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문화로 보는 성(性) 인문학 시리즈
유사이래, 생명의 탄생 이래 성(性)은 영원한 화두가 되고 있다. 신비로움, 호기심, 생리적 욕구의 중심에 있다. 개인의 삶도, 나라의 역사도, 인류의 문화도 밑바탕에는 성의 물결이 흐르고 있다. 이정택 후후한의원장이 영원한 테마, 성을 인문학 시리즈로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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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왕의 성적 충동 억제법
왕은 무소불위의 권력자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평생을 공부하는 학생이다. 특히 조선의 왕은 너 댓살 어린 시절부터 죽음의 문턱까지 쉬지 않고 책과 씨름해야 했다. 왕의 공부가 경연(經筵)이다. 대신들이 임금에게 유학의 경서를 강론하고, 정치 현안을 토론하는 방식이다.
경연은 하루 세 차례 이루어졌다. 새벽의 조강(朝講), 낮의 주강(晝講), 저녁의 석강(夕講)이다. 또 밤에 여는 야대(夜對)와 불시(不時)로 여는 소대(召對)가 있었다.
왕이 밤에 하는 공부인 야대는 특별한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능률적인 공부와 여색을 멀리하는 방편이었다. 유교 이념에 투철한 군주는 인격이 고양된 도덕적인 왕을 의미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생리적이나 감정적인 욕망을 절제하는 임금이다.
먼저, 공부 능률이다. 옛사람은 삼여독서(三餘讀書)를 말했다. 삼여는 세 가지 한가한 시간이다. 농경사회에서는 겨울, 밤, 비오는 날에 짬을 낼 수 있다. 이 때 책을 보는 시간으로 활용했다. 밤의 공부는 율곡 이이도 예찬했다. 주위가 고요해진 심야에 책을 읽는 것을 효과적으로 보았다. 그는 야간 독서를 즐겼다. 왕도 분주한 낮 보다는 밤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 성종은 야대를 활성화 했다.
다음, 여색을 멀리하는 방편이다. 왕은 낮에는 정무에 바쁘다, 밤에는 업무에서 벗어난다. 이때 왕은 여인을 찾을 수 있다. 이를 피하는 방법은 계속 공부하는 것이다. 성종10년 1월20일 석강에서 직설적인 의견이 나왔다. 검토관(檢討官) 정성근이 야대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임금의 공부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 같아야 한다. 조금도 중단함이 없어야 한다. 그러면 인격자가 될 수 있다”고 서설을 한 뒤 핵심을 말했다.
그는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남송의 학자 진덕수의 말을 빌렸다. 진덕수는 경연의 교재인 대학연의를 쓴 저자다. “낮에는 조회에서 고관들이 예를 갖춰 바른 말을 하고, 사리에 적합한 보고를 하면 중심을 잡기가 수월합니다. 그러나 깊은 궁궐에서 저문 밤에는 만나는 사람이 환관이나 여인일 수 있습니다. 여인들은 화려하고 짙은 화장을 합니다. 아름다운 자태로 용안을 현혹시키고, 기이한 재주와 음란한 기교로 모두 마음을 방탕하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그러므로 임금의 수양을 보전하기가 어렵습니다. 야대(夜對)의 효과는 낮의 공부보다 더욱 큽니다. 야대는 성학(聖學)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임금의 낮 공부에서는 공적인 내용이다. 논의 사항을 곧바로 답하고 실천해야 할 게 많다. 이에 비해 밤에는 정치가 겸 학자들이 물러난다. 깊은 밤, 왕의 주위에는 환관들과 여인들만 있다. 자연스럽게 환관과 의견을 나누고, 여인들을 접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진덕수는 학자들에 비해 학문이 높지 않은 환관은 공적이고 정제된 의견보다 개인적인 짧은 시각의 의견을 말할 것으로 염려했다. 또 궁궐의 여인은 본능적으로 왕의 눈에 들어야 한다. 기회가 되면 왕의 눈에 들기 위해 미혹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왕이 공부 보다는 생리적 욕망에 빠질 수도 있다. 진덕수는 군주가 이 같은 유혹에 빠지지 않은 근본대책으로 야간 공부를 생각한 것이다.
유학자들이 임금에게 밤의 공부를 요청한 것은 ‘성 생활 자제’의 다른 표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조선에서 경연을 가장 많이 한 왕은 성종이다. 13세에 등극한 성종은 청소년 시절에 야대를 수시로 했다. 특히 17세는 100회, 18세는 96회나 실시했다. 임금은 성적 충동이 강한 시절에 공부로 인격을 도야한 것이다.
글쓴이 이정택
후후한의원 원장으로 경희한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성의학계에서 시선이 집중되는 한의사로 2013년에 조루증치료 한약 조성물인 기연탕을 특허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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