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과 대머리 생원

[탈모 인문학] 홍성재 박사의 모발 문화 탐험<3>
온라인팀 | eco@ecomedia.co.kr | 입력 2016-09-08 10:02:42
  • 글자크기
  • -
  • +
  • 인쇄

[탈모 인문학] 홍성재 박사의 모발 문화 탐험​


모발은 인상을 좌우하고, 인생에도 영향을 미친다. 동양과 서양,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항산화제와 성장인자 도입으로 탈모 치료에서 한 획을 긋고 있는 홍성재 박사가 동서고금의 모발 문화 산책을 연재한다.   

 

 

 

<3>기생과 대머리 생원


반계 유형원은 조선 효종, 현종 때의 실학자다. 그의 집안은 광해군을 지지한 북인이다. 아버지는 검열, 할아버지가 정랑 벼슬을 했다. 유형원 집안은 인조 반정으로 몰락한다. 정권이 북인에서 서인으로 바뀐 까닭이다. 아버지가 고문을 받다 숨지고, 할아버지도 벼슬에서 물러났다. 그의 나이는 불과 2살 때다. 병자호란이 끝난 뒤 유형원의 할아버지는 전북 부안으로 내려가 칩거한다.  

 

유형원은 32세에 할아버지의 체취가 묻은 부안으로 낙향, 평생 집필과 학문 연구에 전념한다. 그는 경국대전으로 상징되는 조선 체제의 문제점을 직시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개혁 방편을 제시한다. 18년 동안 집필한 반계수록에 그의 사상이 잘 나타난다. 토지, 군사, 관리, 사농공상, 행정의 문제 등에서 당시로서는 새롭고 파격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


집필은 치아가 빠지는 고통이 수반된다. 폭넓은 지식, 정확한 관점, 검증 작업, 필력 등이 종합적으로 요구되는 작업인 까닭이다. 그는 책을 쓰면서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신경쇠약증으로 괴로워했다.


20년 가까운 스트레스는 모발 건강을 악화시킨다. 탈모 가능성이 있다. 물론 유형원의 모발에 관한 기록이 없어 단정은 어렵다. 그러나 대머리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쳐 볼 수 있다. 반계수록에서 엿볼 수 있다. 근엄하고 교훈적인 톤으로 나라의 제도 개혁 방안에 대해 쓴 이 책에 뜬금없이 탈모인, 대머리가 등장한다. 미모의 기생과 그녀를 품에 안고 싶어 하는 양반, 이를 지켜보는 에로틱한 앵무새 구관조의 이야기다.


한 기생이 애완용으로 구관조를 키웠다. 구관조는 앵무새 중에서 노래를 잘 흉내 낸다. 예능적 감각이 뛰어난 직업인 기생은 노래를 잘하는 구관조를 무척 예뻐했다. 미모가 월등한 여인은 뭇 사내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다.


밤이면 그녀의 집 창문을 많은 남성이 두들겼다. 짐짓 아닌 체 하며 사랑 고백 기회를 엿보는 사내가 많았다. 같은 고을에 사는 생원도 그녀를 흠모했다. 몸이 달은 생원이 하루는 낮에 기생집을 찾았다. 그녀는 외출 중이었다. 그런데 대뜸 구관조가 말을 건다. “너도 보았구나, 너도 보았구나.” 구관조의 아름다운 멜로디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주위 사람들이 따가운 시선으로 생원을 응시했다. 근엄하고 도덕적인 행세를 해온 생원의 이중생활이 들통 난 것이다.

 


구관조는 왜 생원을 동네방네에 소문냈을까. 구관조는 평소 주인이 목욕할 때 탕을 물끄러미 지켜보곤 했다. 기생은 말을 하는 구관조에게 속살을 보이는 게 부끄러웠다. 목욕 때마다 신비한 여체를 훔쳐보는 구관조를 매번 소리쳐 쫒아냈다.


“너, 한 번만 더 보면 머리를 박박 밀어 버린다. 아예 대머리를 만들어 버린다.” 자주 이 소리를 들은 구관조는 문장을 아예 암기 했다. 대머리를 보면 이 노랫말이 자연스럽게 자동 재생됐다. 모발이 적은 사람이나 대머리는 기생의 알몸을 보다 들켜 머리카락을 박박 밀린 사람으로 인식한 것이다.


생원은 공교롭게 대머리였다. 구관조가 볼 때 생원은 여체를 훔쳐 보다가 머리카락을 강제로 깎인 사람이었다. 단어 학습을 한 구관조는 주인이 없을 때 더 잘 중얼 거린다. 생원은 운이 없게도 집 주인인 기생이 없을 때 찾아왔다. 구관조에게 생원은 골탕 먹이기 좋은 대상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런데 관음증이 있는 구관조가 혹시 생원을 사랑의 라이벌로 생각한 것은 아닐까. <홍성재 웅선의원장>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뉴스댓글 >

헤드라인

섹션별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

오늘의 핫 이슈

ECO 뉴스

more

환경신문고

more

HOT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