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기계 사랑과 인간의 감정 사랑

이정택의 성(性)으로 본 인문학
온라인팀 | eco@ecomedia.co.kr | 입력 2016-04-14 10: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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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문화로 보는 성(性) 인문학 시리즈


​​유사이래, 생명의 탄생 이래 성(性)은 영원한 화두가 되고 있다. 신비로움, 호기심, 생리적 욕구의 중심에 있다. 개인의 삶도, 나라의 역사도, 인류의 문화도 밑바탕에는 성의 물결이 흐르고 있다. 이정택 후후한의원장이 영원한 테마, 성을 인문학 시리즈로 연재한다.  
      

이정택의 성(性)으로 본 인문학

  

<43> 인공지능의 기계 사랑과 인간의 감정 사랑

겨울이 아름다운 것은 눈 밑에 봄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사막이 빛나는 것은 오아시스가 반짝이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아름다운 것은 사랑을 하기 때문이다.

 

사랑에 빠지면 황홀하다. 희열감에 들뜬다. 뇌에서 즐거운 흥분 물질인 바소프레신, 옥시토신, 도파민, 아드레날린 등이 분비되는 까닭이다. 또 예뻐진다. 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분비 덕분이다. 이들 호르몬은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피부를 빛나게 한다.

행복에 취하게 하는 사랑 감정은 불과 0.2초에 이루어진다. 뇌의 12개 영역이 순간적으로 작동해 행복 호르몬을 분비시키는 시간이다. 사랑은 뇌와 심장의 양방향 전개의 복잡성이 있다. 그런데 사람을 아름답게 하는 사랑도 기로에 설 듯하다. 사랑에 기계의 관여 가능성이다.

2016년 3월, 한국은 인공지능 충격에 휩싸였다.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가 바둑 세계챔피언을 10년이나 유지한 이세돌 9단에 4승1패를 거뒀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 첫 판과 두 판을 내리 이기자 우리 사회는 테크노포비아(과학기술 공포증)에 빠졌다. 인공지능 기기인 알파고는 사람이 1천 년에 걸쳐 익힐 약 3천만 기보를 단기간에 학습했다. 또 심층신경망과 고급 트리 탐색으로 최적의 수를 찾아내는 능력을 보였다.

성의학을 연구하는 필자는 알파고의 위력을 보면서 인간의 존엄성을 생각했다. 알파고의 초정밀 계산이 인간의 사랑을 제어할 수도 있음을 걱정했다. 단 몇 초 만에 수만, 수십 만의 인간감정을 계산적으로 조합하면 어떻게 될까. 사람을 아름답게,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사랑이 기계의 계산에 조종되게 된다면?
 
이 같은 가능성은 알파고 이전에도 숱하게 제기됐다. 영화로도, 소설로도 나왔다. 하지만 피부로 느끼지는 못했다. 단순한 공상영화, 과학소설로 치부했다. 그런데 이제는 알파고로 인해 이 같은 가능성을 현실로 받아들이게 되고 있다. 삶과 문화가 인공지능으로 인해 바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몇 년 전 나온 영화 ‘타이머(the Timer)’에서는 소울메이트를 찾아주는 기계가 등장한다. 기계이름은 영화 제목인 타이머다. 인간의 호르몬 분비량, 생체신호, 건강 정보, 성적인 친밀도를 예측하는 기계다. 손목에 기계를 부착하면 48시간 안에 이상형을 만나고, 반쪽이 나타날 시간대를 알 수 있다. 기계적 계산에 의해 판단된 최적합 남녀의 만남이다. 따라서 부부싸움이나 이혼 가능성도 제로에 가깝다.

만약 이 같은 기계가 현실화되면 결혼이나 데이트에 연관된 산업 대부분이 문을 닫아야 할 것이다. 연인을 만나기 위해,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한 여러 노력들이 불필요해진다. 연애 과정에서 파생되는 경제행위도 위축될 게 뻔하다. 밸런타인데이, 빼빼로데이 등 수많은 남녀를 위한 기념일도 사라질 것이다.


인공지능과 가상현실 기능의 비약적 발달은 조만간 인간의 성적 교감도 대체할 수 있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제시되기도 한다. 애써 이성의 마음을 사로 잡을 필요도 없고 자신의 성적 능력때문에 고민할 필요도 없다. 때와 장소를 굳이 가리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편리하겠는가? 그러나 한편으로 이러한 상상과 기대가 주는 씁쓸함은 피할 수 없다.

인간의 사랑은 한마디로 요약하면 관심이다. 관심이 끌림이 되고, 끌림이 지나쳐 미움도 된다. 사랑은 이해, 용서, 미움, 이별, 증오를 다 포괄한다. 사랑은 관심이고, 무관심이 사랑의 반대말인 까닭이다. 그런데 기계가 사랑을 제어하고 대신할 수 있다면 인간적인 사랑인 미움, 이별, 아픔 등은 어디에 설 수 있단 말인가.

한편으로는 큰 걱정이 아니라는 생각도 된다. 우리 사회는 이미 기계적 사랑에 어느 정도 익숙해 있기 때문이다. 돈으로 사랑을 팔고 사고, 돈으로 원하는 것 대부분을 얻을 수 있는 게 현실이 아닌가. 이 같은 문제는 2천 년 전 함무라비 법전이나 고대 이집트인도 걱정했다. 함무라비 법전에서 “요즘 젊은 것들은~~세상은 말세다”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는 점진적으로 발전하고 인류는 진보했다. 이는 인간의 가슴에 사랑의 불이 꺼지지 않고 불타올랐기 때문이다. 인간의 따뜻한 가슴, 포근한 사랑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인간의 사랑은 기계적 계산으로 설명할 수 없는 위대한 감정이다.

 

글쓴이 이정택
후후한의원 원장으로 경희한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성의학계에서 시선이 집중되는 한의사로 2013년에 조루증치료 한약 조성물인 기연탕을 특허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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