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문화로 보는 성(性) 인문학 시리즈
유사이래, 생명의 탄생 이래 성(性)은 영원한 화두가 되고 있다. 신비로움, 호기심, 생리적 욕구의 중심에 있다. 개인의 삶도, 나라의 역사도, 인류의 문화도 밑바탕에는 성의 물결이 흐르고 있다. 이정택 후후한의원장이 영원한 테마, 성을 인문학 시리즈로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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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사기단의 첫날 밤 조사와 친자관계 조작
친자나 가족관계를 어떻게 확인할까. 유전자 검사를 하면 간단하다. 그러나 DNA검사를 알지 못하던 조선시대에는 혈액 테스트와 주위 사람의 증언에 의존했다. 당시의 혈액 테스트는 비과학적이었다. 친자로 추정되는 사람에게서 한두 방울의 피를 뽑아 죽은 부모의 뼈에 떨어뜨린다.
친아들이면 혈액이 부모의 뼈에 스며들고, 친자가 아니면 뼈에서 혈액 거부반응이 나는 것으로 보았다. 이별한 지 오래돼 얼굴이 변하고, 생활양식이 달라진 두 사람의 형제관계를 알아보기 위해서도 피를 이용했다. 두 사람의 혈액을 한 그릇 안에 떨어뜨려 결합하면 형제이고, 분리되면 타인으로 판정했다.
이 같은 방법은 옛사람도 크게 신뢰 하지는 않았다. 자녀는 부모의 뼈와 살을 받아 태어난다는 유교 철학적 관점 차원에서 보조 방법으로 접근했을 뿐이다. 혈연관계의 확인은 주위 사람의 증언의 절대적이었다.
여기에는 맹점도 있다. 특정 목적을 갖고 거짓 증언을 하는 경우다. 명종 19년(1564년) 3월 20일 한 유생이 억울한 죽음을 당한다. 사기단의 잘 짜여진 각본에 꼼짝없이 당한 것이다. 죽음의 한 원인은 첫날밤의 비밀이었다. 사건을 재구성한다.
경상도 대구에 사는 전 현감 유예원의 아들 유유가 사라졌다. 가족들은 애타게 찾았으나 생사를 알지 못했다. 그런데 7년 후에 유유를 서울에서 찾았다. 발견자는 유유의 매부인 이지다. 이지의 집에 황해도 해주에 살던 유유가 찾아온 것이다. 이지는 유유의 아내에게 연락했다. 유유의 동생 유연이 급히 서울로 올라왔다. 형을 만난 동생은 혼란스러웠다. 매부가 말하는 사람의 모습은 형과는 영 딴판이었다. 하지만 형의 빙의처럼 지난 일을 세세하게 말했다.
동생 유연은 대구로 내려가 형(유유)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을 결박해 관에 보냈다. 고을 수령은 진위를 가리기 위해 심문했다. 이때 형임을 주장하는 사람은 아내와의 첫날밤을 이야기한다. 첫날밤 일은 신랑과 신부밖에 모른다.
“제가 장가 든 첫날 아내가 겹치마를 입었습니다. 제가 억지로 치마를 벗기려 하고 하자 아내가 ‘생리 중’이라며 거부했습니다. 이 일은 다른 사람은 알 수 없습니다. 아내에게 이 사실을 확인하면, 제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 있습니다.”
고을 수령이 아내에게 확인하니 내용이 일치했다. 고을 수령은 형 유유를 인가(人家)에 보방(保放)하고 동생 유연을 구속했다. 얼마 후 보방 된 형 유유가 사라졌다. 유연이 형을 죽였다는 소문이 퍼졌다. 여론은 악화되고, 유연은 심문을 받았다. 고문에 못이긴 유연은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형을 죽였다’고 자백했다. 그는 능지처사(凌遲處死)되었다. 시신도 발견되지 않았지만 자백만으로 처형된 것이다.
그런데 7년 후 평양에서 유유가 발견된다. 남의 집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으로 살고 있었다. 또 동생 유연에게 죽었다는 유유가 황해도 해주에 살고 있는 게 밝혀졌다. 당국에서는 사건 재조사를 했고, 사건 전모가 밝혀졌다. 평양에 살고 있는 사람이 진짜 유유였고, 해주에 사는 사람은 가짜 유유였다. ‘가짜 유유 사건’ 주범은 유유의 매부인 이지였다. 그는 유유와 유연의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해주에 사는 채응규를 ‘유유’로 꾸몄고, 동생 유연이 형을 죽인 것으로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채응규에게 ‘유유와 아내의 첫날밤의 비밀’ 이야기를 숙지시켰던 것이다.
‘사기단’이 완전범죄를 꾸미기 위해 부부의 은밀한 첫날 밤 이야기까지 활용한 사례다. 부부의 성생활 이야기는 아무도 몰라야 정상이다. 그런데 유유의 첫날밤 이야기를 매부인 이지가 알고 있었다. 이지는 어떻게 처남 부부의 은밀한 내용을 알고 있었을까. 아마 술 한 잔 마시면서 유유가 철없이 매형에게 이야기한 게 아닐까.
글쓴이 이정택
후후한의원 원장으로 경희한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성의학계에서 시선이 집중되는 한의사로 2013년에 조루증치료 한약 조성물인 기연탕을 특허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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