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여승과 노래하는 남자

[탈모 인문학] 홍성재 박사의 모발 문화 탐험<10>
온라인팀 | eco@ecomedia.co.kr | 입력 2016-10-20 09:5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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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 인문학] 홍성재 박사의 모발 문화 탐험​


모발은 인상을 좌우하고, 인생에도 영향을 미친다. 동양과 서양,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항산화제와 성장인자 도입으로 탈모 치료에서 한 획을 긋고 있는 홍성재 박사가 동서고금의 모발 문화 산책을 연재한다.

 

 

<10> 춤추는 여승과 노래하는 남자


과거 시험은 정기시험과 특별시험이 있다. 나라의 경사가 있을 때 실시하는 별시는 특별시험이다. 조선 시대 별시의 여러 시제 중 하나가 ‘상가승무노인곡(喪家僧舞老人哭)’이었다. 수험생 이효달은 시제가 내걸리자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은 뒤 일사천리로 글을 써 내려갔다.

인간 평생 좋은 날은 회갑연이라네
집은 가난하나 아들 며느리 착하다네
긴 머리 잘라 잔치 차려 노래하고 춤추네
그 갸륵한 효성 천년토록 심금을 울리나니!


조선의 왕은 미행을 가끔 했다. 백성의 사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기 위함이다. 평복으로 신분을 감춘 채 민정 시찰하는 왕은 대개 성군이다. 세종, 성종, 숙종, 정조 등이다. 상가승무노인곡은 여러 지역에 전승돼온 민간 설화다. 지역마다 왕은 세종, 성종, 숙종 등으로 다르다. 수험생은 계압만록 등의 조선 후기 야담집에는 이효달로 전해진다. 하지만 그가 문과 장원 명단에 없는 것으로 보아 역사 사실이 아닌 지어진 이야기로 보인다. 양평군지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평복으로 변장한 세종이 밤에 마포나루의 가난한 동네를 살폈다. 한 집에서 노래와 함께 곡소리가 들렸다. 집 안을 들여다보니 머리를 깎은 여승이 춤을 추고, 상복을 입은 남자가 노래하고, 노인이 울고 있었다. 왕은 의아한 마음에 말을 걸었다.


"어떤 사연이 있길래 노인은 우시고, 여승은 춤을 추고, 남자는 노래를 합니까.“ 방 안의 식구는 말을 아꼈다. ”손님은 아실 일이 아닙니다. 약주나 한 잔 들고 가세요.“ 호기심 천사인 왕은 더욱 궁금했다. 간곡하게 사연을 물었다. 노인이 마지못해 입을 뗐다.

 


"작년에 아내가 죽었습니다. 오늘은 내 생일이구요. 집안이 가난해 상을 차릴 형편이 아닙니다. 며느리가 머리카락을 팔아 술과 고기를 사 상을 차렸습니다. 나를 위로하기 위해 머리카락을 깎은 며느리가 춤을 추고, 상복을 입은 아들이 노래를 하는 것입니다. 이 같은 효도를 받은 나는 마음이 아프고 기뻐서 눈물을 흘립니다.“


비구니 며느리, 노래하는 상제 사연을 안 왕은 마음이 착잡했다. 왕은 돈을 건네며 말했다. “이것으로 양식을 마련하세요. 곧 나라에서 별시를 치른다고 합니다. 아드님이 삼년상을 끝나면 응시하면 어떨까요.”


얼마 후 별시 공고가 났다. 삼년상을 마친 아들도 응시했다. 과장에 ‘상가승무노인곡(喪家僧舞老人哭) 시제가 붙었다. 응시생들이 술렁거렸다. 전혀 예상 밖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아들은 거침없이 붓을 휘갈겼고, 장원으로 급제했다. 장원급제한 아들은 임금에게 사은숙배를 했다. 왕이 말했다. “부모에게 효도하는 마음으로 나라에 충성하고, 백성을 잘 보살펴라.”


백성을 사랑하는 왕의 마음과 효도를 강조하는 사회상이 맞물린 이 설화에서 더욱 가슴을 아리게 하는 부분이 머리카락을 자른 며느리다. 넉넉지 못한 살림이다. 그녀는 자신의 고운 모발을 잘라 판 돈으로 상을 차렸다. 또 여승과 같은 모습으로 춤을 췄다. 머리카락은 애달픈 효도이고, 가족애가 담긴 우리의 삶이라고 할 수 있다. <홍성재 웅선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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