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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은 끌림이 있다. 사연에, 앎에, 흥미에 빠져든다. 우옥순의 에세이 ‘흔적을 지우는 여자(해드림출판사)’는 울림이 있다.
올망졸망 실개천의 생명력과 호수 공원의 안정감 같은 잔잔함이다. “그때는 그랬어”, “‘아하, 그렇구나”를 읊조리게 하는 미소는 책장을 넘길 때마다 계속된다.
끊이지 않는 감성의 샘은 여러 삶에서 은은하게 솟아난다. 산골소녀와 소, 거스름돈 100원, 돌 잔칫날 조카의 장난감 등에는 고향 내음이 오롯이 배여 있다. 섬약한 아이의 큰 눈망울이 그려진다.
남편과 두 아들의 뒤치다꺼리, 아버지의 뒷모습, 동이 아재의 삶, 엄마의 문풍지, 시어머니의 독백 등은 녹록하지 않은 어른의 삶과 작은 행복을 일깨우게 한다.
실수 문자, 비밀 문자, 여자의 변신, 새처럼 바람같이 등에서는 한 인간으로서의 바람과 아쉬움이 혼재한다. 가지 않은 길을, 가지 못한 길을 상상의 나래로 펼친다. 소유의 한계를 성찰하면서도 두드린다. 그리고 옆 사람을 바라보며 웃는 소소한 행복을 찾는다.
이야기는 생각을 선물한다. 마음 속 고향을 복원하게 한다. 어린 시절, 청년 시절, 중년 시절의 기억 파편을 추억 향수로 재생산 한다. 생각은 계기가 주어질 때 시작된다. 알면 행동하고, 행동하면 변화된다. 우옥순 작가의 글은 삶에 쫓긴 이에게 마음 속 고향을 찾게 한다. 정신적 넉넉함을 건네준다.
추억은 과거형만은 아니다. 의지에 따라 현재 진행형이고, 미래형이 될 수 있다. 그녀의 추억여행은 두뇌 각인에 머물지는 않는다. 기억 반추를 통해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보탠다. 그녀의 글에는 차분함과 그리움의 힐링이 있기 때문이다. 정서 안정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앞으로 나아가는 데 가장 큰 힘이 된다.
삶은 흔적이다. 지난 흔적은 새로운 흔적에 묻히고, 오늘의 흔적은 내일의 흔적에 지워진다. 이 같은 흔적이 켜켜이 쌓인 게 인생이다. 소중한 흔적을 기억하는 방법 중 하나가 문자다.
아프리카에서는 노인 한 명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으로 여겼다. 기록 문화가 아닌 기억 문화에 의존하는 사회인 탓이다. 우옥순의 ‘흔적을 지우는 여자’는 기억을 기록으로 바꾼 작업이기도 하다. 두뇌와 가슴에 흐르는, 곧 잊혀질 과거를 섬세한 필치로 군더더기 없이 살갑게 그린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다. <이상주 북칼럼니스트 letter333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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