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문화로 보는 성(性) 인문학 시리즈
유사이래, 생명의 탄생 이래 성(性)은 영원한 화두가 되고 있다. 신비로움, 호기심, 생리적 욕구의 중심에 있다. 개인의 삶도, 나라의 역사도, 인류의 문화도 밑바탕에는 성의 물결이 흐르고 있다. 이정택 후후한의원장이 영원한 테마, 성을 인문학 시리즈로 연재한다.
![]() |
이정택의 성(性)으로 본 인문학
<36> 바람둥이와 임질 그리고 동의보감
“나는, 淋疾에 걸리고 말앗다. 공교하게, 그 못쓸 病은, 을맛슬 그때로, 낫하나지 안코, 이틀날 後에야, 症勢가 들어낫다. 거의 行步를 못하리만큼, 남몰래 압핫다. 春心으로 하여, 이런 苦痛을, 격건마는, 족음도, 그가 괘심치는 안핫다. 나의 머리는, 아주 理智的이엇다. 그야, 무슨 罪이랴. 짐승가튼 男子 하나이 그의 貞操를 蹂躪하고, 그의 肉體를 茶毒하엿다. 저도 모를 사이에, 그 毒菌은, 또 다른 남자에게로, 옴겨 갓다. 咀呪할 것은, 이 社會이고, 恨할 것은, 내 自身이라 하엿다.”
이 소설은 현진건의 작품 ‘타락자’의 일부다. 1922년 1월부터 3월까지 ‘개벽’에 연재된 소설은 식민치하의 한 지식인의 좌절과 타락을 그리고 있다.
젊은 주인공은 당숙의 양자로 들어간다. 일본 유학생의 화려한 미래를 꿈꾸던 그는 집안에 주저앉게 된다. 개인의 자유 대신 집안의 아들로 살아야 하는 그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나날을 보낸다.
어느 날, 신입사원 회식 모임에서 기녀 춘심(春心)을 만난다. 그는 춘심의 요리집에 드나들다 성병에 걸린다. 또 몹쓸 성병을 아내에게 옮긴다. 아내는 춘심에 빠진 남편으로 인해 수심이 깊어지고, 춘심은 가정을 살리기 위해 부자인 김승지에게 시집을 간다. 현진건은 소설에서 기녀 춘심을 동정한다. 사회를 저주한다. 봉건사회와 근대사회의 가치관 충돌을 보여준다.
필자는 작가의 뜻을 읽으면서도 성병 ‘임질’에 주목한다. 일제 강점기에 성병이 만연되고, 가정 붕괴까지 이어지는 심각성이다. 일제 강점기는 성병이 만연했다. 이는 일제의 공창제와 연관 있다. 매춘 여성의 확대 속에 성병도 급속히 전파됐다.
개항 후 일본 거류민 지역에 유곽을 설치했던 일제는 1908년에 영향권에 있던 조선에 공창 정책을 실시한다. 이후 일본인 직업여성과 조선인 직업여성이 급증한다. 매춘 여성의 성병도 증가한다. 1920년대 신문은 매춘 여성 중 1할이 성병 환자라고 보도했다. 그런데 10년 후에는 5할로의 급증을 보도한다.
성병 중 임질은 황제내경 등 고서에서도 자주 보인다. 의학입문에서는 ‘오줌이 잘 나오지 않고, 아프다. 오즘이 방울방울 끊임없이 떨어진다. 오줌이 급하게 나오면서 짧고 자주 마려운 병증으로 임병(淋病), 임증(淋證)’이라고 적었다. 그런데 이 질병은 요도염이 아닌 배뇨기 약화 현상으로 보인다.
방광의 열과 허한 신장으로 생기는 질병으로 동의보감은 8가지 유형을 설명하고 있다.
첫째, 노림(勞淋)이다. 아랫배가 아픈 특징이 있다. 원인은 피로와 지나친 성생활, 정액 배출 미약 등이다. 둘째, 혈림(血淋)이다. 오줌에 피가 섞여 나오면서 아랫배가 아프다. 셋째, 열림(熱淋)이다. 아랫배가 아픈 가운데 오줌이 찔끔거리면 나온다.
넷째, 기림(氣淋)이다. 아랫배가 부푼 느낌에 오줌이 방울방울 떨어진다. 다섯째, 석림(石淋)이다. 오줌에 돌이 섞여 나온다. 음경 속이 무척 아프다. 여섯째, 고림(膏淋)이다. 음경 속 통증이 심하고, 기름 같은 오줌이 나온다. 일곱째, 사림(沙淋)이다. 오줌이 뭉쳐서 덩어리처럼 돼 배설이 시원하지 않다. 여덟째, 냉림(冷淋)이다. 추위 때문에 생긴 질병으로 오줌을 조금씩 자주 본다.
전통시대의 임질은 비뇨생식기의 광범위한 질환으로 이해한 것이다. 관련처방으로는 인원고탕. 자신환, 도적산. 팔물탕, 녹각상환, 이신산, 형개청장탕, 찬화단, 담죽엽탕, 품방, 보명환 등이 있다.
반면 근대 이후의 임질은 성관계에 의한 성병으로 국한되고 있다. 감염은 임질균 보균자와의 성교에 의해 이루어진다. 남성은 임균성 요도염, 여성은 요도염과 함께 자궁경관염도 있다. 임균은 요도, 자궁, 눈의 점막 등을 잘 침범한다.
성병은 원인균에 따라 증상이 다르다. 바이러스에 의한 입술이나 피부에 멍이 잡히는 헤르페스, 기생충에 의한 사면발이, 임균이 원인인 임질 등이다. 임균에 의한 감염은 요도와 질에 통증과 함께 고름을 맺히게 한다. 남성에게는 전립선염이 2차적으로 발생하기 쉽다.
전립선염은 남성 생식기의 능력을 떨어뜨린다. 세균성 전립선염은 성병으로 염증 전이를 일으킨다. 요도염이 제대로 치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생활을 하면 세균성 전립선염으로 전이되기 쉽다. 이 같은 성병이 계속되면 성생활도 부자연스럽게 된다. 궁극적으로 발기부전, 전립선염, 조루, 사정약화 등 다양한 성기능장애가 동반될 수 있다.
전립선염에 의한 성기능 문제는 젊은 층에 많이 나타난다. 젊은 층은 호르몬, 대사문제, 혈관성 변화가 크지 않다. 때문에 성기능 문제는 자연스런 변화가 아니라 인위적인 변화로 이해할 수 있다. 갑작스런 변화에 절망에 빠지곤 한다.
다행스럽게도 아직은 청춘이다. 치료를 통해 충분히 회복 가능하다. 1차 원인인 전립선이 건강하게 회복되면 성기능도 좋아진다.
글쓴이 이정택
후후한의원 원장으로 경희한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성의학계에서 시선이 집중되는 한의사로 2013년에 조루증치료 한약 조성물인 기연탕을 특허 받았다.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