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문화로 보는 성(性) 인문학 시리즈
유사이래, 생명의 탄생 이래 성(性)은 영원한 화두가 되고 있다. 신비로움, 호기심, 생리적 욕구의 중심에 있다. 개인의 삶도, 나라의 역사도, 인류의 문화도 밑바탕에는 성의 물결이 흐르고 있다. 이정택 후후한의원장이 영원한 테마, 성을 인문학 시리즈로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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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택의 성(性)으로 본 인문학
<58>선덕여왕의 모란과 세 가지 비밀
선덕여왕은 신라 27대 왕이다. 선덕여왕에게는 세 가지 흥미요소가 있다. 신라 최초의 여왕, 두 남자와 세 번의 결혼, 후각의 기능이다.
먼저, 우리나라 최초의 여왕이다. 우리나라에는 세 명의 여왕이 있었는데 모두 신라에서 나왔다. 선덕여왕이 632년에 등극한 뒤 647년에 승하했고, 뒤를 이어 진덕여왕이 28대 군주가 되었다. 신라말기인 887년에는 진성여왕이 보위에 올랐다.
다음, 두 남자와 세 번 결혼을 하고, 한 청년의 순애보를 받은 로맨스의 주인공이다. 그러나 아이를 얻지 못했다. 화랑세기에 의하면 그녀는 진지왕의 아들인 용수, 용춘 형제와 결혼했다.
선덕여왕은 공주 시절에 용춘과 웨딩마치를 울렸으나 아들을 두지 못했다. 용춘이 혼인생활을 더 이상 할 수 없음을 알고 물러나자 선덕의 아버지인 진평왕은 용수를 딸의 배필로 삼았다. 그러나 선덕은 용수에게서도 아이를 얻지 못했다. 용수는 곧 죽었고, 선덕은 첫 남편인 용춘과 다시 살림을 차린다.
또 지귀라는 청년의 짝사랑을 받는다. 여왕의 아름다움에 반한 지귀는 상사병으로 몸이 점점 여위어 갔다. 지귀는 여왕이 자신을 측은하게 여김을 알았다. 사모의 정이 더욱 깊어진 지귀는 가슴이 타들어가 불귀신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후각의 문제 가능성이다. 백제와의 전투에 버거워한 여왕은 당나라에 도움을 요청한다. 이때의 일화를 일연은 삼국유사에서 ‘선덕왕 지기삼사(善德王知幾三事)’로 다루었다. 선덕왕이 눈치 챈 세 가지라는 의미다. 그 중 첫째로 거론된 게 모란 이야기다. 당나라 태종은 신라에 붉은색, 자주색, 흰색 세 가지 색깔의 모란 그림과 석 되의 씨앗을 보내왔다.
총명한 여왕은 당나라 임금이 여왕이 다스리는 신라를 폄하한 것임을 알았다. 그러나 속내를 감추고 그림 꽃에 대해서만 평했다. 꽃에 향기가 없다고 한 것이다. 실제로 정원에 씨앗을 뿌려 꽃이 피고 열매가 맺은 뒤 확인한 결과 여왕의 말이 맞았다. 김부식이 쓴 삼국사기에도 같은 내용이 나온다. 다만 여왕이 아닌 공주시절로 기록됐다.
"꽃은 아름답지만 향기가 없을 것이다. 그림의 꽃에 나비가 없는 것으로 알 수 있다. 여성의 미모가 빼어나면 남성이 따르고, 꽃에 향기가 있으면 벌과 나비가 날아든다. 이 꽃은 아름다운데 그림에는 벌과 나비가 없다. 필히 향기가 없는 꽃이다." 여왕의 예상대로 씨를 심어 핀 모란에서는 향기가 없었다.
그렇다면 모란은 향기가 없을까. 당나라에서도, 신라를 이은 고려에서도 모란은 향기가 그윽했다. 당나라 시인 이정봉은 '밤이라 깊은 향기 옷에 물들고 아침이라 고운 얼굴 취기가 오르네'라고 모란을 읊었다.
그런데 고려의 일연과 김부식은 신라의 선덕여왕처럼 '모란에 향기가 없는 것'으로 적었다. 이는 문헌을 그대로 옮긴 탓일 수도 있고, 모란에 대한 지식 부족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신빙성이 적다. 집 주위에 핀 모란의 향기를 금세 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심스럽게 선덕여왕, 김부식, 일연의 후각이 약했을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다. 1천 년 전은 상류층도 위생여건이 좋지 않았다. 비염, 축농증, 후비루증후군 등이 현대인보다 많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후각의 약화는 성 능력과도 연계된다.
성적은 욕구는 상상력과 함께 5감이 모두 작동된다. 스킨십에 의한 촉감, 연인의 독특한 냄새인 후각, 사랑의분위기를 돋우는 청각, 이성의 땀 등 분비물의 미각, 매력적인 뒤태 등의 시각적 요소다. 그런데 코의 질환이나 노화로 인해 후각이 약해지면 신진대사 기능이 떨어지고 성적 관심도 낮아진다.
선덕여왕이 두 사람과 세 번을 결혼하고도, 나라를 물려 줄 왕자를 낳지 못한 것은 혹시 이 같은 코의 질환과 연관되지는 않았을까? 개연성은 있어보이나 문헌적 근거가 부족해 확신할 수 없는 게 아쉬울 뿐이다.
글쓴이 이정택
후후한의원 원장으로 경희한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성의학계에서 시선이 집중되는 한의사로 2013년에 조루증치료 한약 조성물인 기연탕을 특허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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