
  
번열증은 스트레스, 감염 등으로 인해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나타난다. 지나친 성생활도 체력저하를 유도한다. 성생활도 이 병을 유발시킬 수도 있지만 직접 원인으로 보기에는 근거가 희박하다. 그러나 사관은 황음무도한 임금을 강조하고 싶었던지 주색에 빠진 왕과 번열증을 직접 연결하고 있다. 으름으로 만든 장의 이뇨제 역할에 주목한 듯하다. 으름은 소변을 시원하게 하고 요도염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

한방에서 중요한 약재로 쓰는 으름의 줄기는 통초(通草), 열매는 목통(木通)로 표기된다. 본초강목에서는 ‘이수(利水)작용과 함께 맺힌 것을 풀어줘 편안하게 해 준다’고 설명했다. 동의보감에서는 ‘12경락을 서로 통하게 한다’고 했다. 혈액 등 몸 전체 기운의 순환에 유익함을 말한 것이다. 그렇기에 불면증, 신경불안, 관절통증, 요통, 산모의 유즙분비 촉진 등 처방 때 활용한다.

연산군이 앓은 번열증은 땀을 내어 풀어 버리는 게 좋다. 이를 위해 토제(吐劑)나 하제(下劑)를 쓰기도 한다. 또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으름도 좋은 약재가 된다. 그래서인지 연산군은 으름을 선호한 듯하다. 신하들에게 으름으로 만든 장을 보내기도 한다.

연산군은 12년 3월 23일, 승정원에 으름으로 만든 장인 어을어밀장(於乙於蜜醬)을 선물한다. 또 시를 써 함께 전했는데 이때 임금이 쓴 시다. 임금은 글에서 어을밀장과 정력의 관계를 한 줄도 표현하지 않았다.

빛은 단사보다 나아 목마른 폐를 적셔주네.
맛은 앵두 열매 같아 늙어가는 얼굴을 새롭게 하네.

누가 알았으리
산중에서 가장 천한 과일이
천금 가치를 지녀 대궐까지 바쳐질 줄을!

  

글쓴이 이정택
후후한의원 원장으로 경희한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성의학계에서 시선이 집중되는 한의사로 2013년에 조루증치료 한약 조성물인 기연탕을 특허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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