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인문학] 홍성재 박사의 모발 문화 탐험
모발은 인상을 좌우하고, 인생에도 영향을 미친다. 동양과 서양,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항산화제와 성장인자 도입으로 탈모 치료에서 한 획을 긋고 있는 홍성재 박사가 동서고금의 모발 문화 산책을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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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금발 여인과 붉은 모발 미녀
신장 위구르 자치구는 중국 북서쪽에 위치한다. 실크로드 거점으로 위구르인의 고향이다. 위구르인은 이 지역을 동투르키스탄으로 부른다. 1천8백만 주민 중 위구르인은 약 8백만 명이다. 중국 기록에 따르면 위구르인은 흉노족 계열의 유목민족으로 투르크계 부족이다.
위구르인의 외모는 투르크계 민족과 흡사하다. 큰 키에 뚜렷한 윤곽과 장대한 골격, 갈색 모발이 많다. 그러나 금발에 가까운 모발과 유럽인 처럼 흰 피부, 움푹 파인 눈매를 지닌 사람도 있는 등 단순화할 수 없는 다양성이 보인다. 오랜 기간 계속된 여러 민족의 혼혈 흔적이다.
이 지역이 민족 융합의 용광로라는 점은 한 미라의 모발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1980년 실크로드 주요 루트의 한 도시인 누란에서 온전한 여성 미라가 발굴됐다. ‘누란의 미녀’로 이름된 미라는 사망당시 40~45세로 추정된다. 살던 시기는 기원전 1880년에서 기원전 1800년 무렵으로 4천 년 전 인물이다.
사막의 건조기후 덕분에 피부와 머리카락, 치아 등이 잘 보존된 미라의 외모는 유럽계통의 특징을 보였다. 흰 살결에 푸른 눈동자, 붉은 모발, 큰 눈, 오똑한 콧날을 지녔다. 혈액형은 O형이고. 사인은 모래, 먼지, 숯 등의 다량 흡입으로 추정됐다.
누란의 외모는 당시 세계적인 이슈가 되었다. 원주민인 위구르인이나 아시아를 주 무대로 삼은 몽골인종이 아닌 유럽계 코카서스 인종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위구르인이 다양한 외모를 지녔기에 완전히 다른 민족이라는 단정은 위험하다. 하지만 유럽인 특징이 강한 것은 분명하다. 당시 국내 언론도 ‘금발의 누란 미녀’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금발에 푸른 눈을 지닌 유럽인으로 기사화됐다.

그러나 그녀의 머리카락은 금발이 아닌 붉은 모발이다. 켈트인이나 스칸디나비아인과 유사하다. 앵글로색슨 계통의 유럽인은 아니다. 분류상 백인종에 해당하지만 현대 유럽인과는 관련성이 낮다. 학자들은 흑해와 러시아 남부에서 인도-유럽어족인이 각지로 퍼져 나갈 때 중앙아시아에 머문 누란인으로 풀이한다. 유럽인 유형이지만 현대 유럽인과 관계없는 중앙아시아의 원조 백인인 셈이다.
같이 부장된 모직물, 양피로 만든 옷, 해오라기 깃털, 토기 등도 고대 인도 그리스 문명 흔적으로 보인다. 누란의 미녀와 동시대 사람은 과연 어떤 민족이고, 언제 어디에서 그곳에 갔을까. 또 모래 바람 속으로 사라져 수천 년간 누워있어야 했을까. 그녀의 민족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누란 미녀의 붉은 모발은 수많은 상상을 낳게 한다. 또 미스터리 역사를 복원하는 단초가 된다. 금발의 모발과 붉은 모발의 차이에서 고대의 역사지도를 다시 그릴 수도 있다. ‘누란의 미녀’의 머리카락이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 <홍성재 웅선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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