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건 쓴 남자와 한복 여인의 브루스

이정택의 성(性)으로 본 인문학 <8>
온라인팀 | eco@ecomedia.co.kr | 입력 2015-12-03 09:5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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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문화로 보는 성(性) 인문학 시리즈

​유사이래, 생명의 탄생 이래 성(性)은 영원한 화두가 되고 있다. 신비로움, 호기심, 생리적 욕구의 중심에 있다. 개인의 삶도, 나라의 역사도, 인류의 문화도 밑바탕에는 성의 물결이 흐르고 있다. 이정택 후후한의원장이 영원한 테마, 성을 인문학 시리즈로 연재한다.
 

 
이정택의 성(性)으로 본 인문학
<8> 
탕건 쓴 남자와 한복 여인의 브루스

 

하룻밤 사랑의 아지트인가, 신식문화의 산실인가. 남녀가 핑크빛 눈빛을 주고받는 카바레의 옛 모습을 어땠을까. 카바레의 전신은 나이트클럽이고 댄스홀이다. 먼 옛날에는 탑돌이가 청춘남녀의 가슴을 뛰게 한 밀회의 장소였다.


현대적 개념으로 남녀가 사교춤을 추는 댄스홀은 발레 등과 함께 1920년대에 상륙했다. 춤을 통한 건전한 교류를 뜻하는 사교댄스는 1923년 신문기사에서 처음 나온다. 서구의 상류층이 즐기는 사교댄스 공연에 조선의 많은 사람이 열광했다.

 

관객의 환희와 박수가 실내를 진동시켰다. 그런데 조선의 댄스는 술 마시고 대화하는 카페에서 성장했다. 지식인을 중심으로 재즈와 춤, 사교댄스에 빠졌다.


답답한 현실 도피심리와 쾌락의 만남이기도 했다. 조선의 지식인 상당수는 카페에서 성행하는 댄스에 대해 정신적 피폐와 성의식 약화 이유로 비판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즐기고,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그만큼 댄스열풍이 강했다. 일제는 은연중에 욕망의 배설구로서 조선의 지식인을 묶어놓는 정책을 펼쳤다. 그러면서도 시국 불안을 이유를 댄스홀 허가는 하지 않았다.

 

잡지 삼천리의 1937년 1월호에는 ‘서울에 딴스홀을 허(許)하라’는 조선총독부 경무국장에게 보내는 공개청원이 실려 있다.


“여러 사람이 일본에 다녀왔고, 나아가 서양에도 가 본 사람이 있다. 아시아 각국의 문명도시에는 댄스홀이 다 있다. 유독 조선에만 허가하지 않는 것을 통탄스럽다. 카페에서 추던 춤을 댄스홀에서 추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연명으로 청원한 사람은 레코드 회사 문예부장 이서구, 비너스 마담 복혜숙, 조선권번 기생 오은희, 한성권번 기생 최옥진, 종로권번 기생 박금도, 바 멕시코의 여급 김은희, 영화배우 오도실, 동양극장 여배우 최선화다.


그녀들은 호소문 말미에 “하루속히 서울에 딴스홀을 허락해야 한다. 그리하여 도쿄의 여러 댄스홀에서 놀고 오는 유쾌한 기분을 60만 서울 시민들도 맛보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요청에도 댄스홀 허가는 나오지 않았다. 이에 댄스는 지하로 숨고, 경찰은 은근슬쩍 눈을 감기도 하고, 집중단속도 한다. 유흥업소의 불법변태영업 여론이 일면 일제 조사를 했다. 비밀댄스홀에서는 입구에 웨이터를 두고 단속원이 나타나면 신호를 하게하고, 단골이 아니면 받지 않는 생존전략을 구사했다.


당시 비밀 댄스홀은 상당히 자극적이었던 듯하다. 1933년 1월에 비밀영업 하는 댄스홀이 적발됐다. 이곳에 출입하는 회원 40명은 사회 명사부터 미망인, 기생까지 다양했는데 밤낮으로 ‘에로신’을 연출했다고 보도됐다. 남녀가 구별없이 뒤섞인 폐단이 소개됐다.


‘딴스홀' 이미지는 시민들에게는 그리 긍정적이지 않은 듯했다. 전통시대에 파격적 성 모럴을 가진 여성들이 옹호한 댄스는 혼란의 한 장면이기도 했다. 때 아닌 불똥이 여학교의 율동으로 튀었다. 당시 여학교에서는 체육시간에 서양식 율동을 지도했다. 학부모들은 교육적 차원에서 율동의 필요성을 공감했다. 그런데 서양춤을 비밀댄스홀의 그것으로 잘못 인식한 일부 학부모는 학교에 항의 했다. 당시 신문에 보도된 대로 ‘다리도 번쩍번쩍 치켜들고 궁둥이도 흔들흔들 내두르고’를 남사스럽게 본 것이다.


은밀하던 비밀댄스홀은 광복과 더불어 세상에 나왔다. 미 군정시절에 자연스럽게 억눌린 욕구가 분출됐다. 일시에 터지는 욕구는 불협화음도 수반한다. 그 무렵 자유신문에는 댄스홀에서 한복에 탕건 쓴 남자와 한복 입은 남녀가 부둥켜 안고 브루스를 추는 삽화가 그려져 있다. 또 ‘범람하는 꼴불견(氾濫하는 꼴不見)’ 제목의 비판적인 문구가 실려 있다.


氾濫하는 꼴不見
일본이 못하게 햇뜬 것은 무엇이나 다 한번 해보고 싶은 까닭인지 한집 걸너 술집, 두집 걸너 [딴스홀]-[짜스] 소리에 귀가 앞흘지경 서울은 조선 서울이고 외국 서울이 아닐터인데 뱁새가 황새흉내를 내다가는, 다리가 찌저질 걸!


하룻밤 사랑에 스텝을 맞추고, 하룻밤 열정에 마음을 던지고, 하룻밤 광란에 돈을 버리고--- ---. 딴스홀에 대한 상당수의 고정관념이다. 일제 강점기에 들어온 댄스는 건전한 사교 보다는 하룻밤 사랑, 불나비 열정으로 변질되기도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면에서 춤과 노래를 좋아하는 우리민족의 DNA가 진하게 작동한 결과일 수 있다. 처음부터 양성화해 건전하고 고급스런 문화로 키웠으면 어땠을까.

 

글쓴이 이정택
후후한의원 원장으로 경희한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성의학계에서 시선이 집중되는 한의사로 2013년에 조루증치료 한약 조성물인 기연탕을 특허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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