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문화로 보는 성(性) 인문학 시리즈
유사이래, 생명의 탄생 이래 성(性)은 영원한 화두가 되고 있다. 신비로움, 호기심, 생리적 욕구의 중심에 있다. 개인의 삶도, 나라의 역사도, 인류의 문화도 밑바탕에는 성의 물결이 흐르고 있다. 이정택 후후한의원장이 영원한 테마, 성을 인문학 시리즈로 연재한다.
![]() |
<21> 아내의 남자관계 알려주는 요술 거울
거울은 비춰보는 것이다. 얼굴을 비춰보고, 마음을 비춰본다. ‘박제가 된 천재작가’ 이상은 거울을 외모보다는 마음 반성용으로 생각했다. 독립운동가 윤동주는 거울을 참회의 도구로 보았다.
조선의 학자 이언적은 굳센 마음을 다독이는 방편으로 삼았다. 서양에서의 거울은 진솔성이 큰 화를 불렀다. 백설공주 이야기에서 마녀는 거울의 판정에 따라 아름다운 사람을 죽이게 된다.
남녀유별이 심한 조선 선비들은 아내 감시용 거울을 원했다. 그들의 사고로는 아내는 오로지 한 남자만을 섬겨야 했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흔들려서는 안 된다. 외간 남자에게 연애감정 없는 호감 조차도 용납될 수 없었다. 이 같은 배경에서 나온 게 아내 마음을 알아보는 신비의 거울이다.
조선 영조 때 거문고를 타는 멋쟁이 선비 황윤석이 있었다. 그가 54년간 쓴 일기가 이재난고다. 조선후기 생활사를 알 수 있는 이 책에는 본능이 작용하는 남녀 관계가 언급된다. 열녀가 은밀하게 남자와 통정하고, 장님 행세하며 고관집 안방을 드나든 사내 이야기가 곁들여져 있다. 한없이 순결해 보이는 여자도 음란할 수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당시 사대부들의 불안감을 반영한 글을 썼다. 아내의 불륜을 원천적으로 저지르지 못하게 하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 아내가 외간남자에게 호감을 갖는가를 알려주는 거울이다. 이재난고 속으로 들어간다.
백마강이 흐르는 부여에 한 선비가 살았다. 바둑에 빠진 그에게 늘 한 노인이 다가와 대국을 했다. 그러나 노인의 신상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한참 세월이 흐른 어느 날, 노인이 갑자기 말했다. “나는 사람이 아닌 강에 사는 용이오. 기한을 다 채우면 하늘로 승천할 것이오. 마지막 남은 여의주 한 알을 완성하면 창공으로 날아오를 것이오. 그대에게 거울 하나를 주겠소. 조선팔도를 다 돌아다니며 여인을 비춰 보시오. 그림자에 한 남자만 보이면, 오로지 남편 한 명만 마음에 간직한 여인이오. 그 여인의 체모를 얻어서 나에게 전해 주시오. 청을 들어주면 큰 복을 주겠소. 그렇지 않으면 재앙을 내릴 것이오.”
선비는 수락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었다. 거울을 받은 선비는 우선 집안 여인들의 마음을 보았다. 아내도, 딸도, 고모도, 형수도, 며느리도 두세 명의 남자가 나타났다. 어떤 여인은 너댓 명의 남자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선비는 깜짝 놀랐다. 그러나 내색을 하지 못한 채 단 한 명의 남자만을 사모하는 여인을 찾아다녔다. 선비의 발길은 충청도와 경기도, 서울을 지나 함경도에 이르렀다.
한 남자가 밭을 가는 데, 여인이 새참을 내오고 있었다. 선비는 거울로 여인의 얼굴을 보았다. 여인 곁에는 남편 한 명만 보였다. 선비는 멍한 상태로 반나절이나 여인과 농부를 바라보았다. 밭을 갈던 농부가 의아하게 여겼다. 선비는 이유를 말했고, 농부로부터 여인의 체모를 선물 받았다.
선비가 부여 집으로 돌아왔다. 노인은 벌써 기다리고 있었다. 노인은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강원도에 이런 여자가 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소. 이제 체모를 얻었으니 더 찾을 필요가 없소. 열흘 안에 나는 승천할 것이오. 그대는 삼가 피하시오.” 약속일이 되자 강에서 파도가 용솟음쳤다. 하늘에서는 우레와 바람이 몰아쳤다. 용이 구름을 타고 하늘로 솟구쳤다. 들과 야산이 모두 깊은 못으로 변했다. 선비는 높은 산에 올라가 집을 보았다. 다른 사람들의 주택과 마찬가지로 연못이 되어 있었다. 깊이조차 가늠할 수 없었다.
선비는 용이 승천하기 전에 거울에 비친 여인의 속마음 결과를 이야기 했었다. 예상과는 달리 남편 외의 남자를 품고 있는 이유를 질문했다. 노인은 웃으며 답했다. “여성이 꼭 음란한 행위를 해서 여러 남자가 나온 것은 아니오. 남녀 사이의 감정 교감은 자연스럽게 일어나오. 미모가 빼어난 상대를 보면 아름다움을 생각하고, 감정이 움직여 거울에 보이는 것이오. 그대에게 거울을 준 것은 처음부터 감정의 흔들림이 없는 여인을 찾아 필요한 곳에 쓰고자 했을 뿐이오. 사람의 눈으로야 어찌 은밀한 감정 변화를 볼 수 있겠소.”
선비는 훗날 과거에 합격하고 높은 벼슬에 올랐다. 이 내용은 소설이다. 그러나 남녀 사이에 삼가해야 할 예절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글에서 알 수 있듯이 조선 선비는 여성에 관해서는 독재적이었다. 자신은 아내 외에 첩을 들이고, 기생들과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여성은 오로지 단 한 사람에게 해바라기 하기를 원했다. 남녀의 본능과 성에 대한 관심은 비슷하다. 한 쪽은 크게 터놓고, 한 쪽은 완전히 막으라고 한다. 눈 가리고 아웅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여인의 속마음을 보는 거울이 실재하지 않는 점이다. 만약 지금 시대에 그 거울이 있다면 한 여인에게서 두세 명의 남자만 보일까? 알 수 없는 일이다.
글쓴이 이정택
후후한의원 원장으로 경희한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성의학계에서 시선이 집중되는 한의사로 2013년에 조루증치료 한약 조성물인 기연탕을 특허 받았다.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