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문화로 보는 성(性) 인문학 시리즈
유사이래, 생명의 탄생 이래 성(性)은 영원한 화두가 되고 있다. 신비로움, 호기심, 생리적 욕구의 중심에 있다. 개인의 삶도, 나라의 역사도, 인류의 문화도 밑바탕에는 성의 물결이 흐르고 있다. 이정택 후후한의원장이 영원한 테마, 성을 인문학 시리즈로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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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택의 성(性)으로 본 인문학
<37>꽃을 든 남자와 중년 여성의 사랑법
최준석이 부른 ‘꽃을 든 남자’는 중년의 마음을 잘 대변한다. 마흔과 쉰 살의 중년 감정이 쉽게 이입되는 가사다. 학교 졸업하고, 취업하고, 열심히 일만 하던 어느 날에 뒤를 돌아본다. 나이는 어느덧 중년인데 무엇인가 허전하다. 공허함 속에 메마른 가슴을 적셔 줄 누군가가 그리워진다.
외로운 가슴에 꽃씨를 뿌리고 싶은 충동이 인다. 이 마음을 헤아린 가수는 매개체로 꽃을 선택했다. 꽃을 든 남자, 목가적인 이 모습은 여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꽃 선물 구애는 고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옛사람들은 절대존재인 신(神)에게 꽃을 바쳤다. 그 성스런 행위를 사랑하고 싶은 연인에게도 했다, 남자가 여자에게 꽃을 건네는 것은 여신(女神)처럼 모신다는 의미다. 절대자인 신에게 꽃을 예물로 올렸듯이, 아름다운 여인을 열성으로 사랑하겠다는 맹세다.
영국의 희극배우 찰리 채플린은 꽃에 약한 여심(女心)을 이용했다. 염문이 끊이지 않았던 그는 꽃다발 공세로 여인의 마음을 얻곤 했다. 꽃을 받은 사람은 행복하다. 향기에 취하고, 사람에 취하고, 사랑에 취하게 된다. 메마른 가슴에 꽃비가 뿌려진다. 불붙은 사랑 감정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꽃비로 다가온다. 그대에게 빠지는 순간 나이를 잊고, 꽃을 든 남자가 된다.
신라 최고의 미인은 수로부인일 것이다. 그녀는 고위직 관리와 임금(용)은 물론이고, 기력이 약한 노인까지도 사랑의 포로로 만들었다. 빼어난 미모로 인해 여러 차례 납치까지 당한다. 남편은 연적의 납치행위를 막기 위해 고민한다. 24시간 감시 카메라와 같은 보초를 세운다. 또 집에 돌아온 아내를 그윽한 눈빛으로 감싼다.
수로부인(水路婦人) 이야기는 삼국유사에 나온다. 강릉 태수로 부임하는 순정공이 점심식사를 위해 바닷가에 자리 잡았다. 짙푸른 동해 바다에 뿌리를 둔 돌 봉우리가 천길 병풍처럼 드리운 아름다운 절경이다. 깎아지른 절벽에 철쭉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봄바람이 싱그러운 오월, 붉은 철쭉꽃에 마음이 동한 순정공의 아내 수로부인이 수줍게 말했다. “누가, 저 꽃을 꺾어 줄 수 있나요?” 절벽에 오르는 것은 목숨을 내건 행위다. 남편도, 수행원들도 대답이 없다.
이때 암소를 끌고 길 가던 노인이 절세미인 수로부인과 눈이 마주쳤다. 노인은 부인에게 다가가 헌화가를 노래했다.
붉은 바위 끝에
부인께서 암소 잡은 나의 손을 놓게 하시고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으신다면
꽃을 꺾어 바치겠습니다.(정연찬 풀이)
탐미적인 미녀 앞에서 노인은 나이를 잊고, 절벽을 탔다. 마침내 사랑의 힘으로 꽃을 꺾어 수로부인에게 바쳤다. 한 여인을 위한 관심은 생명의 위험을 물리쳤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했다. 수로부인은 꽃에 빠지고, 동해의 절경에 빠지고, 봄볕에 빠지며 이틀을 더 북쪽으로 걸었다.
점심 무렵, 임해정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난데없이 바다에서 용이 솟구쳤다. 용은 수로부인을 끌고 바다로 들어가 버렸다. 남편은 땅에 넘어지면서 발을 굴렀다. 하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이때 한 노인이 나타나 말했다. "옛말에 여론은 쇠도 녹인다 했습니다. 용도 여러 사람의 입을 두려워 할 것입니다. 백성으로 하여금 지팡이로 강을 치면서 노래하면 부인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남편은 그대로 행했고, 용으로부터 아내를 되찾았다. 남편이 아내에게 용궁의 상황을 물었다. 수로부인은 "정갈한 궁전 음식은 별미에 향기로웠습니다. 사람들이 먹던 음식이 아니었습니다." 매력이 넘친 수로 부인은 큰 산이나 깊은 못을 지나면 거듭 귀신에게 붙들려 갔다.
남편인 순정공과 추종자들은 수로부인을 찾기 위해 해가(海歌)를 불렀다. 가락국의 구지가(龜旨歌)를 연상시키는 주가(呪歌)다.
거북아, 거북아. 수로를 보내라.
남의 아내 빼앗은 죄 얼마나 클까.
네 만일 듣지 않고, 수로부인 내놓지 않으면
그물로 잡아서 구워 먹으리라.
龜乎龜乎出水路 掠人婦女罪何極 汝若悖逆不出獻 入網捕掠燔之喫
수로부인 설화는 몇 가지 시사점이 있다. 꽃과 여심, 꽃을 든 남자, 권력자와 미모의 여성, 노인과 성(性), 예쁜 아내 관리, 여론몰이 등이다.
미인 앞에서 노인은 암소도 내버려둔 채 절벽을 오른다. 사랑의 집념은 젊은이와 노년이 다를 바 없음을 말해준다. 미인은 수시로 납치를 당한다. 설화속의 용은 임금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고대에는 왕을 용으로 표현했다. 왕이 수로부인을 탐낸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산과 강을 건너면서 수로부인이 시련을 당하는 것은 지역 권력자들이 미모의 여인에게 관심을 보인 것으로 여겨진다. 남편은 아내를 지키기 위해 여론전쟁을 펼친다. 왕이나 지방호족에게 힘으로 맞설 수 없는 그는 노래를 지어 왕과 호족의 부도덕을 전파한 것이다. 여론의 악화에 따라 왕이나 호족은 수로부인을 남편 곁으로 다시 보낸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옛사람은 직설법 못지않게 은유법을 썼다. 수로부인 설화 모티브는 권력자가 미모의 여인을 탐하고, 아내를 지키려는 남편의 여론 호소가 배경일 수 있다. 인간의 삶과 행동은 비슷하다. 상징성이 많은 설화를 현대적 관점으로 풀어보면 의외로 실체적 진실에 접근할 수도 있다.
글쓴이 이정택
후후한의원 원장으로 경희한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성의학계에서 시선이 집중되는 한의사로 2013년에 조루증치료 한약 조성물인 기연탕을 특허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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