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문화로 보는 성(性) 인문학 시리즈
유사이래, 생명의 탄생 이래 성(性)은 영원한 화두가 되고 있다. 신비로움, 호기심, 생리적 욕구의 중심에 있다. 개인의 삶도, 나라의 역사도, 인류의 문화도 밑바탕에는 성의 물결이 흐르고 있다. 이정택 후후한의원장이 영원한 테마, 성을 인문학 시리즈로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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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택의 성(性)으로 본 인문학
<55>성균관 유생의 실개천 스캔들
성균관 유생은 원칙주의자 이미지가 느껴진다. 도덕적인 삶, 행정가로서 능력을 키우는 학생신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피 끓는 청춘의 가슴에는 사랑이 용솟음 친다.
세종 때의 유생 최한경은 성균관에서 사서삼경을 공부하던 학생이다. 고지식할 정도로 바른생활과 근엄할 듯한 삶을 살았을 그가 달콤하고 섬세한 사랑의 노래를 작사했다.
그의 노래는 500여년이 지난 2000년대에도 연인들의 귓가에 감미로운 노랫말을 속삭인다. 아름다운 사랑의 시를 1990년대에 정훈희가 맑고 깨끗한 음색으로 부르고, 조관우가 신비로운 목소리로 리메이크하여 세상에 물결치게 하였다.
꽃밭에 앉아서 꽃잎을 보네
고운 빛은 어디에서 왔을까
아름다운 꽃이여 꽃이여!
(--- ---)
이 노래는 최한경의 반중일기(泮中日記)에 있는 시가 원작이다. 생원 시험에 입격한 최한경은 성균관에 입학한다. 그는 책을 읽다가 잠시 눈을 옆으로 돌린다. 성균관 주변의 반촌에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꽃 속으로 한 발 두 발 떼던 최한경은 고향에 있는 정인(情人) 박소저를 떠올린다. 꽃 보다 아름다운 여인을 그리워하며 붓을 휘갈긴다.
좌중화원(坐中花園) 첨파요업(瞻波夭嶪) 혜혜미색(兮兮美色) 운하래의(云河來矣) 작작기화(灼灼基花) 하피의(河彼矣) 사우길일(斯于吉日) 군자지래(君子之來) 운하지락(云何之樂) 와피동산(臥彼東山) 망기천(望基千) 명혜청혜(明兮靑兮) 운하래의(云河來矣) 유청영호(維靑盈昊) 하피람의(河彼藍昊) 길일우사(吉日于斯) 사우길일(斯于吉日) 군자지래(君子之來) 미인지귀(美人之歸) 운하지희(云何之喜).
최한경이 시를 쓴 때는 세종 26년(1444년)이전이다. 최한경은 세종 26년에 식년 문과에 급제했다. 문과에 급제하면 행정부처에 현직으로 임용되거나 수습 과정을 밟게 된다. 성균관에서의 학습이 끝나는 것이다. 최한경의 최초 기록은 세종실록 20년(1438년) 8월 1일 기사다. 아마도 최한경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왕성했던 듯하다. 이날 기사는 최한경이 어린 유부녀를 희롱한 죄로 장형 80대를 맞았다는 내용이다.
그는 성균관 석전제의 제관이었다. 공자를 제사하는 석전제는 음력 2월과 8월의 상정일에 거행된다. 제관은 제사를 지내기 전에 몸을 정갈하게 한다. 최한경은 동료인 정신석과 반촌에서 목욕을 했다. 그때 앳된 부인이 편복 차림으로 여종 둘을 거느리고 개울을 건너고 있었다. 발가벗은 최한경은 물속에서 갑자기 뛰어나가 앳된 여성을 끌어안고 욕 보이려고 했다.
부인은 완강히 항거했고, 그녀의 계집종은 "우리집 안주인이에요"라며 큰소리치며 위기를 벗어나게 하려고 했다. 이에 정신석이 두 여종을 구타해서 쫓아버리고, 최한경과 함께 힘으로 여자를 억눌렀다. 부인의 입자(笠)를 빼앗았다.
두 계집종은 집에 급히 알렸고, 사내종이 현장으로 황급하게 달려왔다. 그러나 이미 상황은 종료되고 밤도 깊었다. 최한경은 성균관으로 돌아간 상태였다. 사내종은 성균관 직숙관에서 신고했다. "저는 홍여강의 종입니다. 아직 출가하지 않은 여주인이 반촌의 개울을 지나갈 때 두 유생이 옷을 벗기고 강제로 욕을 보였습니다.“
숙직관은 유생들에게 확인했고, 두 사람은 "저희는 다만 희롱했을 뿐“이라며 반 자백을 했다. 강간은 하지 않고 희롱만 했다는 주장이었다. 사건을 담당한 사헌부는 강간미수로 기소했고, 최한경은 성희롱이라고 변명했다. 당국은 사건을 성희롱으로 결론짓고, 최한경에게 장 80대의 벌을 주었다. 또 정진석은 장 40대로 처벌했다.
최한경은 세조 2년(1456년)2월 17일에도 여성과의 불미스런 일로 실록에 등장한다. 기생 청루월을 첩으로 삼고, 부하 직원 이덕중에게 그녀를 넘보는 남자들을 단속하게 한 것이다. 또 이 일로 탄핵되자 부하직원 이덕중을 숨기고, 집안 하인으로 하여금 송사를 하게 했다. 그런데 이 일도 탄로 나자 이덕중을 돈으로 회유해 사실을 발설하지 못하게 했다. 최한경은 여론이 일자 파직됐다. 몇 년 후 복직된 그는 첨지중추부사, 충청도관찰사, 이조참의, 대사성을 역임했다.
이웃집 여인을 사모하고, 성균관 유생시절 길 가던 여인을 추행하고, 관료시절에 기생첩을 들이며 물의를 일으킨 사람의 달콤한 사랑의 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진실한 사랑과 욕정의 차이는 무엇일까?사랑은 둘이 하는 것이다. 둘이 동의를 얻어 서로를 받아들이면 사랑이고 한 사람의 욕구만 있는 관계는 욕정이다. 바른 인성을 갖춘 뒤, 건전한 이성관을 키운 뒤, 정력도 증진 시키는 게 사회를 편안하게 하는 길인 듯 싶다.
글쓴이 이정택
후후한의원 원장으로 경희한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성의학계에서 시선이 집중되는 한의사로 2013년에 조루증치료 한약 조성물인 기연탕을 특허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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